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韓 경제 글로벌 톱10 탈락… 환율만의 문제 아닌 게 더 큰 문제
입력 2023-07-12 23:57업데이트 2023-07-13 04:06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잠정 집계됐다. 2년 연속 세계 10위였던 순위가 3계단 밀리면서 ‘톱 10’에서 탈락한 것이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 등의 추월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 일로여서 언제 다시 10위권으로 재진입할 수 있을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작년 시장 환율을 반영해 집계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6733억 달러로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반면 2021년 11∼13위였던 러시아, 호주, 브라질은 달러로 환산한 지난해 GDP가 증가해 한국의 순위를 뛰어넘었다. 2005년에 처음 10위에 오른 한국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0년부터 2년간 10위를 유지했었다.
순위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킹 달러’ 현상과 원화 가치 하락이다. 원화 표시 GDP는 늘었지만 원화 가치가 12.9%나 하락하면서 달러 표시 GDP가 7.9% 감소했다. 반면 한국을 추월한 나라들은 석유·천연가스·철광석 등의 값이 올라 자원 가격 상승 프리미엄을 누렸다.
문제는 조속한 10위권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1.5%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2.8%의 절반 수준이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늪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중국 경제의 부진이 계속돼 하반기 한국 수출의 극적인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14, 15위인 스페인, 멕시코는 2%대 성장을 하며 한국을 추격 중이다.
중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 성장률은 2047년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 감소 속에서도 경제 규모를 유지하려면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노동개혁은 ‘주 69시간 근로’ 프레임에 막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화폐 가치는 한 나라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바로미터다. 순위 하락을 환율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되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는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안팎의 도전을 막아낼 경제의 방패는 결국 초격차 기술과 초일류 기업이다. 이들을 육성할 투자 확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