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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를 벗어나 둘레길 코스로 접어드는데 카페 <히말라야>가 눈에 들어왔다
이처럼 지리산은 히말라야를 품에 안을 만큼 아늑하고 넉넉한 산이다
이 카페는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소박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리산에 자리잡은 지 18년째 되는 손성진, 지현숙씨 부부가 주인장이다
인도에 3년쯤 공부하러 떠났다가 아이가 생겨서 1년 만에 이곳으로 들어와 자리잡았다고 한다
길가에는 보리수가 많이 심어져 있었는데 빠알간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었다
열매의 맛은 단맛과 신맛, 떫은 맛이 나는데 피로회복과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한다
남원시에서 농민들이 가꾼 농작물에 손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심었다는데...따먹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서진암 삼거리에 도착하여 흠뻑 젖은 얼굴의 땀을 닦으며 잠시 쉬었다
서진암까지 올라갔다 오자는 소수 의견이 있었으나 왕복 1.2km는 너무 벅찰 것 같아 그냥 통과하였다
서진암(瑞眞庵)은 산자락에서 가파르게 600m를 오르며 땀을 흘려야만 도달할 수 있다.
500년전 조성된 이곳에서는 깨달은 나한이 되기를 발원한 스님 한분이 홀로 선정을 닦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 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앞서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는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이 아니다
낯설고 절박 한 길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도종환 <처음 가는 길> 부분
지난 밤에 지리산 자락에 비가 많이 내린 모양이다
사랑스럽게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에 물이 넘쳐 흘러 신발을 적신다
이 길은 혼자여도 상관은 없다.
노랑, 보라, 하양, 고개를 내민 꽃들과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들은 누구보다도 좋은 동행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느림(Slow) 지향의 문화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데 취지를 둔다.
지역의 우수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는 신개념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옛길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두고 원래 있던 다양한 길을 적극 활용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메꽃 | 감자꽃 |
보리수 | 뱀딸기 |
중황마을에 들어서니 고급스런 펜션과 식당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돈냄새를 맡은 외부 자본가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해발 4백 미터의 고지대이면서도 농업이 주를 이루는 중황리는 토질이 좋아 면내에서 가장 좋은 쌀이 난다고 한다
펜션지기처럼 앉아있는 누렁이는 지나가는 길손들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있다
21개 구간 중에서 인월~금계 구간인 3코스의 인기가 높다.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과 은지원 일행이 다녀간 뒤로 부쩍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황마을 무인 쉼터엔 자연산 꽃차, 햇고사리, 컵라면, 캔맥주, 막걸리, 생수 등이 놓여 있었다
막걸리를 마실 땐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어 안주로 먹으라는 안내문이 친절하게 붙어 있었다
마을이 멀어질수록 숲은 깊어진다.
수분을 한껏 머금은 나무는 쾨쾨한 먼지를 벗겨내고 청초한 공기를 쏟아낸다.
초록의 기운을 가득 품은 상큼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촉촉한 흙을 밟을 때마다, 길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숲은 저마다의 향기를 내뿜으며 나풀댄다.
길가의 숲속에서 청초하게 피어있는 하얀 꽃을 발견하였다
잎의 모양이 사슴의 발굽과 닮았다하여 노루발풀이라 불려지는 음지식물이다
짙은 그늘에서 긴 꽃대를 올리고 여러 송이의 꽃이 조롱조롱 달려서 피는데 모양이 참 아름답다
장엄한 군대 속에 혼자 서 있는 소녀처럼 가냘프고도 매혹적이다.
소녀의 맑은 눈동자를 연상케 하는 이 꽃의 꽃말은 ‘소녀의 기도’ 라고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방문객> 부분
빠르게 걷지 않아도 독촉하지 않고, 산행에 익숙지 않은 가족과의 동행도 부담이 없다
길섶의 풀들과 꽃이며, 발끝에 부딪히는 삶의 고단함과 정겨운 풍경들, 낮은 땅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지리산은 또 하나의 가슴으로 더 많은 이들을 품어줄 것이다.
