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연봉협상이 남아있으니 류현진의 이적이 [확정]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만
어지간히 나쁜 조건이 아니고서야 류현진과 다저스의 협상이 결렬될 확률은 희박하겠죠.
최근 류현진의 의지를 보면, 설령 그 조건이 나쁘대도 일단 도전할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하여, 2013 이글스는 이제 류현진 없이 시즌을 치루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빠진 선수가 있으면 다른 재능있는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워서..."
"팀이 어려울 때 또 다른 영웅이 나타나고..."
이런 말, 솔직히 저는 안 믿습니다.
백만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07리오스 / 12나이트 같은 외국인 투수를 데려와봤자.
공백과 충격파를 최소화할 뿐, '전력상 더 좋은 선택'이 될 확률은 높지 않거든요.
전력누수 없고 선수층 두꺼운 팀이 위기 관리에 능해 좋은 성적을 올렸지
구멍이 생겼는데 그걸 뉴페이스가 훌륭히 메워서 신화를 쓴 팀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 그러니까 팬들은 시즌 전에 전력을 [예상] 합니다.
그 예상은 주로 긍정적입니다. 아마 팬심과 바람을 담았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면, 부진했던 양훈이 제 모습을 찾고
안승민 유창식, 김혁민은 젊으니까 올해보다 실력이 나아지고
바티스타는 후반기에 잘했으니까 내년에는 당연히 1년 내내 잘 던질거고
올 여름에 막강 불펜의 힘을 보여줬던 송창식은 그 구위가 13시즌에도 여전할거고
새로 뽑은 외국인은 아마 돈을 많이 들여서 데려올테니까 09로페즈처럼 막강 이닝이터일거고
박정진은 나이 한살 더 먹지만 이닝수만 관리해주면 올해 좋은 모습 보였을 때처럼 던져줄거고...
이런 장밋빛 예상들이 난무하는 속에 '리스크'나 '하향세'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올해 양훈처럼, 전반기 바티스타처럼, 시즌초 박정진처럼, 그리고 2선발이라던 배스처럼...그런 변수는 고려하지 않죠.
한화이글스는 투수력 / 타력 모두 8개구단 최약체입니다.
거기서 에이스가 나갑니다.
굉장히 잘던지는 외국인 투수가 온다면 그건 [올해보다 나은]게 아니라 그냥 "잘해야 현상유지"인거고
확률로 따지면 사실 반반이 아니라 리스크가 50%위쪽이겠죠.
말하자면, '280억' '한화출신 메이저리거' 이런 기쁨과는 별개로 팀이 굉장한 위기에 놓였다는 얘깁니다.
아주 좋은 외국인 투수가 와도, 올해 대비(+)가 아니라 그냥 (본전치기)가 되니까요.
돈을 쓰면 팀이 강해집니다.
삼성과 롯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촌놈 마라톤' 뛰듯 두어달 바짝 잘 나가다 결국 시즌 끝나면 매번 그자리인 팀 말고
위기는 짧게 끝나고 안정적인 페이스는 길게 유지해서 결국 3위권 언저리에 이름 올리는 팀 말입니다.
그런팀이 되려면, 시스템과 2군에 돈을 쓰면서 동시에 선수들이 당장 이기는 습관에도 익숙해져야 됩니다.
리빌딩을 위해 지금 성적을 팽개치는게 아니고
당장 이번주, 오늘 이 게임도 이기면서 2군에 돈을 써야 좋은 리빌딩이 된다는 얘기죠.
마침 한화는 돈을 쓰기 시작하던 찰나였습니다.
경산을 만들고 STC를 세우며 선수를 사들이던 90년대 후반 이후 삼성.
상동을 세우고 정수근-이상목에 실패하면서도 홍성흔까지 데려오던 암흑기 롯데.
이들에 비하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돈을 어디다 써야 되는지 감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자주 이겨줄 감독-에이스-중심타자였습니다.
전력을 쥐어 짜면서 4강도 한번 가고, 오랫만에 간거라 선수들이 적응 못해서 소위 '광탈'도 한번 하고
그런 와중에 2군 선수들은 차곡차곡 기량을 쌓고. 이게 같이 이뤄져야 팀이 다시 올라오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팀이 반등하는 타이밍이 될 수 있는 순간에 에이스가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네요.
류현진의 해외진출 건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은 견해를 가져왔습니다.
1_선수의 인생이 걸린 문제고, 절실한 꿈이니까 류현진의 삶을 생각하면 미국에 가는게 맞다.
