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전(小篆)에 처음 보이는 색(塞)은 비교적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가장 위에는 동굴을 뜻하는 혈(穴)이 간략화 되어 면(*)으로, 그 아래에는 꿰뚫다는 의미를 지닌 네 개의 공(工)과 같은 부호가 위아래로 두 개씩 포개어져 있고, 다시 아래쪽으로 두 손이 그려져 있으며, 맨 아래에는 토(土)로 이루어져 있다.
그 후 예서(隸書)에 이르러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었다.
이렇듯 여러 요소의 결합은 동굴(또는 구멍)을 두 손이 끊임없이 흙으로 메우고 있는 장면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색(塞)의 본래 의미는 '흙으로 메우다(막다)'이다.
시경(詩經)에서 '북향창을 막고 문을 진흙으로 바른다네[穹窒熏鼠, 塞向 戶]'라고 하였다. 뒤에 흙을 포함한 다른 물체, 물질로 '메우다(막다)'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폐색(閉塞) 경색(梗塞) 등과 같이 쓰인다.
원래는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우다로부터 '가득하다' '충만하다'는 의미가 파생되어 예기(禮記)에서 '지기가 천지에 충만하였다[志氣塞乎天地]'라고 하였다.
또한 드나들 수 있던 공간을 메우게 됨으로써 안팎이 가로막히는 결과를 가져와 이로부터 '단절(斷絶)되다'는 의미가 파생되어 국어(國語)에 '이는 스스로 신의를 배반하고 충성을 가로막는 것이다[是自背其信而塞其忠也]'라고 한 말에서처럼 쓰인다.
가로막다는 의미는 나라의 변방을 적으로부터 막아 지키는 의미로까지 확장되어 변새(邊塞) 요새(要塞) 새옹지마(塞翁之馬) 등과 같이 쓰이며, 이때는 새(塞)로 읽는다.
요즘 정국이 가시나무로 틀어막은 것처럼 경색(梗塞)되어 있다.
상쟁(相爭)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 상생(相生)의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길[塞乎天地] 빌 뿐이다.
김영기.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