지리산 능선이 보이는 마을마다 전망 좋은 둘레길 주변에는 어김없이 주막이 자리 잡고 있다.
표고버섯 전이나 파전에 막걸리를 걸치며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면 시인 묵객이 따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갈 길이 멀어서 아쉬움만 남긴채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주막을 돌아가니 오리들이 한가롭게 놀고있는 조그마한 연못이 나타났다
지리산 자락에서 만나는 호수는 아늑한 고향의 모습 같았다
물속에 드리운 지리산이 덩달아 흔들렸다.
새하얀 꽃그늘 아래 무더기로 핀 민들레도 있다.
꽃은 지고 솜털처럼 가벼운 꽃씨만 바람 따라 너울너울 여행을 한다.
3코스는 천왕봉을 중심으로 천봉만학(千峰萬壑)을 거느리고 있다
지리산 주능선이 눈을 떠도 보이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구간이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를 머금은 낮은 구름이 산봉우리에 걸려 있어서 장쾌한 능선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상황마을에서 등구령을 향해 오르며 바라보는 다랭이 논들은 애달프다.
계단식 논들에는 자투리땅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지리산민들의 억척스라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수백년 세월 동안 돌을 쌓고 흙을 메워서 물을 가두어 놓은 풍경에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엽서나 달력에서 많이 등장하는 다랑이논 사진들은 대부분 상황마을에서 촬영된 것이다
가을에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의 다랭이논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데...가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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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령쉼터는 항상 길손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은 한때는 무인매점으로 운영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을 찾는 둘레꾼들이 많아지면서 송씨 부부가 상주하는 유인매점으로 바뀌었다.
쉼터의 위치가 쉬어가지 않을 수 없는 자리이고, 주인장 아주머니의 넉살이 좋아서 매상이 팍팍 오르고 있었다
3구간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해발 650m의 등구재다
등구령쉼터에서 막걸리를 몇 사발 마신 탓에 등구재 오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고갯길은 가파르게 일어서고 내쉬는 숨결도 덩달아 가팔라진다.
자료에는 거북의 등을 닮아 등구재라는 설명도 있고, 아홉 구비를 오르는 의미에서 등구재라고 한다는 설명도 있다.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의 경계인 등구재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고 또 이어주는 길목이다
우리는 등구재 숲그늘에서 이른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비에 젖은 숲은 식사하기엔 어설펐지만 마땅한 평지가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고갯마루에서 정겹게 식사를 하였다
이의송 마르도니오 부회장의 등산화가 입을 벌려버렸다 ㅋㅋ
밭에서 주워온 폐타이어 끈으로 칭칭 묶은채로 여기까지 올라온 고통이 느껴진다
마르도니오의 대자인 등반대장이 등산화를 사주기로 해서 훈훈한 정이 전해졌다
등구령에서 내려와 창원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길고 길어서 매우 힘들었다
길게 이어지는 시멘트길에서 지쳐갈 무렵 근사한 쉼터가 나타나서 좋아하였다
그러나 쓰레기가 쌓인채로 방치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둘레길을 걷는 길손들은 스스로 환경을 보호하고, 자신의 쓰레기는 손수 챙겨가는 모범을 보여야할 것이다
3구간은 눈을 떠도 지리주능선이 보이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구간이다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창원마을에서 지리능선을 찍었지만 온통 구름뿐이었다
2008년 11월 故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둘레길을 걷는 중에 들러 반홍시를 먹었던 마을이다
노 전대통령은 "꼭 다시 한번 오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지만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남궁경희, 남궁춘희, 남궁옥희 세 자매님이 한곳에 모였다
지리산둘레길에 동행하기 위해서 인천에서 일부러 오셨다고 한다
세 자매들은 흥이 넘치고 우애가 깊어서 후덕한 지리산을 닮은 것 같았다
창원마을 어귀에는 수백 년 된 당산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었다
둥그렇고 널찍한 당산 터를 이루어 재 넘어가는 길손들의 안녕을 빌고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산림거사 개암 강익선생이 세상의 어지러움을 피해 이곳에 머물며 명시를 남긴 마을이기도 하다.
