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오시는 파출부 아줌마가 계신다.
벌써 9년째이니 파출부 아줌마라고 부르기에는
한 식구나 다름없는 분이다.
아저씨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처음 우리집에 나오게 되셨는데
어느 덧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줌마가 처음 오셨을 때 중학생이었던 그 집 딸아이가 벌써
대학을 졸업했고 아들은 전경으로 얼마전에 서울 시내에 배치되었다.
아저씨는 몇년전에 간암으로 세상을 뜨셨다.
아저씨가 떠나신 후 마음을 못 잡고 울기만 했다는 아줌마는
언제부턴가 내가 굳이 부처님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가끔씩 불교에 대해 묻고 하였다.
나 또한 불교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그런 아줌마한테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곤 했다.
그리고 그 아줌마의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보라곤 빌려주었다.
특히 일타스님의 책과 "법공양"같은
쉬우면서도 신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을 주로 빌려 드렸다.
내가 굳이 책을 주지 않고 빌려 드린 것은 기간을 정해 읽으라는
의미였다. 그 책을 읽어야 다른 책을 볼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그런데 하루는 퇴근해서 일찍 들어와 보니 아줌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왜 그러느냐고 묻는 나의 말에 아줌마는,
전경으로 간 아들이 나왔다 귀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섯시경에 전화를 받았는데 혹시 탈영한 것은 아닌가해서
심장이 떨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을 비롯해서 알아볼데는 다 알아 봤어도 전부 모른다고 했단다.
더구나 그 아들은,
"맨날 때리는 고참이 있어서 귀대하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아들을 직접 부대까지 데리고 가지 않고
그냥 일을 나와버린 자신이 너무너무 후회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알아볼 데도 없고 막막하기만 한데 어디 절이라도 가서
기도를 했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줌마한테 위로차 얘기를 했다.
"아줌마, 아줌마가 계시는 곳이 법당이예요.
부처님은 절에만 계시는 곳이 아니고 아줌마가 계시는 곳
어디라도 항상 계시는 분이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해 보세요. 빨리 귀대하게 해 주시라고요."
그리고 나는 내 일이 바빠서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런데 한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니 아줌마 얘기로는 정확히 40분만이었다고 한다.
아줌마 핸드폰이 울렸다.
부대에서 온 전화였다.
아줌마의 아들이 무사히 귀대했다는 전화였다.
그러면서 자신한테 기도하는 법을 알려 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했다.
아줌마는, 자기가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기도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런 아줌마한테
"그건 아줌마의 기도가 간절했기 때문이예요."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부모한테 자식만큼 소중한 존재가 있을까?
부모한테 자식만큼 간절하게 기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줌마는 남편 죽었을 때보다 더 속이 타는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속이 타 내리는 듯한 간절함이 아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나 자신을 온전히 잊어버리고 오로지 아들 돌아오기만을
염원했던 지극함에 관세음보살님께서 응답하셨을 것이다.
이런 기도에는 남성도 여성도, 학력이 높고 낮음도 다 필요가 없다.
오로지 지극하고 진실된 마음.
그 마음 하나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
나 또한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을 뿐이고
아줌마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
꼭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받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이후 아줌마의 기도는 계속되었고 가피도 계속되었다.
남편이 사업에서 망하고 거의 십년 동안 의절하다시피했던
시댁 식구들이 아저씨 제삿날 찾아와 그동안 고생많이했다며
위로를 했다는 말을 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아줌마는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도 아줌마는 상기된 얼굴로 대문을 들어섰다.
그동안 남남처럼 지냈던 언니가 집을 찾아와서는 앞으로 잘
지내자는 얘기를 했다며 자신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그 언니를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아줌마한테 언니에 대한 원망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전생에 아줌마가 언니한테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러니 무조건 잘못했다고 참회기도를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기도의 결과가 어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런 아줌마한테 나는, "아줌마는 비록 아직 가난하긴 하지만
정말 복받은 분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부처님을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이렇게 진실한 불자가 되었으니 이보다 더 복받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의 말에 아줌마는,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줌마한테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기도를 하다보면 안 좋은 일도 생길 거예요.
그럴 때도 좌절하지 마시고 전생의 업장이 소멸되려고
나오는 거니까 기쁘게 받아 들이세요.
그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기도하시구요."
아줌마는 꼭 그러마고 얘기했다.그 얘기는 딱히 아줌마한테만 하는
얘기는 아니었다. 나 자신한테 하는 얘기였다.
요즘 아줌마는 새벽 5시면 일어나 1시간동안 염불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연속극도 보지 않고 오로지 불교 방송만
틀어놓는다고 했다.
출처 : http://cafe.daum.net/amtb/4t7F/1831
첫댓글 성불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