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공부하기
조 효 래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좋은 강의가 무엇인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오래 강의를 해왔지만, 내가 제대로 강의하고 있는 건지, 학생들이 잘 알아듣고 있는 건지, 학생들과 잘 소통하고 있는 건지 쉽게 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서, 강의교수법에 관한 글들을 훑어보았다. 대부분 디지털 매체의 활용, 새로운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여러 가지 교수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 보인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눈높이에 맞춘 교수법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 위함일 것이다.
좋은 강의란 과연 교수 방법의 문제일까? 좋은 강의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체계적인 교수방법을 적용한 시스템화 된 강의여야 하는 걸까? 좋은 강의란 단지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교수의 소통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소통이란 무엇에 관한 소통인가? 그 소통은 강의의 내용에 대한 관심, 내용에 대한 관심의 공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수업내용에 관해 학생들의 관심을 북돋우는 것,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는 것, 학생들이 그 주제에 대한 교수의 열정을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주제가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강의일 것이다.
사회과학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적 이해, 보고 듣는 것 이면에 깔린 이해관계와 인과적 논리를 강조하게 되고, 강의의 목표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왜”라는 질문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된다. 문제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사회과학 공부를 예의 그 익숙한 단편적인 개념 암기와 정답 찾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사회과학적 개념을 가르치는 것은 산수를 공부하지 않은 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 이 경우에 사회과학은 참 재미없는 암기과목이 되어 버린다. 사회과학 공부하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회에 관해 알고 있고 듣고 보는 현상들을 하나의 실로 꿰는 일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사회에 대해 별로 알려고 하지 않고 알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수업시간 마다 신문과 뉴스시청을 강조하고,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갖고 이야기하기,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보여주기 등을 많이 활용한다. 사회과학에서는 정보매체뿐만 아니라 정보의 내용, 아니 정보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사회에 대한 관심은 사실 일상적으로 신문과 뉴스보기에서 시작한다. 사회과학 공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고 체계적인 세상읽기에 다름 아니다. 학생들이 아직 맞부딪히지 않았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하고, 세상을 읽는 안목을 가다듬도록 하는 것이 사회과학 공부의 요체이다. 그래서 항상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사회과학에도 정답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러한 강의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단지 교수법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 교수들의 세상읽기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