2_나는 MLB에 관심없고, 한국선수가 미국에서 뛴다고 굳이 그게 자랑스럽지도 않다. 야구는 그냥 야구니까
3_나는 류현진보다 한화이글스가 더 소중하다.
그래서, 저는 은연중에 류현진의 잔류를 바랬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을 하든 25승을 하든, 그건 내가 관심없는 동네 얘기라서요.
팀을 재건하려면 선수와 돈이 필요한데
류현진 정도의 투수라면,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팀에 있는게 (전력상) 이익이라고 봤거든요.
물론, 류현진의 인생이 아니라 내 개인의 취미생활을 더 많이 고려한 '이기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류현진의 사촌형이라면 어떻게든 미국에 보냈겠지만, 저는 그냥 한화이글스의 야구를 보는 팬에 불과하니까.
저는, 이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좀 적어질 것 같습니다.
"왜 한화를 버리고 갔냐" <---이런 마음은 아닙니다.
7년 동안 팀을 위해 얼마나 헌신는지도 잘 알고요.
다만, 저는 정말로 MLB에 관심이 없거든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야구를 볼 시간도 없고.
(싫어졌다, 실망이다...이런 의미와 '관심을 둘 요소가 적어졌다'는 의미는 많이 다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하여, 제 관심은 류현진의 공백에 팀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부분으로 쏠립니다.
서산에는 이미 많은 돈이 들어가 시설이 완공됐고
외국인 투수와 FA영입은 구단도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조청희 트레이너를 다시 데려오는 등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들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보아
프론트에서도 이제 돈을 어디다 써야 되는지 감을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요.
아마, 그럴겁니다.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경질됐는데 계속 성적이 나쁘면 다음 칼은 프론트로 갈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구단도 전력을 올리려고 애를 쓸겁니다.
당장 눈앞의 공백을 줄일 수 있는 건 일단 외국인 투수겠지요.
예를 들면 히메네스처럼. 당장 와서 잘 던지고 바로 일본으로 가버릴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에이스 투수.
100만 달러가 됐든, 200만 달러가 됐든 일단 그 투수를 채워놓고 시즌을 맞아야 얘기가 됩니다.
2점대 초반 평균자책에 두자리 승수를 보장할 선수가 와야 류현진의 공백은 일단 줄인 상태로 시즌을 치르니까요.
(사실 그것도 공백이긴 공백입니다. 어떤 투수가 오든, 류현진과 원투펀치가 되는게 아니라 그냥 나홀로 에이스니까)
외국인과 FA에 일단 돈을 쓴다고 보고, 그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면 알테니 그냥 편안하게(?) 기다려보면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2군인데요
서산에 훈련장을 짓고 이정훈 감독을 붙인것은 선수들을 대차게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이 선수들의 [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입니다.
작게 보면,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시켜줄 스태프도 더 많아야 할거고
크게 보면, 아프거나 피로한 선수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겠죠.
삼성의료원의 도움을 받은 STC처럼
현대아산병원 시스템으로 선수들을 체크했던 과거 현대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말입니다.
지금의 삼성-그리고 과거 현대의 선수층이 두꺼웠던 것은
잘하는 선수가 많았던 탓도 있겠지만, 아픈 선수들이 빨리 돌아온 덕분도 있었습니다.
거기다 돈을 써야 강팀이 되겠지요.
삼성이 그 후진 대구구장을 쓰면서 매년 4강에 가는 건
결국 시스템과 STC-그리고 소위 '돈질'이 만든 두꺼운 선수층이거든요.
류현진이 가면서 그 유산(?)으로 적잖은 돈이 구단에 들어왔는데
결국 이것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가 2020년 정도까지의 팀 성적을 결정지을 듯 보입니다.
올해 누구를 데려올 것이냐로 내년 성적이 결정될거고
나아가 내년에 누구를 데려올 것이냐로 후년 전력이 판가름날 것인데
향후 2년내 영입할 외부전력과 그 사이에 투자해놓은 것들이 2014년 이후부터 결실을 맺을테니까요.
꼴찌팀이 악바리 근성과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 다음해 1위가 되고....이런 신화는 이제 없습니다.
수년에 걸쳐 돈을 써야, 그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해서 오래 가겠죠.
그러니 구단의 현명하고 투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P.S_7년 동안 고생한 에이스가 팀을 떠나는데 너무 돈 얘기만 하면 좀 섭섭하겠지요.
