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생성형 AI' 임팩트
'코팅.작문.시험공부에 쓰고 있다'
성균관대 조사, 학생 대부분 사용
대학들도 수업.과제에 속속 도입
윤 대통령 '전 국민 AI 일상화' 강조
성균관대 영상학과 이혜민 교수는 지난 학기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작품을 창작하라'는 과제를 냈다.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 '달리(Dall-E)'나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하라는 주문이었다.
한 학생이 즐겨 쓰는 향수를 글로 표현하고 이를 AI가 그림으로 그린 작품을 제출했다.
군인.범죄자.우주비행사 등 수십 개 직업으로 변신한 학생의 모습을 AI가 그려낸 것도 있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앞으로 예술가의 개념이 개발자나 엔지니어로 확장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화책이나 영화 시나리오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착하고 용기 있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동화'를 챗GPT가 스토리를 만들고, 그림 AI가 삽화를 그렸다.
이혜민 교수는 '이제 작품 활동에서도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명령어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AI) 도약 회의'에서 언급된 '전 국민 AI 일상화'가 일부 대학가에선
현재진행형이다.
사회 각 분야의 AI 기본기를 다지고 초거대 AI 기업을 키우려는 정부 목표를 위해선 AI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챗GPT의 등장 때 '과제 표절' 등 걱정이 앞섰던 대학이 이제 그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이유다.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정승익 교수는 지난 학기 전자공학과 강의에서 챗GPT 답변을 필수로 포함한 에세이를 제출하게 했다.
강의 계획서에는 '챗GPT를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감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그 계획서 역시 정 교수가 챗GPT를 써서 작성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강제해서라도 챗GPT 활용법을 트레이닝하려고 했다'며 '챗GPT 도움을 받으니 전자공학도겐 생소할 수 있는 예술 전문 용어를 활용한 에세이도 나왔다'고 했다.
대학가에선 AI 활용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성균관대의 한 설문조사(재학생 219명 참여)에서는 33.3%가 '코딩과 프로그래밍에 챗GPT를 쓴다'고 답했다.
글 쓰기(30.5%), 아이디어생성(18.3%), 전공.시험공부(16.9%) 등에도 호라용하고 있었다.
'AI를 사용해 학습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답변은 86.8%에 달했다.
이상은 성균관대 교육개발센터 부센터장은 챗GPT는 학생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와 학교가 올바른 사용에 대한 ㄱ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챗GPT, 표절악용 우려 있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교수법 바꿔야'
해외에서도 쳇 GPT 허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인 '국제 바칼로레아(IB)'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글에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ㅙㅆ다.
생성형 AI 도입이 교육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대학가의 전망이다.
정승익 교수는 '그동안 교육이 답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민 교수는 'AI 시대에는 AI 리티러시(문해력)를갖춰야 한다.
AI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을 잘 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 과제와 시험도 글쓰기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포트 재출보다 토론과 발표를 통해 학생의 이해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성민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챗GPT 이후의 글쓰기는 글 자체가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에서의 사고력이 중요해졌다'며
'작문의 개념이 '쓰기'에서 '퇴고(글을 고치고 다듬는 것)'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대학 과제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학술 논문 작성을 돕는 전문 AI가 개발됐고,학술지 네이처는 아예 '챗 GPT를 사용할 경우 논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장은 '챗GPT를 이용하면 수개월 걸리던 논문 작업이 수일로 줄어든다.
통계 분석.번역.요약 등을 챗GPT로 활용하고 대신 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챗GPT가 표절에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7월 영국의 명문대 그룹으로 불리는 '러셀그룹' 대학 24곳은 생성형 AI에 대한 공동 지침을 만들었다.
평가 방식에 '윤리적 AI 활용' 여부를 반영하고 적절한 활용법을 가르치면서 모범 사례를 공유하자는 내용이다.
한국 대학생들도 챗GPT 윤리 강령을 만들고 있다.
국민대는 올해 2월 국내 대학 최초로 팻GPT 윤리 강령을 선포했다.
시험과 수업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AI가 고난도 시험 문제를 풀 수 있으니 구술평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문표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챗GPT를 금지하는 것은 싣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거다.
챗GPT가 대체할 수 없는 문제 해결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고 평가할 수 있도록 교수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