창원마을의 중간 지점에 <안녕>이란 아담한 카페가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라는 정현종 시인의 싯귀가 씌인 목판이 카페 앞에 놓여져 있었다
3구간은 쉼터와 카페, 펜션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구간인데...다시 한번 여유롭게 걷고 싶다
창원마을은 넉넉한 곳간 마을인데 지리산을 정원처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세로 거둔 물품들을 보관한 창고가 있었다 해서 ‘창말’이었다가 이웃 원정마을과 합쳐져 현재 창원이 되었다.
창고마을이었던 유래처럼 현재도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농산촌마을이다.
다랭이논과 장작 담, 마을 골목, 집집마다 호두나무와 감나무가 줄지어 있고 아직도 닥종이 뜨는 집이 있다
둘레길은 산 아래로 곧장 내려가다가 창원마을 다리에서 갑자기 다시 금계마을로 가기 위해 산으로 오른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후텁지근한 공기로 인해 땀이 비오듯이 흘러 내렸다
지친 다리를 질질 끌며 금계(金鷄)마을에 당도하니 느티나무 아래 쉼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하산주를 마시려고 했지만 사용료를 5만원 내라고 해서 그냥 떠나왔다
실상사를 잠시 둘러본 다음, 지리산휴게소로 들어가 버스 옆에 식탁을 차렸다
오늘의 하산주는 창립 14주년을 맞이하여 간부들이 정성껏 준비하였다
돼지머릿고기, 홍어회, 묵은김치, 찰밥, 과일, 막걸리 등이 어우러져 풍성한 잔치가 되었다
마시는 도중에 그동안 참아왔던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잠시 주춤하였지만 우리의 흥을 깨지는 못하였다
첫댓글 항상 컴퓨터를끼고 근무를 해서리, 무작정 우리 등산회 카페를 훌터보는 습관이 생겨서...
아마도 제일 먼저 카페지기님 산행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운좋게 가장 먼저 접하는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행운이죠...
이번 3구간도 뉴스거리도 많고, 오르락 내리락 그리고 그 많은 펜션들~~~ 누가 와서 놀다갈까?
아마 이곳이 수도권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대박들을 터뜨릴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문특 해봤네요?
지나가다 들린 2군데 막걸리집 그냥 끝내주었습니다.
녹음이 짙어져만가는6월, 담달 지리산 둘레길 4구간도 기다려집니다~~~고맙습니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지만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아 넘넘 기분 좋았지요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데 구름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신산회가 창립 14주년을 맞이했는데 앞으로 영원히 이어지게 하자구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게 해주신 주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절묘한 타이밍을 우리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날저녁 호우주의보가 내렸는데
만약 걷는도중 그랬으면 도망갈길을 마련해놨었지요
그날의 감동이 새롭게 느껴지는 글을 읽으면 다음달이 기다려 지는데
성질급한 저는 한번에 다 돌아봤으면 해지네요 ㅎ
그러나 참아야지요
그래도 바람은 좀 불어 주시고요 입니다 ㅋ
대장님 및 새로운 임원진의 수고로움으로 인해 먹거리 볼거리~
가득한 여정이었습니다.
어느덧 14주년이라니.. 저의 청춘도 신산회와 함께
녹아져 자연속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한 여정이었습니다.
강한 삶의 원동력이 된 신산회.. 사랑합니다.
변함없이 이끌어 주시는 임원진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 날의 감흥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나마스테님! 개인의 시간과 열정을 쪼개어 이렇게 맛깔스러운 산행기를....
존경합니다.
무릉도원이 뭐 따로 있나.... 여기 지리산둘레길에 열려 있었수.
이 세상 땅의 생기와 훈훈함이 이 곳에 모다 모여 있었수.
적당히 젖어 있는 숲속 아름다움은 우리의 정겨운 인연을 더욱 빛나게 했수.
숲길따라 조금씩 오르고 내릴 때
대자연 앞에서
우리의 마음과 몸은 점점 신선들이 되어가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