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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똥’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은 과연 진실일까?
깨끗한 피부와 건강한 대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해야한다고 정설처럼 알려져 있는 ‘숙변’, 하지만 이 숙변은 사실 온갖 상술의 조합으로 탄생한 가짜 질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숙변을 제거해야 인생이 달라지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이걸 어쩌나? 숙변이란 그 존재 자체가 허구인 것을…….
대장수술이나 대장내시경검사를 하기에 앞서 설사를 유도하는 약을 먹여보면 숙변의 존재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대장의 가장 안쪽인 점막은 미끌미끌한 점액으로 덮여있을 뿐만 아니라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꿈틀대는 연동운동을 하기에 똥이 오랜 시간동안 달라붙어 있을 수가 없다. 숙변은 존재하지 않는 허깨비에 불과한 것이다.
‘똥꼬의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남호탁 원장은 이처럼 숙변의 존재를 부정한다. 뿐만아니라 대장질환에 얽힌 사람들의 수많은 오해와 무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다. 왜 사람들이 똥을 기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그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똥이란 존재를 과감하게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토록 어설프고 쓸데없는 추측들만 난무하게 된 것도 우리가 대장질환을 제대로 이해하려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역설하면서, 조금이나마 똥꼬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아주 과학적인 동시에 개인적인 기록이다. 그동안 진료를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맨토였다고 말하는 남호탁 원장. 그가 정면으로 대장질환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주체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를 이끌어준 수많은 환자들과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아들이 똥을 싸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다 마침내 싸지른 똥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두고두고 잊혀지질 않았다는 그는, 그렇게 스치듯 짧은 인연으로도 평생토록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만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책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억되기를 바라며, 지식만이 아니라 인간의 소중함 자체를 보여주는 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똥을 누려고만 해도
언젠가 미국을 여행하던 중의 일이다. 볼일이 급해 화장실로 달려가 허둥지둥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걸터앉아 힘을 주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당최 볼일을 볼 수가 없었다. 그때 돌연 두 발이 허공에 매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기가 너무 높아 땅에 발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배변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키에 맞는 변기이다. 아이들의 변비를 막으려면 발뒤꿈치를 지면에 닿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꽃처럼 아름답다우!
바쁜 월요일 아침,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할머니는 자신이 아닌 아들이 걱정되어 오셨다면서 정신지체로 요양소에 있는 아들이 열흘에 한 번씩 똥을 누는데 그러다 장이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걱정하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들놈의 굵고 길쭉한 똥이 꽃처럼 아름답다우!”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호흡이 멎는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는 뵙지 못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전염되는 게 어디 병뿐이랴
어느 날 찾아온 38세의 남성 환자. 겉으로 보기엔 마흔이 훌쩍 넘어 보이는데다 시각장애까지 있었지만 덤덤한 말투와 행동은 누구보다도 평온해보였다. 시력을 잃고 나서 오히려 세상이 따뜻하게 보였다는 그는 누가 환자인지, 누가 의사인지 모를 정도로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게다가 그와 같은 방을 쓰던 다섯 환자의 태도도 변화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전염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감이 미쳤나
내게 직장암 수술을 받은 지 3개월 정도 되신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방문하셨다. 수술 이후로 시간만 나면 할머니한테 달려드는 통에 구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고 하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항암치료조차 받지 않으신 분이다. 그럼에도 더 젊고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는 사람들보다 펄펄하신 이유는 뭘까? 혹시 기본적인 마음가짐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방귀 때문에 이혼을?
방귀를 수도 없이 뀌어대고 냄새까지 지독한 사람과 살 수 있는가? 당연하다. 병원의 환자들은 그 방귀를 뀌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다. 하다못해 의사들도 수술한 환자의 방귀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불안해한다. 게다가 방귀의 횟수와 냄새는 먹는 음식과 관련이 깊다. 방귀의 주성분인 질소, 수소 등에는 냄새가 없고 오히려 동물성 단백질이나 변비 등으로 인해 냄새가 나는 것이다.
