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고위관료출신인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가 작년 봄에 리모델링 공사 들어가서 아름답게 꾸며 가을에
문을 열었으니 구경도 할겸 책도 좀 사고, 인근 청진동에 맛있는 순두부나 먹자 하여,
저 지난 주말에 그곳에서 만나 두서너 시간 서점에 머물러 이 책 저 책 골라 가며
책도 사고 독서에 빠져 보면서, 깊이 느낀 점을 여기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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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읽지 않는다.
더욱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 게임, 영화, TV등에는 몰두해 있으나, 책을 가까이 하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독서에 관한 통계도 그렇고, 전철 버스 안에서나 공원 그 어디에서나 독서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 학생이나 성인의 대화에서, 책이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기는 어렵다.
무엇 보담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한다. 1년에 세 권 이상 책을 사서 읽는 이가 드물다니 놀라울 뿐이다.
50대 이상의 세대가 학교 다닐 때의 교육정책 슬로건은, "아는 것이 힘이다" 였다
선생님과 선배들은 한결같이 책 속에 인생의 길과 힘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해준 적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네 어귀의 자주 찾아 보던 친근한 작은 서점들은 이제 우리 눈에 사라지고 없다.
이는 굳이 다양한 책(특히 문학 철학 고전 등)을 볼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하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학에 가기까지 한정된 시간에, 입시위주의 과중한 학업을 이수하며 경쟁을 치르다 보면,
자연스레 책에서 멀어지고 수험 책에만 매어 달리게 된다는 뜻이다.
즉, 다양하고 폭 넓은 독서란 말은 그렇듯 해 보여도, 사실 입시 측면에서 보면 효율성과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익숙해 지니, 우리사회는 나이에 걸맞은 독서능력을
사회 이모저모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실하고 망각해 버렸다.
돌이켜 보면, 사회분위기와 기성세대들이 자나깨나 부르짖은 "효율성과 속전속결"에
우리 모두가 지난 수십 년간 살아온 결과인, 이 혼란하고 천박하고 수준 낮은 현실에
대해 불평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럽다.기성세대와 앞날을 책임질 젊은 세대가 함께 보여
주는 현재의 우리 자화상이 씁쓸하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인사담당 임원인 학교후배와 차 한잔 하면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배님, 요즈음 입사시험 때 대졸지망생을 면접해 보면, 옛날과 다른 큰 두 가지를
발견합니다. 첫째는 저희 세대보다 영어회화와 컴퓨터 다루는 실력이 뛰어 난다는 것이고,
둘째는 책을 읽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문학소설은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로 그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내용을 물으면, 줄거리는 고사하고
읽어 본 사람이 거의 전무하다는 말입니다."
나는 작년 8월 한 달을 딸애가 살고 있는 제네바에 머물면서, 아침 저녁 시간 나는 대로
집 앞의 레만 호숫가와 공원을 산책했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잔디 위에 누워 있는 사람,
야외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모두 남녀노소 불문하고
태반이 책을 읽거나 손에 들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나라 같으면 누워 자고 있거나, 뭘 먹고 마시거나 또는 여럿 모여 떠들고 하는 모습이 보통인데 말이다.
자!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레저, 스포츠, 문화관람, 여행, 이 모든 것도 좋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 보담 그래도 책이 필요하다.
한 권의 책에서, 한 인간을 배워야 하고 그 사회와 한 시대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를 통찰하며 내일을 바라봐야 한다.
책을 읽지 않으니 지혜와 사유의 능력이 떨어지고 가볍고 공격적이다.
중국의 예기(禮記)에 "다듬지 않으면 옥이 아니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다양한 책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과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르고,
인생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우리 삶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반성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 땅의 많은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조화를 인식하고 균형 잡힌
건전한 사회덕목을 나누며, 사랑과 배려와 용서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따뜻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는 공통의 노력을 기울이는, 그러한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한 방향과 목표 없이 오늘날의 이런 교육과정을 거친 젊은 세대들의 인성(人性)과
심성(心性)이 파괴된다면, 우리는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과연 무엇인가?
오늘, 거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책 중에 한 권을 펴서 돋보기 끼고 3,40여분 읽어가니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가 약간 띵하다. 그래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니 눈이 맑아진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가?
첫댓글 아니, 은파! 거실에서 책을 폈다는데 산타 바바라 거실 말인가요, 분당 거실 말인가요. 며칠전 서부로 부터 은파의 전화를 받고 이곳 동부와 3시간 시차가 있어서 적당한 통화 시간을 못찾던중, 옥고를 읽고보니 정신이 왔다갔다 한다오. ㅎㅎㅎ.
물론 산타 바바라에 있는줄로 알고 있소이다. 방금 070으로 전화를 때리니 받지 않아서 아마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상태가 아닌가 싶구려^^. 혹시 그 린다 김인가 하는 로비스트가 한국행을 하여서 인형께서는 무료한게 아닌가 억측도 해보고, ㅎㅎㅎ. 따님 안교수 댁에서 어부인과 휴양을 하고 있는줄로 짐작합니다. 소제도 5월이면 잠시 귀국하오니 그때나 되어서 만날랑가, 동부 계획은 어떠시오
어구~ 미안하외다. 아침 일찍부터 딸네가족과 더불어 산타 바바라 시내 명소투어를 저녁 늦게까지 다녀 오너라고
전화를 못 받었음을 미안합니다. 시간의 시차가 맞추어지는대로 전화하리다.
은파님의 권유데로 저두 "긍정의 기적" 을 읽어보기로..
근데 들랑달랑하는 아가들땜에...우는소리..웃는소리..노래소리..에휴..쉽지 않습니다..
전 10분도 못읽고 책을덮습니다..저녁시간엔 무슨 핑계가 책을 덮게할지...
먼곳에서 좋은추억 많이 만드시고 오세요..^^*
나이가 좀 먹으면 욕심이 앞서나 봅니다.
저는 요즘 중국詩書畵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과거에 읽어보고 또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습니다.
산타 바바라의 석양을 조심하라는 원평제님의 당부(?)를 저는 걱정 안합니다.
왜냐하면,
산타 바바라엔 린다 김은 없을 테니까요..ㅎㅎㅎ^^
건강한 여행 되십시요..
중국 詩書畵라~ 참으로 매력있는 그림에 심취해 있군요.
은파! 주옥같은 글 잘읽었오이다, 요사이 책을 좀 가까이 해서 틈틈이 읽고있는데,읽으면 읽을수록 왜 더 젊었을때 읽지 않았는지 후회도되고 읽을수록 자신이 점점 더 작아지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리고 "정독"이좋은지,"다독"이 좋은지,고견을 듣고싶소이다
두천! 요즈음 뜸하다 싶었더니 책 읽는느라고 그렇구먼!, 저도 마찬가지로 책을 좀 가까이 해 보면 자신의 모습이 전보다 잘보여지니까 작아 보이고 후회가 되지요. 그리고 책은 평생동안 읽는 자기만의 습관이 있고 스타일이 있으니 평소대로 그렇게 하면 되지 별다른 있겠소이까? 나는 문학소설이나 좀 가벼운 책들은 속독과 다독을 하나 좀 무게가 있는 책들은 연필로 줄 끄어가며 정독하면 뒤에 한번 다시 읽을 때에는 줄 끄어 놓은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가면 한시간 남짖한 시간내에 다 읽게 됩디다.
고견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연필로 줄 끄어가며 정독한뒤 한번 더 읽을 때에는 줄 끄어 놓은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가면 시간 절약 및 효험도 있다는 것을------------THANK YOU SO MU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