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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저는 노래는 잘 못 부르지만 봄의 하얀 목련 꽃을 볼 때마다 시인 박목월의 ‘사월에’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봄의 향취를 느끼며 친구와 야외에서 술이나 한잔 하고픈 생각이 절로 나는 계절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인생삼락을 첫째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간직하는 일(一讀), 두째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 하는 일이며(二色), 셋째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가무와 풍류를 즐기는 일(三酒)이라고 했습니다. 친구와의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인생삼락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연말이면 전화 번호를 정리하게 됩니다. 전화번호를 가족관계, 친밀관계, 친근관계, 공적(업무) 관계 등으로 분류하여 그룹별로 전화 통화 빈도를 살펴봅니다. 그 중 아직도 과거 업무로 연결된 수백 명의 명단을 지우지 못하고 있으나, 1년에 한 번이라도 전화하고 카톡이나 문자라도 교환하는 경우는 정말로 극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경조행사가 대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자주 통화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친밀관계 부류의 친구들입니다. 흔히 은퇴준비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 돈, 친구, 건강, 일자리를 말하곤 합니다. 돈, 건강에 대하여는 말할 것 없고 직장을 떠난 평생일자리와 죽는 날까지 같이할 친구는 정말로 중요한데 이는 오랫동안 별도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조비룡 서울 의대 교수는 인생의 마지막 10년의 행복은 자기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연골, 주위 사람들과 정 깊게 교류할 수 있는 인간관계,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보람이 있는 할 일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앞의 은퇴준비와 똑 같은 말입니다. 인간관계의 핵심인 친구, 친구가 한 명 더 있으면, 갈 수 있는 길이 한 갈래 더 늘어 나는 법입니다. 손을 뒤집으면 구름이 되고 다시 엎으니 비가 되니 어지럽고 경박한 세상인심 헤아릴 길 없구나. /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관중’ 과 ‘포숙아’의 어려웠을 적 사귐을 / 요즘 사람들은 우정 버리기를 흙 버리듯 하네. (두보) 요즘 온통 화제가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관포지교에 대한 우정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 합니다. ≪사기≫에 ‘나는 전에 가난해서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포숙의 허락 없이 내 몫을 많이 취하곤 했지만, 그는 나를 욕심장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때 포숙을 위한답시고 사업을 시작한 일도 있었는데, 그 사업이 실패하여 오히려 그를 망치게 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사업에는 시운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일찍이 임금에게 세 번씩이나 불려가 벼슬을 했지만 매번 쫓겨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그 때마다 나를 못났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직 때를 못 만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또 나는 세 번이나 전쟁터에 나갔지만 세 번 모두 도망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나를 비겁하다고 꾸짖지 않았다. 내게는 봉양해야 할 늙은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 내가 모시던 왕자가 포숙이 모시던 왕자와 제후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가 실패하여, 왕자와 나의 동료는 죽고 나만 구차스럽게 살아남아 생명을 유지할 때도, 그는 나를 수치심 모르는 사람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추천해 나의 명성을 날리게 해주었다. 내가 작은 절조보다는 천하에 공명을 내지 못함을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나를 낳아 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세상에서 나를 알아 준 사람은 포숙이다!’ 관중에게 죽음이 임박하자 제 환공은 적이 당황했습니다. 관중의 뒤를 이을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기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몸소 관중을 찾아가 병문안을 하면서 다급히 그에게 물었습니다. “만일 그대가 없어진다면 나는 누구를 찾아가서 그대의 임무를 맡겨야 좋단 말이오?”