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무조건적 사랑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납의 경험없이 안정된 인격의 사람으로 자라나기 힘듭니다. 은혜가 어떤 도덕적 선행이나 종교적 수행보다 앞선다는 것은 위대한 진리이며, 모든 인간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복음입니다.
그러나 무조건적 사랑 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없습니다. 사랑 받기위해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리는 우리 삶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습니다. 학교성적이나, 회사에서의 실적,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따라 사람은 사랑 받기도, 무관심의 그늘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대체로 고약하고, 때로 불공정하지만 나도 참여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선수를 기억하고 있는지 꼽아 보십시오.)
좀 더 인간적인 가치, 예의 바르면 이쁨 받고, 인사 잘 하는 사람이 좋은 관계를 누리는 것도 조건적 사랑이 작동하는 예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책임적인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조건적 사랑으로 훈련 받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무조건적 사랑이 주는 안정감 위에서 우리는 조건적 사랑의 세계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조건적 사랑의 플레이 코트에서 지친 몸과 긴장된 마음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무조건적 용납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가정이고, 연인이고, 교회이고, 우정이고, 하나님의 품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복음은 조건적 사랑의 세계를 피할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 그 조건들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도 나는 여전히 사랑 받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음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