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광을 파는 날이다.
하지를 앞두고 예산에서 5일장이 열렸다. 여러 지역에서 아침 일찍 달려온 사구, 팔구, 장사패가 예산시장으로 모여들었다. 예산시장의 넓은 공간에 홍단과 초단은 포장되어진 자리에서 터주 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5광은 서로 흩어져 시장광장에 진열되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5일 장날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시장 장옥점포 안은 한가하다. 장옥점포 보다는 시장광장에 자리를 잡은 사람과 팔려나온 상품이 많아 북새통을 이룬다.
파장시간에 맞추어 나는 오늘 모처럼 예산시장에 들렸다. 걸음속도를 평소보다 적게 했다. 내 안경 속의 눈동자는 곁눈질하며 빠르게 변해버린다. 시장광장에 있는 상인 상대편의 패를 잘 살펴 보아야한다. 상대편을 혜안으로 배려했다가는 내가 시장상인으로부터 독박을 쓰고 만다. 독박을 쓴 물건을 주섬주섬 들고 집으로 들어 깔 때에는 집에 있는 아낙의 눈치를 보아야한다.
해는 서산에 지고 있다.
예산 국밥집에서 연탄난로구멍에서 스멀스멀한 연기가 연신 나온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쪽 패를 힛쭉힛쭉 본다. 나는 파장의 소기목적을 달성하기 전에 장국밥을 먹고 싶어도 꾹 참아야한다. 장국밥집에 들어가 돼지고기 내장을 성급하게 먹다가 급체하면 장보기를 서둘러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내 호주머니에 넣어둔 지폐를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세어본다. 파장에 나와 횡재를 하는 날, 내가 사고 싶었던 패를 살 수 있다. 원고, 투고, 쓰리고하다 독박을 써도 되는 넉넉한 돈을 가지고 나왔다.
예산시장장터는 열리고 나서 하루 종일 사람들이 북적이다가 떨이 판매를 하는 상인만 남아 한적하다. 나는 어느덧 시장상인 패를 살펴보는 걸음걸이와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살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지녔다.
시장상인은 좌판에 팔다 남은 물건을 몽땅 떨이하려고 사람을 기다린다. 시장 끝 무렵 파장떨이도 쉽지가 않다. 새벽버스를 타고 가져온 물건을 시장에서 다 못 팔고 남은 물건은 상인들은 집으로 가져간다. 집으로 가지고 온 생선 같은 물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상하여 밑천이 일부 날아가 버려 금전적 손실을 본다.
어둠이 밀려오자 화려했던 시장상인패가 하나 둘씩 걷힌다. 시장광장은 을씨년스럽다.
나는 가끔 예산·삽교읍 파장(罷場)시간에 들른다. 시장상인과 흥정하여 남아있는 물건떨이가 내 수중으로 운이 좋게 들어오는 날, 시장에서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