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에서 7년여 간 활동했던 변호사가 권력을 좇는 참여연대의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권력에 연대한 기관’이란 비판에 대해서도 “과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2012년부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실행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상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는 15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참여연대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그가 실행위원이 됐을 당시 18대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 실행위원회에는 내로라하는 진보 쪽 인사들이 가득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위원회 회의에는 대선 직전 매주 새로운 이들이 참여했고, 열댓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후 “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박 변호사는 기억했다. 그는 그때가 자신이 겪은 참여연대의 최대 위기 순간이었으며 4~5명만이 남아 실행위원회를 이끌어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다 촛불 집회가 시작되던 시점부터 다시 참여연대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참여연대 인사들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이후로는 정부 요직을 꿰차는 이들도 많아졌다. 박 변호사는 “처음에는 최소한 공식적인 환송회를 열지는 않았다”며 “나중에는 고관대작이 되는 이들을 위해 늘 열렬한 환송회가 펼쳐졌다”고 했다.
2019년 참여연대 내부에서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불거진 의혹을 두고 ‘시민단체로서 할 말은 하자’는 쪽과 반대파가 나뉘었고, 결국 조 전 장관을 비판하자던 김경율 회계사 등이 참여연대를 그만두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박 변호사도 관련 단체 채팅방 등에서 나왔고 “참여연대와 이어지던 마음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렸다”고 했다. 이어 “그때라도 참여연대가 할 말은 했다면 민주당도 조 전 장관에게 그렇게 집착하진 않았을 거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가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한 장관이 말한 ‘번호표’ 얘기가 너무나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한 장관은 자신을 ‘퇴출 1순위 공직자’로 꼽은 참여연대를 향해 12일 입장문을 내고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 기다리다가, 정권 바뀌어 번호표 끊기자마자 다시 심판인 척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 “참여연대가 저를 ‘정치 검사’라고 했는데, 제가 20여 년 간 했던 수사 중 단 하나라도 그런 게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와 관련 “한때 윤석열과 한동훈은 참여연대가 찬양하던 ‘참 검사’들이었다”며 “죄가 나오면 누구든 수사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했다.
그는 “그 ‘누구든’이 자신들이 되자, 이제는 검찰 독재의 상징이자 신(新)적폐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때 참 검사 소리를 듣던 한 장관이 조 전 장관을 수사했단 이유로 그토록 비난을 받을 때, 뻔히 보이는 불법에도 눈을 감던 참여연대의 모습을 보고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면 과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완벽한 정권이란 없기에 시민단체의 존재 의미는 분명히 있다”며 “건강한 비판을 했던 이들은 조국 사태 때 많이 나갔고, 이제는 ‘참여연대’라고 해야 할지 ‘민주정책연구소’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감시기구로서 객관적 자세를 유지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치권력에 기대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참여연대에 열심히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15일 보도 자료를 통해 “참여연대가 전문가 자원활동가인 실행위원들의 공직 진출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공식적인 환송회까지 열어 권력과 연대해 온 것처럼 보도한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조선일보. 이가연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참여연대 출신 변호사 “文때 고관대작 배출하면 열렬한 환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