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윙을 춘 지가 6개월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업 앤 다운이 있듯이 이 짧은 기간에도 춤에 대해 신바람이 났다가도 또 따라오지 않는 몸 때문에 절망하게 되기도 합니다. 지터벅을 간신히 끝내고 린디합을 추는데 스텝이 음악과 잘 맞지 않아 고생을 했습니다. 이번 주에 졸업식을 했는데 저희 기수는 모두 유급이랍니다.
어쨌든 12월 20일에 저희 후배들의 지터벅 졸업 파티가 예정되고 저희 기수에게 특별 공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어찌어찌 공연팀에 합류했고 남자 두 명과 여자 네 명으로 구성된 공연팀은 2주 전부터 연습에 돌입합니다. 빠른 음악과 현란한 안무로 구성된 공연 내용은 저희 모두에게 큰 모험이었고 강사의 꾸중과 면박으로 자존심을 다치기도 합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연습 강행군! 마지막 날은 새벽 3시반까지 연습을 했는데 다리가 풀리고 관절이 아프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4기 졸업파티날. 의상은 수박색 벨벳 반소매 상의에 검은색 벨벳 치마. 이 치마는 스핀을 하면 90도 각도로 완전히 펼쳐지는 이른바 접시치마랍니다. 리더들도 흰 와이셔츠에 회색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멜빵으로 멋을 내엇습니다. 음악은 4분 정도 길이의 Shake Hands and Come out Swinging 이란 곡인데 빠르기가 장난이 아니죠. 떨리는 마음으로 플로어의 중앙에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되도록 신나는 미소를 띄고 중간에 연기도 자연스럽고 재미나게 하려고 노력했죠. 음악이 끝나자 터지는 열화와 같은 박수. 친구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환호에 일일이 답했습니다. 누가 동영상을 찍어 두었으면 여기에 올려 보여드렸을 텐데 아쉽군요. 사진은 몇 장 찍었는데 나온 걸 보니 너무 흔들려서 볼 만한 게 못 되어요.
준비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과 춤을 즐기다가 바를 나와 뒤풀이 장소에 갔습니다.
흥겨운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다가 누군가가 스윙 cd를 틀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신나고 매혹적인 분위기는 그 술집 손님들의 넋을 거의 빼 놓았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심취한 나머지 주문을 받는 일도 놓치고 어떤 이는 자기 회사에 와서 공연을 해 줄 수 없느냐며 명함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워낙 춤의 고수들이 많은지라 흥이 더할수록 살사,라인댄스 등이 계속 이어졌지요.
남의 영업집에서 이렇게 춤을 추는 것도 참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알콜댄스라는 게 그토록 재밌는지는 정말 몰랐네요. 하여튼 함께 온 승민이는 그 분위기에 연신 감탄하며 즐거워했더랬습니다.
이 춤의 향연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내일은 또 스윙바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고 이번 주 토요일에도 코엑스에서 타동호회 창립 1주년 파티가 있다는군요. 강습도 계속 받아야 할 테고 연습도 부지런히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그저 춤을 즐길 수 있길 바래요.우리 카페 식구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은 데 아무도 호응을 안 해 주시네요. 그래도 여전히 물을 겁니다.
Shall we dance?
*맺으며
재미있게 읽으셨어요? 가헌님과 lisa님이 리플을 달아 주셔서 더욱 힘을 내어 썼답니다.
요즘 밤비는 비싼 수술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큰 소리로 잘 짖어 저희는 수술비를 환불받아야 하지 않을까 고심 중입니다. 여전히 애교를 부리며 점점 언어 표현 능력이 향상되고 있답니다.
야옹이언니 현숙이는 내일 24일, 1월에 있을 야옹이언니의언니(이정애기자)님의 결혼식 관계로 서울에 옵니다. 밤비형아는 이 날을 무척 고대했겠지만 밤비형아도 1월 1일에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어 두 연인의 만남의 시간이 길지 않아 안타까워한답니다. 야옹이언니가 좀 달라졌는지 미국생활을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야옹이언니를 유별나게 좋아했던 밤비는 야옹이언니를 과연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오늘 저녁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강동석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공연 프로그램도 좋았고 강동석의 화려한 연주는 너무나 매혹적이었습니다. 하피스트 나현선의 연주는 천상의 소리와도 같았고 강동석이 기타리스트 장승호와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를 연주할 때는 온 몸이 전율에 휩싸였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게 편곡된 크리스마스 음악들,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의 투명한 음성으로 듣는 캐롤, 겨울에 들으면 더욱 맛이나는 비발디 사계의 겨울... 마지막으로 출연자 전원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주하는데 저는 속으로 공연 전에 내리던 비가 하얀 눈으로 바뀌어 있기를 바라는 주문을 외워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공연 후 비는 더 많이 왔지만 이 마법은 내일 밤까지 유효하니 좀 기다려 보기로 했죠.
벌써 새벽이 되어 24일로 넘어갔네요. 다들 크리스마스 이브에 멋진 계획있으세요?
특별한 계획이 없으시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랑이 넘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길 바래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밤비 산타에게 선물 부탁하는 거 잊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