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83
천자문003
동봉
0005집 우宇
네이버 한자사전에 따르면
집
지붕
처마(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
하늘
국토, 영토
천하
들판
곳, 구역
꾸밈새, 생김새
도량度量
천지사방
덮어 가리다
비호庇護하다
크다
넓히다 등으로 뜻이 다양합니다
집 우宇자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와
음을 나타내는 우于가 만나 이루어졌지요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는 건물이고
음을 나타내는 우는 "우우~"하고
큰소리를 내는 데서
크다, 크게 굽다는 뜻으로 발전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라브Slab로 된 집이나
빌딩 처마가 아니라
한옥, 그 중에서도 궁궐처럼
늘씬하게 빠진 지붕 끝 처마입니다
대웅전 처마도 우宇에 해당하지요
다른 말로 얘기하면
눈에 보이는 건물의 외형입니다
갓머리 밑의 우于는
어조사 우, 어조사 어로 새깁니다
어於의 간체자며
우亏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어조사 우亏 이지러질 휴
땅 이름 울亐 어조사 우
탄식할 오於 어조사 어
어조사 어扵 등에서 나온 글자지요
0006집 주宙
집 주宙자에 담긴 뜻은
집, 주거
때, 무한한 시간
하늘
하늘과 땅 사이
기둥과 들보를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와
음을 나타내는 由>주가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가 이 주宙자입니다
유由는 빠져나가다 내밀다의 뜻으로
지붕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큰건물을 주宙라고 합니다
나중에 우宇와 만나
주宙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기둥棟이 되고 들보樑가 되었으며
우宇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건물의 바깥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우宇는 공간적 확대가 되고
주宙는 시간의 격차가 되어
둘이 만나 마침내 우주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주는
눈에 보이는 공간 세계와
보이지 않는 시간 세계
천지간의 모든 것을 나타냅니다
곧 여기에는 천지사방이라는 공간과
고왕금래古往今來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우주는
이처럼 시공간Space-time 외에
세계
천지간
만물을 포용한 대자연
질서있는 통일체로서의 구조
질서가 있으면서도
매우 복잡하게 엉켜있는 세계
그 속에 물질과 복사輻射가 포함된
전체적인 공간을 얘기합니다
0007넓을 홍洪
하늘 천天 따 지地가 임자말主語이고
검을 현玄 누를 황黃이
그림씨이자 풀이말述語이었듯
집 우宇 집 주宙가 임자말이라면
넓을 홍洪 거칠 황荒도
그림씨이자 풀이말입니다
홍洪의 포괄 새김은 넓을 홍이지만
개별 새김은 클 홍이고
큰물 홍이며 홍수 홍입니다
왜냐하면 '넓음'은 공간 표현이지만
'큼'은 부피 표현인 까닭입니다
게다가 홍洪자에는
물을 나타내는 삼수변氵이 있고
동시에 크다는 뜻을 지닌
공共으로 이루어진 까닭입니다
그런데 삼수변氵을
왜 '삼수변'이라 발음하느냐고요?
물방울 또는 물의 흐름이
세 개, 또는 세 갈래이기 때문입니다
물이 얼어 응고되면
어떻습니까
삼수변氵처럼 흐르지 않고
꽁꽁 언 얼음 알갱이처럼
'똥글똥글'해 보이지 않겠는지요
따라서 물이 응고된 모습을
이미지화 한 것이 이수변冫입니다
같은 뜻을 지닌
다른 글자들을 한 번 보실까요?
넓을 호浩 클 호
넓을 막漠 사막 막
큰물 홍洚
큰물 돈潡
큰물 량湸 큰물 양
큰 물결 일 운澐
큰 물결 로澇
큰 물결 로涝
큰물 질 음闇 망루 암 숨을 암
0008거칠 황荒
거칠 조粗
거칠 추麤
거칠 추麄
거칠 추麁
거칠 고楛
거칠어질 무蕪
거칠 황荒자는 형성문자로
초두艸, 더벅머리 관丱은 뜻을
황巟자는 소리를 나타냅니다
형성문자의 형성形聲을 아시지요?
형상 형形자에 소리 성聲자이듯
한 글자에 이미지와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생긴 글자입니다
어른이 되어 상투를 틀기 이전
더벅머리, 곧 총각머리는
두 갈래로 땋아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있는 사람만큼
그리 단정하게 꾸미지는 못하겠지요
따라서 더벅머리는
때 묻지 않은 자연스러움이면서
정리가 되지 않은 까닭에
우거진 풀섶艹과 함께
거칠다고 표현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거칠황巟자를 살펴보면
느닷없이 큰물川이 나서
집과 논밭 세간살이가 다 떠내려가
건질 게 하나 없음亡이니
거칠다고 하지 않겠는지요?
