<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보낸 1년이다. 대권을 내줬지만, 압도적 의석의 입법권으로 ‘메이드 인 정부’에 ‘닥치고 불매’ 운동을 벌였다.
야당(野黨)의 영어식 표현인 ‘opposition party(반대하는 당)’는 전 세계 정당 가운데 한국의 민주당에 가장 적합한 단어임을 각인시켰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정부가 발의한 법안 144건 중 36건(대안·수정안 반영 폐기 포함)만 국회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1년 내내 비토크라시(vetocracy)에 전력하며 스스로 당의 정체성이 허물어지는 것도 망각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미동맹과 한일관계 복원 등 성과가 나타난 윤석열 정부의 외교 분야를 깎아내리려다 시대착오적 국제 정세 인식을 노출했다. 동시에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가치를 잃어버릴 때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와 대만 침공 반대를 명시한 것을 놓고 민주당은 “중국과 러시아 관계 포기가 국익입니까(대변인 논평)”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주권 침탈과 중국이 추구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찬성한다는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부를 놓고도 이재명 대표는 “‘전쟁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무슨 염치로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요청할 수 있겠나(4월 21일 외신 인터뷰)”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무다. 여기에는 진보 진영이 중심이 된 전 세계 사회운동세력도 함께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워싱턴 선언이 “사실상 핵 공유”를 뜻한다는 대통령실 설명에 대해 ‘빈손 외교’ ‘사기 외교’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해온 민주당이 핵 보유를 못 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대일 외교는 어떤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인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따른 결정을 ‘친일’ ‘굴욕’이라고 하는 ‘자기부정’까지 했다.
서민과 약자의 편이라는 민주당이 간호사의 편에 서며, 공부 조금 더하겠다는 약자 간호조무사의 요구를 뭉갠 간호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한국판 카스트 제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응시 자격을 고졸로 제한한 것을 고졸 이상으로 바꾸고, 2년제 전문대 간호조무학과를 개설해 달라고 요구한다.
2005년 노무현,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도 민주당은 이 법에 관심이 없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1년 앞두고 정권에 부담을 주기 위한 ‘의사파업 유발법’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86그룹의 도덕성이 무너진 ‘돈 봉투 사건’에, 김남국 의원의 ‘86억 코인 보유’ 건은 진보의 가치였던 도덕성과 윤리성의 붕괴로 당 기반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윤리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총선에서) 승리를 못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년 내내 ‘반대(veto)’만 해오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렸는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비민주적 정당’이기 때문은 아닐까.>문화일보. 방승배 정치부 부장
출처 : 문화일보. [뉴스와 시각]민주당 정체성 무너진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