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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침묵
김윤배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5000원
김윤배 시인. 사진 문학과지성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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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에서 장시의 전통은 그닥 튼실한 편이 아니다. 김동환의 <국경의 밤>(1925)으로 출발한 한국 장시는 신동엽의 <금강>을 거쳐 신경림의 <남한강>, 이산하의 <한라산>, 고은의 <백두산> 같은 성과로 이어졌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시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윤배(사진) 시인이 두 번째 장시 <시베리아의 침묵>을 내놓은 것은 경하할 만한 일이다. 김윤배 시인은 2004년 안성 청룡사를 근거지로 한 사당패의 여성 꼭두쇠를 주인공 삼은 장시 <사당 바우덕이>를 발표한 바 있다.
<시베리아의 침묵>은 1937년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극동 러시아 한인들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를 다룬다. 시인은 1863년 무산 출신 최운보와 경흥 출신 양응범 두 사내가 함경도 농민들을 이끌고 국경을 건너면서 시작된 ‘고려인’의 역사를 차근차근 더듬는다. 고려인들은 광활한 황무지를 개간해 농토를 일구는 한편 군항 건설이며 시베리아 철도 건설, 고기잡이 등에도 뛰어들면서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려 갔다. 안중근의 의거도, 홍범도와 김좌진의 무장독립투쟁도 그들이 있음으로써 가능했다. 그렇게 새로운 땅에 적응해 가던 고려인들에게 어느 날 문득 청천벽력과도 같은 강제이주 명령이 떨어진다.
“한인들은 시베리아 횡단철도 위에 한 줄로 놓여 한 달여를/ 죽음의 공포를 견디며 중앙아시아로 향했다/ 사내들은 조국이 그들을 버렸다고 울부짖었다/ 사내들에게 조국은 러시아였다/ 사내들에게 러시아는 자부심이었고 삶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러나 사내들에게/ 조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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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을 방불케 하는 환경에 아사의 위험이 상존하는 기차에서 도망치다가 경비병의 사격에 나동그라지는 이들, 빵 몇 덩이를 바라고 군인에게 제 몸을 내주는 처녀, 스탈린과 소련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청년…. 숱한 희생을 뒤로하고 도착한 중앙아시아에서 그래도 그들은 살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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