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 남쪽 탑 높이 : 5.4m, 북쪽 탑 높이 : 5.5m
한국의 불교미술은 유럽의 기독미술만큼이나 찬란하고 장엄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석탑은 탑의 유례가 시작된 인도이나 또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것들과 비교하면 그 예술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며, 한국의 독자적인 예술성과 또 예술적 감각이 집대성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보림사에는 국보 44호로 지정된 남, 북 삼층석탑 2기와 석등이 있다. 높이 5.4m의 남탑, 높이 5.9m의 북탑 그리고 높이 3.12m의 석등이 그 주인공이다. 신라의 전형적인 탑 양식으로 옥개석 위에 연꽃을 아로새긴 보주를 얹어 석등의 전체적인 인상이 경쾌하고 화려하다. 또한 석등은 석탑과 함께 완전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이 시대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아하고 아름다움이 넘치는 걸작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림사는 원래 가지사(迦智寺)로 원표대덕(元表大德)이 거처하던 곳이다. 대덕이 법력으로 정사를 도와 신라 경덕왕은 장생표주(長生標柱)를 세우게 하였다. 이후 보조체징(普照體澄, 804~880)선사가 헌안왕 4년(860) 구산선문 중 하나인 가지산문을 일으켜 선풍을 크게 떨쳤다. 선사 사후(死後) 헌강왕이 사액(賜額)을 내려 보림사라 하였다.
보림사의 일주문에는 ‘가지산 보림사’란 편액이 걸려 있다. ‘迦(가)’는 범어의 ‘kya’로 범어 ‘sakyamuni(釋迦牟尼, 석가모니)’에서 ‘가’를, ‘智(지)’는 범어 ‘jnana’로 번뇌를 끊는 지혜(智慧)에서 따 왔다. 가지산(迦智山)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머무르는 지혜의 산이란 의미이다. 보림사(寶林寺)는 보배로 이루어진 숲속의 절로 육조 혜능대사가 지은 중국의 보림사 명칭과 같다. 혜능의 선맥(禪脈)을 이은 한국의 혜능, 보조체징선사를 기리는 의미에서 보림사라 하였다고 전한다.
보림사의 남북으로 세워진 두 탑은 구조와 크기는 같다. 2단으로 쌓은 기단(基壇)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놓고 머리장식을 얹은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석탑이다. 기단은 위층이 큰데 비해 아래층은 작으며, 위층 기단의 맨 윗돌 은 매우 얇다. 탑신부는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 쌓았으며, 각 층 몸돌에 모서리 기둥을 새겼는데, 2·3층은 희미하게 나타난다.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이 계단형으로 5단씩이고, 처마는 기단의 맨 윗돌 과같이 얇고 평평하며, 네 귀퉁이는 심하게 들려있어 윗면의 경사가 급해 보인다. 탑의 꼭대기에는 여러 개의 머리장식들을 차례대로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보림사의 석탑과 석등은 모두 원형 그대로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특히 탑의 머리장식은 온전하게 남아 있는 예가 드물어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탑 속에서 발견된 기록에 의해 석탑은 통일신라 경문왕 10년(870) 즈음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석탑과 더불어 석등도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림사 대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