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성씨? / 청초 문용대
그는 방송과 신문에 수없이 등장하는 A씨이다. 그가 참 궁금하다. 술 취한 현직검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병원장 아버지로부터 가짜 월급을 받아 집을 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 어느 남성을 성추행해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탈북여성을 10여 차례나 성폭행 했다. 용인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했고, 전신마취유도제를 구매하려다 발각되기도 했다. 여성신체를 불법으로 촬영했고,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뒤 처벌이 두려워 강을건너 북한으로 도망쳤다. 그가 최근에 저지른 범죄혐의들이다. 그렇게 많은 죄를 범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수십 년 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저지른 죄까지 치면 셀 수도 없다. 부산시장으로부터, 서울시장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북 전주에서는 20년 넘게 선행을 해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기도 했다. 못된 짓만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일도 하고 피해도 당하나보다. 좋은 일보다 나쁜 짓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A라는 성은 우리나라 10대 성씨에는 물론, 100대 성씨에도 없고, 성씨 전체에도 없다. 알파벳 A라 영국이나 미국 성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듯하다. 그가 남성일까, 여성일까?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사람은 여성이라 했다.
아하, 그러고 보니 남성A씨가 있고 여성A씨도 있나보다. 그가 궁금하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소속 검사로부터 얼굴을 얻어맞고 어깨를 깨물린 택시기사이다. 가짜 월급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은 20대라 하고, 뉴질랜드 남성을 성추행한 사람은 외교관이라 한다. 탈북여성을 성폭행한 사람은 탈 북민 그들을 보호해야하는 경찰간부란다. 용인 40대여성을 살해한 사람은 중국 교포라 하고, 마취유도제를 구매하려던 사람은 걸 그룹출신이라 한다. 많이 헷갈린다. 현직 검사, 20대 외교관, 경찰간부, 중국교포, 걸 그룹출신? 도대체 A씨가 왜 이렇게나 많은가? 이렇게 A씨가 계속 생겨나다보면 김, 이, 박, 최… 등 성씨별 인구수 상위를 능가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아하, A는 성씨가 아닌가보다. 신분을 감추려다 보니 죄 없는 A라는 글자를 가져다가 씨자를 붙여 쓰는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혐의가 있을 뿐 법원판결 전이라 그리 부르나보다. 선행을 하고도 자기를 들어내고 싶어 하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를 그리 부르기도 한다. 피해를 당한 건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실명이 아닌 A씨라 불리는 건 대부분 여성이다. A씨 중 선한 일을 하거나 피해를 본 사람은 몇 명 안 되는데 비해 나쁜 짓 한 사람이 훨씬 많다.
A씨뿐 아니라 복수일 경우 B씨 또는 C씨도 가끔 등장한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나 거친 말 또는 대놓고 말하기 곤란한 특정 용어로 X…, XX…, XXX… 도 쓰인다.쓸데없는, 뚱딴지같은 내 생각이다. 왜 하필 알파벳 첫 글자 A인가. 마지막 글자 Z를 쓰면 어떨까? 또 내가 만약 영어권나라 국민이라면, '나쁜 짓 하는 사람을 왜 A씨라 하느냐? 알파벳 글자 쓰지 말고, 당신네 나라 글자 가, 나, 다, 라 또는 갑, 을, 병, 정을 써라.'고 할 것 같다.
선을 베풀고도 이름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아름다운 분들이 아니라면, 신분을 드러낼 수 없을 만큼 못된 짓을 한 A씨나 B씨, C씨, 그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또 다른 A씨, B씨, C씨가 이제는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X…라는 표현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첫댓글 어디선가는 ㄱ, ㄴ으로 하는 곳도 있더군요.
개인정보보호법의 폐단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8.05 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