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니 몸이 건강했던 사람들도 기운 빠지기도 하고 더위도 먹고 냉방병도 걸리고 합니다.
실내에 있다가 밖에 나가면 더위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하구요.
그런데 얼마전 수술을 하시고 회복 중이신 아빠는 아무래도 기운이 더 없어 보이십니다.
워낙 건강 관리도 잘 하시고는 계셨지만 수술을 하고 난 후에는 살도 많이 빠지셨구요.
일흔이 넘은 연세시라 살이 조금 더 찌면 좋다고 하는데 자꾸 살이 빠지시네요.
물론 엄마가 건강에 많이 신경도 써주시고 먹거리도 잘 마련하시지만요.
저야 집에 가봤자 아빠 손이나 조물딱 거리고, 옆에 앉아서 영화 같이 보고,
같이 베란다의 꽃 얘기하고 놀아드리기만 했었는데
그래도 딸래미가 뭐라도 좀 해드리면 좋아하실까 싶어서 보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에 좋은 바다장어로 장어탕을 끓여봤습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 바다장어는 붕장어라고도 하고 일본어로는 아나고라고도 하죠.
회로도 먹고 구워도 먹지만 푹 고아서 탕으로 만들면 여름 보양식으로 아주 좋습니다.
그 영양에 대해서는 많이 아시겠지만, 양질의 단백질, 불포화지방, 비타민이 풍부해서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고,
허약한 사람의 보신을 위해서 좋은데 특히 눈에 좋다고 해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난소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고하네요.
이 장어탕은 농담으로라도 휘리릭 숑숑 만드는 음식은 아니구요 꽤 시간도 걸리고 정성도 들여야합니다 ㅎ
그래도 뭐 아빠가 드시고 빨리 회복하신다면 이쯤은 몇번이라도 할 수 있죠! ㅎ
재료: 통장어 3 마리(900g), 무 시래기, 우거지, 토란대, 숙주
양념: 영양부추, 생강, 마늘, 파, 국간장, 청양고추
단 한가지 위로가 되는 점은 신선한 바다장어를 산지에서 직송해서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장어에 들여야하는 수고는 덜 하다는 점이겠죠.
장어는 주문을 하면 이렇게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서 얼음 가득 또 아이스 팩까지 넣어져서 신선하게 배송이 되어 옵니다.
사실 생선을 아주 좋아하고 손질도 비교적 손쉽게 하는 해나스이지만
바다장어만큼은 그 뼈와 내장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도 깨끗히 제거해야하는데 아무래도 손을 대기가 조금은 귀찮습니다.
이 과정이 깨끗하게 처리된 상태의 바다장어로 요리를 하게되니까 그나마 한시름 놓습니다.
장어탕용으로 손질된 바다장어가 진공팩에 포장되어 있습니다.
총 900g 정도 되는데 튼실한 놈으로 세 마리입니다.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어서 물에 가볍게 헹구면 되는데
장어껍질의 미끌미끌한 것을 제거해줘야 비린내도 잡맛도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미끈 막도 다 손질되어서 온건지 깨끗하네요.
통째로 냄비에 넣고 물을 채워서 끓여줍니다.
일년에 두어번 사용할까 말까한 해나스네 최대 크기 냄비를 사용했습니다.
아무튼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두세 시간 장도 푹 고아줍니다.
이렇게 건들기만 해도 살과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요 ㅎ
국물은 아주 뽀얗습니다.
비린내도 나지 않고 구수한 냄새가 이 상태로도 곰국같은 느낌이죠.
믹서에다 끓여놓은 국물을 섞어가면서 갈아주면 되는데
미니 믹서인 관계로 큰 뼈들은 좀 따로 모아서 충분히 갈아주었습니다.
그래도 갈리지않은 큰 조각은 대충 빼내구요.
그 갈린 살들을 체에 국물을 부어가면서 걸러줍니다.
그럼 이런 상태가 됩니다.
국물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죠.
참말로 매력적인 상태라는...ㅎ
장어를 고아주는 동안에 준비한 채소들입니다.
무 시래기를 30분 정도 삶아서 껍질을 벗겨서 1시간 정도 물에 담궈 아린 맛을 제거하고,
토란대도 물에 충분히 불려서 삶아서 준비하고,
우거지도 소금을 조금 넣은 물에 데쳐서 찬물에 헹군 후에 꼭 짜서 준비합니다.
사실 이 과정은 그 장어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시간과 정성이 꽤 들어가거든요.
더운 여름에 지치지 않으시려면 준비된 것을 그냥 사서 쓰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저야 좋은 친구가 집에서 말린 시래기와 토란대를 보내줬거든요 ..자랑임...ㅋㅋ
아무튼 다른 채소로는 고사리도 써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고사리를 안 좋아하는 관계로 생략했구요.
숙주도 준비했습니다.
채소는 많이 넣어도 좋을 듯해서 넉넉히 넣었습니다.
대략 무시래기가 400g 이고 우거지는 그것보다 좀더 많이, 토란대는 조금 적게 정도입니다 ^^;
양념으로는 대충 다진 파 5, 다진 마늘 3, 생강 1, 부추 10 정도의 비율인데
중간 사이즈 대파 3뿌리 정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만
양념은 정말 손맛이라 그때 그때 다를 수 밖엔 없습니다.
사이즈도 어차피 다 다르고.
여기에 엄마표 국간장 반컵 정도를 섞었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무시래기, 우거지, 토란대를 잘 무쳐줍니다.
국물에 준비된 채소들을 넣어서 끓이기 시작합니다.
숙주도 같이 넣어주고요.
아주 푹 어우러질 때까지 끓여줍니다.
그릇에 담고 바로 다진 청양고추와 다진 파를 조금 섞어서 먹으면 됩니다.
장어는 모두 섞여서 그 형체를 찾을 수는 없지만 국물을 먹어보면 놀라울 만큼 매력적인 맛입니다.
비린 맛도 전혀 없고 구수한 맛이 아주 좋죠.
바다장어 특유의 감칠맛도 채소들과 어울어져서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원래 밥을 잘 안 말아먹는 편인데
이 국물에는 안 말 수가 없더군요.
이따만큼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먹어봅니다.
히야~~~ 건강해지는 느낌이구나~~~
푹 익어버린 채소들의 느낌도 좋구요.
식은 후에 엄마네 집으로 배달 다녀왔습니다.
드셔본 소감이 어떠냐고 여쭤봤더니 ?오!!!라십니다 ㅎㅎ
뭐 대략 딸래미가 한 음식에는 만족스러움을 표하긴 하시지만
아빠가 '건강해지겠구나 딸 덕분'에 라고 해주셔서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드시기 전에 간이 모자라면 살짝 더하시라고 했더니 된장을 살짝 풀어서 끓이셨다고 하네요.
역쉬! 울엄마는 된장파십니다.
저도 따라해봤는데 구수함 증폭으로 그 맛도 상당히 좋더군요.
간장으로만 간을 하면 장어의 맛을 더 느낄 수 있고
된장 간을 첨가하니 좀 더 구수하고 그렇습니다.
여름 보양식이 꼭 닭일 필요는 없겠죠.
바다장어로 장어탕 어떨까요?
사실 시래기랑 토란대 다듬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ㅡㅜ
그걸 믿을만한데서 구입하시면
장어는 뭐 그리 속썩일 일이 없습니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