류현진 개인에 대한 글은 나중에 따로 한편 쓰겠습니다.
첫댓글 다양한 생각들을 읽고 생각하는 재미도 있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꾸벅~ ^^
류현진 없는 한화???생각만 해도 슬프네요. MLB 저도 관심없지만, 류현진 선수가 진출한다면 이제부터 관심이 생기긴 할것 같네요. 예전에 박찬호 향수가 생각나는건 비단 저뿐만은 아니겠지요~~지금으로서는 MLB 적응 잘하고 한국 야구 위상을 높인 다음 한화이글스에서 은퇴하기를 바랍니다.
한화를 응원하는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저도 잔류였습니다. 근데 예전 박찬호선수가 메이져리그에 있을때 한화도 응원하면서 LA다저스뿐 아니라 메이져리그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만큼 재밌게 봤었습니다. 이번에 류현진선수의 메이져 진출로 그시절 그때처럼 메이져리그도 많은 관심이 갈듯합니다. 한화는 류현진선수가 빠지면 전력약화는 그 어떤 경우라도 발생될수 밖에 없겠죠.. 정말 아쉽지만 류현진 선수는 그런 존재였죠.. 그래서 한화의 내년행보가 더 궁금해집니다. 팬으로서 최대한 응원할수 밖에 없겠죠! 남아있는 전력으로 최선의 성적을 내주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래서 김응룡감독님 환영하구요!
한화 선수로 자부심을 느끼게 했던 그입니다. 마니 아쉽긴 하지만 예전 박찬호 선배 못지않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이글스라는 팀의 팬心으로는 잔류해서 팀의 재건을 이끌어주길 바랬던 마음이 컸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팬의 마음으로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여주고, 이글스라는 팀에서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나왔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
스포츠 기사보다 더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류현진에 대한 글도 빨리 올려주세요 ^^
저도잔류를 바랬습니다 미안하게도 액수가적기를 바라기도 했구요 근데기왕 갔으니 잘했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한화의 류현진이 아니라 다저스의 류현진이니까 관심은 덜갈겁니다^^
저도 어린시절부터 이글스팬으로써 잔류했으면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저도 MLB에는 큰 관심없습니다. 내팀이 잘하기를 우리팀이 가을야구하기를 바랄 뿐이지요. 정말 류현진선수의그동안의 팀의공헌이나 이런걸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화의 류현진이었을 때보다는 조금 응원하는 마음이 작아질것 같기 합니다. 언제가 떠날꺼라는 생각 하긴 했지만 막상 정말 떠나게 되니,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가서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원체 실력도 성격도 씩씩한 선수니 잘할테지만. 류현진선수의 앞날도 이글스의 앞날도 햇빛 짱짱하기를
현진 선수 자랑스럽고 축하하는데 팀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네요. 현명한 곳에 돈을 써서 강한 팀이 되어가길...바랍니다..
류현진 선수라면 2년후 미국이던 일본이던 fa자격 즉시 해외무대로 진출을 하겠죠 1선발님 말씀처럼 1,,2년사이에 뚝딱 하고 우승권으로 올라가기는 무리일테고 류현진 선수의 존재감이 엄청난건 사실이지만 현진선수 혼자의 힘으로만 팀성적을 내기는 역부족이란걸 그동안 경험했습니다. 2년후 류현진선수가 결국 진출을했을때 예전만큼의 구위를 보이지 못하고 고생을할경우,, 우리는 모두 아~ 그때 나갔더라면,,,, 하고 이순간을 엄청 그리워 할것입니다. 한화도 현진선수에게 의지할께 아니라 9명의 선수들이 힘을모아 해결할수있는 스타일로 이제 변해가야죠,,
투자할 타이밍에 에이스가 나가는 아쉽지만 언제까지 헨진이가 있어야할까요? 어차피 2년뒤면 나갈 에이스였고, 아무리 환경이 안 좋았어도 이제 환경이 안 좋아도 특급에이스는 아니더라도 에이스는 우리 손으로 키워봅시다..그리고 헨진이가 가졌던 승리에대한 열망과 열정을 모든 선수들이 가져도록 환경을 만들어야지요..
현진이의 빈자리 올해 가능성을 보여줬던 혁민이와 창식이가 메워줄꺼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내년엔 좋은 성적을 못거두더라도 하주석과 유망주인 임기영 선수에게 기회를좀 많이 주었으면 좋겟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내후년쯤에는..이기는 것에 익숙한 한화가 되어야 될텐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