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
쌓이는 미분양… CR리츠가 매입
유찰 대형공사 상반기 수의계약
정부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안 개요도 <국토교통부 제공>▶관련기사 1면
정부가 28일 내놓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은 과거 두 번의 경제위기 시절 동원한 긴급 처방전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상승, 미분양 누적 등 건설경기 침체로 '돈맥경화'를 겪고 있는 건설사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특히 과거 금융위기 시절 사용한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10년 만에 재도입하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절 '심폐소생술'로 사용했던 건설사 부지 매입 방안까지 내놓았다.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파국이 올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확산하고 있는 '4월 위기설'을 차단하고 부동산 경기 조기 반등을 끌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CR리츠 부활= CR리츠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됐다. 그동안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우선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운용된 CR리츠는 미분양 2200가구, 2014년 운용된 리츠는 500가구를 각각 매입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는 30% 이상 손실을 볼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CR리츠를 통해 손실 규모를 7% 내외로 줄였고 투자자는 연 6% 안팎의 이익을 거뒀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CR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주택 한정)와 함께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를 적용하면 세율이 12%지만, 중과를 배제하면 지방 미분양 상당수가 해당하는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가 1%로 낮아진다. 최대 취득세율은 3%다.
세제 혜택 적용 대상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매입한 주택이다. 정부는 양도차익 추가 과세 면제의 경우 미분양 상황을 봐가며 검토하기로 했다.
◇PF 재구조화 지원= 부동산 PF 부실 우려 사업장 재구조화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사 보유토지를 역경매 방식으로 매입한다. 매입 규모는 3조원 정도다.
다음 달 5일부터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로 뒀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브릿지론 이후 본PF로 넘어가기 어렵거나 자금 마련이 시급한 기업의 토지로, 올해 1월 3일 이전 소유권을 취득한 3300㎡ 이상 토지여야 한다.
기업이 신청한 토지를 LH가 매입하는 토지매입방식(2조원 규모)과 LH가 약정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기로 약속해두는 매입확약방식(1조원 규모) 중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매입 확약은 건설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만기를 연장받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다.
앞서 LH의 PF 부실 우려 사업장 매입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조6000억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00억원 규모) 두 차례 이뤄졌다. 착공 전 브릿지론 단계에서 더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은 LH 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가 매입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공사비 상향= 공공 공사비 현실화는 건설업계의 숙원이다. 원자재 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요 대형공사를 중심으로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유찰된 대형 공공공사만 4조2000억원 규모다. 유찰 공사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통해 상반기 중 공사를 정상화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GTX-A 환승센터)과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 경기 고양 킨텍스 제3전시장 등 대형 공공사업이 줄줄이 유찰됐다.
우선 적정 공사비 반영을 위해서 공공공사에는 적정 단가와 물가 상승을 고려한 공사비 조정이 진행된다. 일률 적용 중인 직접공사비 산정기준(표준시장단가)을 시공 여건(입지·층수)에 맞게 개선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투입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용도 최대 20% 상향한다.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물가 반영 기준 조정을 검토한다. 총사업비용 자율 조정 제도도 활용해 공사가 유찰되면 발주 기관과 민간이 조정 협의를 추진한다. 민간 참여 공공주택의 경우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해 공사비를 전년 대비 15%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입찰 탈락업체에 대한 보상비용도 2배 확대한다.
민간 공사 분야의 공사비 조정을 위해선 공사비 분쟁 예방과 신속 조정제도가 시행된다. 분쟁 우려 지역에는 전문가단을 우선 파견하고 공사비 검증 기간도 기존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 빠르게 조정한다. 이 밖에 일반사업의 경우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해 공사비 갈등을 조정한다.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기술형 입찰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의 유찰을 막기 위해 입찰 제도도 바꾼다. 입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 보상비를 높이고, 공사비를 줄일 수 있도록 관급자재 변경을 일부 허용한다.
PF 사업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10년 만에 재구성한 '민관합동 PF 조정위원회'는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조정위를 법정 위원회로 격상해 조정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아울러 재건축·재개발 때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공공에 제공하는 임대주택 인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윤희·박순원기자
이윤희 기자(stels@dt.co.kr)박순원 기자(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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