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플랑의 [까르멜파 수녀들의 대화 'Dialogues of the Carmelites']는
스토리상 대화라기보다 '이야기'라고 이름 붙이는 게 자연스러울 듯 하다.
이 오페라는 1797년 7월 17일 까르멜파 수녀 16명이 단두대에서 죽어간 이야기를 소
설로 쓴 제르트뤼트 폰 포르의 소설[사형대에 선 최후의 여자]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
이다.
자료로 올린 이 영상은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인데 수녀들이 단두대에서 차례로 죽어
가는 것으로 20 세기 중반에(1956년) 작곡된 오페라가 어차피 선율면에서 어려운 편
이라면 비교적 들을만하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순간을 묘사해 놓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관객들은 오페라의 아름
다움보다 끔찍하단 느낌도 들게 한다. 단두대의 칼날이 목을 내려치는 효과음까지 들
리니 섬찟해서 아무리 음악이 난해 하다 해도 이 소리만큼은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까르멜파 수녀들의 대화]는 얼핏보면 수녀들의 순교를 말하려는 이야기 같은데 내가
해석하기에는 프랑스 혁명의 광기,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에 촛점이 맞춰
진 오페라이기도 하다.
[줄거리]
블랑쉬는 프랑스 혁명이 한창 진행중인 당시에 혁명파들의 숙청 대상인 귀족 집안의
딸이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햇을때 마차가 사람들 속에 갇혀 겨우 목숨을 건
진 적이 있는데 그래서 자기 스스로 두려움 속에서 태어났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자기
그림자에 놀라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겁이 많기도 하다.그녀는 독특한 생을 살고싶은
소망으로 아버지와 오빠의 만류를 뿌리치고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수녀원장은 블랑쉬의 말을 듣고서 그녀의 이상에 제동을 건다. 수녀원 생활은 오로지
기도만 해야 하는 것이 정해진 목적이라면서 그런 소망은 애당초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던 수녀원장은 곧 병으로 죽어가는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수녀원은 더럽혀지
고 제단은 둘로 갈라졌다'라고 소리치며 죽는다.
이어서 리두안 수녀장이 수녀원장으로 추대되고 그녀는 수녀원은 오직 기도만 할 뿐
심지어 순교도 경계해야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제 수녀원에도 혁명 정부의 명령으로 미사가 금지되고 평복을 입어야 하게 되엇다.
리두안 수녀원장과 마리 수녀장은 도피와 순교의 갈림길에서 논란을 벌인다. 수녀들은
투표를 하고 블랑쉬는 너무 무서워 이 틈에 도망쳐 버린다.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
와 자기 집을 점거한 자들의 하인이 되어 있다. 어느 날 마리 수녀장이 블랑쉬를 찾아와
서 모두들 순교하기로 했으니 돌아가자고 하는데 블랑쉬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
면서 죽음을 앞에 두고 두려워 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며 하나님도 진노하지 않을 거라고
답한다.
수녀들은 감옥에 갇히게 되고 수녀원장은 우리가 순교하게 된 것은 원장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며 수녀들에게 자신은 순교에 투표하지 않았으니 순교는 당신들의 영광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그녀도 순교에 동참한다
Salve Regina/ 성모께 경배드리나이다(동영상 장면)
수녀들이 '살베 레지나(찬미, 성모)를 부르며 한 사람씩 단두대로 가서 죽어가고 블랑
쉬는 군중 속에서 이 상황을 지켜 보다가마침내 수녀원 시절 절친한 동료였던 콩스탕
스에게 다가가서 함께 순교할 의사를 나타낸다. 둘은 기꺼이 죽음을 맞는다.
수녀원 시절 콩스탕스는 블랑쉬에게 "돌아가신 수녀원장님이 평소와 다르게 겁이 많았
던 것은 겁 많은 누군가의 영혼과 바뀌어서 그런 걸 거라'고 말 한 적이 있다.
마리 수녀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3막 2장 - 파괴된 포르스 후작의 서재]
수녀들이 순교에 대한 대화를 하는 중에 블랑쉬는 너무 겁이 나서 도망쳐 버린다
마리 수녀장이 그녀를 찾아와서 수녀들이 있는 곳이 안전하다며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블랑쉬는 본래 겁많게 태어나서 겁쟁이로 살아가고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경멸받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며 하나님도 죽음 앞에서 두려워 하는 것을 죄라고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
다. 그리고 아버지를 처형한 자들이 내 집에 들어와 살고 나는 여기서 들의 하녀가 되어
매도 맞지만 이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믿는다 '라고 울면서 마리 수녀의 권유를 거절
한다. 마리 수녀는 경멸받는 것보다 스스로를 경멸하는 것이 더 불행한 것이라며 블랑쉬
가 내일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다고 말하고 그곳을 떠난다.
첫댓글 단두대 혁명으로도 불리는 피비린내 나는 프랑스 혁명. 그 역사성을 비판적으로 보면, 가장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간성의 회복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게요, 그런 희생 덕분에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지도 ..그 혁명을 목격한 유럽 다른 나라들이 서둘러 입헌 군주제나 공화제를 채택한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문학이나 음악, 미술, 영화에서도프랑스 혁명의 비 인간성을 종종 다루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