그러고 나서 환공은 관중의 오랜 친구인 포숙아가 후임자로 어떠한지 물었습니다. 틀림없이 관중이 동의하리라 생각하였지만, 뜻밖에도 관중은 단번에 반대하면서 포숙아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반대 이유인즉 “포숙아는 무골호인인데 어떻게 시시각각 권모술수를 써야 하는 그런 아귀다툼을 벌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이 호인에게 재상의 자리를 맡긴다면 포숙아만 끝장나는 게 아니라 제 나라도 무너지고 말 겁니다.” 포숙아는 호인이고 성품이 대단히 올곧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올곧은 호인은 사람의 됨됨이라는 면에서는 최고이나, 대단히 복잡한 정치적 중임을 짊어져야 하는 재상의 자리는 올바름만 따지는 호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설명된 바와 같이 관중은 한평생 포숙아의 은혜를 너무 많이 입었습니다. 이제 죽음이 임박했으니 그 높은 자리를 포숙아에게 양보해 주는 것이 맞는데, 뜻밖에도 제 환공의 면전에서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사실 관중의 그 말은 정말로 포숙아를 아끼고 제 환공과 제나라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포숙아가 그 일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기쁘게 말했습니다. “관중은 정말로 나를 가장 잘 알아준 친구였어. 나는 확실히 그 직위를 감당하지 못해. 만약 맡았다면 아마도 내 목이 붙어 있지 못했을걸.” 그들이 나누었던 우정은 이처럼 진지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들이 함께 사업을 벌이는 동안, 포숙아만 관중을 추천했지 관중은 한 번도 포숙아를 추천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잘 지냈습니다. 진정으로 친구를 알아봐 주었던 부분도 통상적인 우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이야기하면서 앞부분 의 이익금을 나눈 대목에만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은 포숙아 이고 자신은 영원히 관중이기를 희망합니다. ‘육신이 약하면 하찮은 병균마저 달려들고, 입지가 약하면 하찮은 인간마저 덤벼든다. 일이 풀린다면 어중이떠중이 다 모이지만, 일이 꼬인다면 갑돌이 갑순이 다 떠나간다’하였듯이 친구 또한 마찬가지다. 밥 먹고 술 마실 때 호형호제 하는 친구는 천명이 넘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 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주식형제천개유 酒食兄弟千個有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가? 먹고, 마실 때 형제 같은 친구는 많으나,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는 없다.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가 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가 단술 같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오래되어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명심보감) 두보는 ‘꽃이 떨어지는 시절에 그대를 만나다(落花時節又逢君)’라고 낙화가 말없이 가지를 떠나는 것처럼 쓸쓸한 만춘에 친구를 만난 기쁨이 오죽 했겠는가 하고 노래 하였는가 하면 백거정은 ‘떨어진 꽃은 말이 없이 가지를 떠난다(落花不語空辭樹)’라며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없어 쓸쓸한 심경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옷과 그릇은 새것이 좋으나 술과 벗은 오래될수록 좋은 법입니다. 그것도 오래도록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말입니다. “유익한 벗이 셋 있고 해로운 벗이 셋 있느니라, 곧은 사람과 신용 있는 사람과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유익하며, 편벽한 사람과 아첨 잘하는 사람과 말이 간사한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해로우니라. -"孔子 새가 죽을 때는 우는 소리가 구슬프고, 사람이 죽을 때에는 하는 말이 착하다(鳥之將死其鳴也哀 人之將死其言也善)고 하였습니다. 어느 자수성가한 기업인은 가장 참회와 용서로 선하게 맞이할 극단적 죽음에서 조차 어려울 때에 외면한 금난지붕(急難之朋)의 아쉬움을 흔적으로 남기고 죽음을 하나의 선별적 인과응보 잣대로 사용한 듯한 안타까운 모습을 봅니다. 이는 안씨가훈(顔氏家訓)에 나오는 ‘세력으로 사귄 사람은 세력이 기울면 끊어지고(이세교자以勢交者 세경즉절勢傾則絶), 이익으로 사귄 사람은 이익이 다하면 흩어진다 (이리교자以利交者 이궁즉산利窮則散)’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보면서 다시금‘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함석헌씨의 시구를 되새겨 봅니다. |
첫댓글 일수거사님..워요..
오늘 주신글에서..
오래된 벗이좋다라는 말씀...귀담아 봅니다..
곧은 사람과 신용 있는 사람과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유익하다....
마음에 새겨 담을께요..
한주동안..
수고 많으셨어요,,편안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