어제가 바로 성도절이었지요
어떤 거사님이 참배왔다가
법회가 끝난 뒤
다실에서 내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되려 질책에 가까웠습니다
"스님, 스님의 프로필을 보니까~!"
그러면서 나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내가 편하게 되물었습니다
"네, 제 프로파일을 보니까요?"
그가 안도의 표정을 지었습니다
"스님, 프로파일이 아니라 프로필이오."
그는 나의 영어발음을 고쳐주는
친절까지 베풀어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합천 해인사 스님이시네요?
그런데 왜 합천이라 발음합니까?
"그럼 뭐라고 해야 하는데요?"
"스님. 그게 합자가 아닙니다
협陜잡니다.낄 협자입니다"
내가 그의 말에 추임새를 넣었지요
"네, 좁을 협' 낄 협자가 맞습니다."
그런데 합천으로 하면 안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요. 스님."
합천 해인사가 아니라
협천 해인사로 고쳐야만 합니다.
스님께선 한문의 대가시잖아요."
"대가는 아니지만 조금 압니다."
그는 내 얘기에는 귀를 닫았습니다
맞는 표현인가 모르겠는데
사운드 마스킹 시스템이었습니다
Sound masking system~
시스템 대신 효과를 쓰기도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가 있지요.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을 때
무조건 큰소리부터 내고 봅니다
그게 다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먹히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사운드 마스킹 효과라 합니다
큰 목소리가 있으면
자질구레한 잡답은 묻히고 맙니다
화두話頭를 아시나요?
참선할 때 드는 화두 말입니다
화두의 기능이 다름 아닌
사운드 마스킹 시스템 효과입니다
화두는 또 다른 망상입니다
망상을 없애기 위한 망상입니다
이 망상을 계속해서 키워가다보면
자질구레한 잡념들은
화두라는 큰 망상에 묻힙니다
그때부터는 화두만 들면 되지요
화두를 드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화두가 전일해짐이 어렵습니다
이 거사님은 목소리가 컸습니다
내가 되물었을 때
그는 거의 고함 수준이었으니까요
"스님, 스님이 해인사 출신이신데!"
내가 해인사 출신인 것과
합천이 왜 협천이 아니고 합천인가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이는 해인사가 합천에 있는 것일 뿐
지역의 행정 이름이란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합천'은 욕이 아니지요
합천은 합천이 맞습니다
'땅 이름 합'자로 읽을 때는
홀이름씨固有名詞이기도 하니까요
이는 마치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왜 '낙산낙수' '악산악수'라 하지 않느냐며
따지고드는 것과 같은 질문입니다
하루는 어느 절에 갔더니
큰방에 액자가 걸려 있었고
거기에는 요선불권樂善不倦이라
휘갈겨 쓴 고사성어가 있었지요
내가 그 절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저 요선불권은《맹자》에 나오는
요선불권 유지경성有志竟成의
그 요선불권이 맞습니까?"
그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스님, 제가 저 글을 받은 지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스님처럼 읽는 분은 처음입니다."
내가 되물었습니다
"다들 낙선불권으로 읽지요?"
"네 그렇습니다. 스님."
"뭐 그도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나의 천자문 강설을 접하며
어떤 분들은 생각하실 것입니다
"왜 천자문에서 불교 얘기를 하지?
천자문이 불교 글이었나?"
그렇습니다
나는 불교 수행자입니다
불교 수행자 입에서는
어떤 얘기라도 불교 냄새가 좀 나지요
코끼리가 사자소리를 내지 않고
사자는 까치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같은 현악기라 하여
피아노와 가야금 소리가 같을 수 없고
같은 관악기라 하더라도
피리에서 섹스폰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마음 세계와 달리
형체를 지니고 있다면
그가 내는 소리는 다를 수 밖에요
다르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코끼리 소리를 내는 목사님과
사자 소리를 내는 스님 중
과연 어느 쪽에 잘못이 있습니까
이는 잘잘못간에
그의 개성이고 정체성입니다
하늘과 땅이 검붉고 누르고
우주가 드넓고 거칠다는 얘기는
앞으로도 좀 자주 나올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늘과 땅을 떠나지 않고
우주의 한 존재로 머문다면
결국 우주와 천지를 논할 수밖에요
01/18/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스님!
오늘은 칼추위가 온다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천자문 법문으로 한주를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다시 복습하는 천자문이 새롭습니다
두 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