외과의사, 똥을 말하다
‘똥’은 순우리말일뿐더러 발음도 살갑다. 어디에도 날카롭거나 까칠한 구석이 없다. 한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사코 ‘똥’이란 말을 사용하기를 꺼려하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일본식 한자어인 ‘대변(大便)’이 ‘똥을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 칭하고 있으니 환장할 지경이다. 누구나 매일 싸지르고 있으면서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워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매화틀
조선시대에는 왕의 똥을 ‘매화’라 불렀으며, 왕은 ‘매화틀’이라고 하는 이동식 의자변기를 사용했다. 왕의 똥은 버려지지 않고 구리그릇에 담겨조심스레 내의원으로 보내져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데 쓰였다. 심지어는 맛을 보면서까지 말이다. 똥은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똥을 통해 건강을 체크한 것처럼 자신의 똥을 잘 살핀다면 한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허깨비, 숙변 그리고 인간
변비로 인해 똥이 대장 안에 오래 머물 수는 있을지언정 숙변이란 건 없다. 있지도 않은 존재를, 그것도 외과의사나 대장내시경전문의에 의해 존재하지 않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을 굳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허깨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강의를 마치고
어느 날 불쑥 P선배로부터 특강을 부탁받았다. 얼떨결에 수락을 하고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이며, 이것이 우선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솜씨로도 병을 고칠 수 없다. 질병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몰라라 한다면 어느 환자가 그 의사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명의가 되는 비결
의사는 때론 환자의 소소한 것까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뜻하지 않은 작은 일을 기억하고 챙겨준다면, 환자는 의사에게 깊은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게 된다. 환자는 병에 걸려 많은 것들로부터 단절되고 소외당한다. 그것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환자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사밖에 없다.
선생님, 그런 소리 마세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가며 시비를 걸어오는 환자를 만날때면 당장이라도 가운을 벗어던지고픈 충동과 절망감에 빠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더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다시 청진기를 들고 환자를 돌보기 위해 나선다.
하고많은 검사 중에 대장내시경검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타 다른 암과는 달리 대장암은 하찮은 용종에서 암이 생겨난다. 대장내시경검사는 이 용종을 검사하면서 동시에 제거까지 할 수 있는 훌륭한 치료법인 것이다. 대장암의 씨를 말릴 수 있는 대장내시경검사를 반드시 생활화하자.
만남
우리 아이들을 제 손주마냥 아끼시는 할아버님. 할아버님은 약 15개월 전 나에게 직장암 수술을 받으셨다. 그 후 항암제를 맞으셨지만 삶에 대한 의지만은 잊지 않으셨고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건강해 보이신다. 환자와 의사로 만났지만 이렇듯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신뢰를 구축한 것은 할아버님께서 나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셨기 때문이다.
황금손가락을 가진 의사
환자의 항문으로 직접 손가락을 집어넣어 검사하는 직장수지검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긴 대장 중에서도 항문으로부터 12센티미터 안에 대장암의 43%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직장수지검사를 허술한 검사방법으로 홀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황금손가락이 아닌 투박한 손가락을 가진 것에 감사한다.
우리 아이가 똥을 지려요
평소에 잘 뛰어노는 아이가 팬티에 똥을 지린다면 혹시 아이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기를 꺼려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규칙적으로 화장시레 가게끔 도와주는 것만으로 변실금 증상은 해결될 수 있다. 병원을 찾기 전에 아이의 환경이 어떤지를 먼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변비치료의 열쇠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 이상은 변비로 고생하고 있으며, 기혼 여성의 30% 이상이 변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변비를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고, 물도 많이 마시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변비가 사라지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의사는 환자의 곁에서 약간의 도움을 주는 존재일 뿐 모든 병은 환자 스스로 치료하고 낫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장의 움직임은 주로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으며, 자율신경계는 사람의 감정 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니까 장운동은 사람의 의지나 이성보다는 슬프거나 기쁜 것과 같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과민성대장증후군환자만 보더라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다. 우리 선조들은 이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비유가 아닌 과학이다. 선인들의 지혜와 혜안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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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쁠때는 리뷰만이라두 읽자구여....
변비에는 고구마를 간식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