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춘추관에서 측근과 친인척비리에 대한 대국민사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친인척 및 측근비리로 대국민사과를 했기에 이제는 '도덕적으로 완벽히 타락한 정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취임 후 여섯 번째인 대국민사과를 친필로 직접 담화문을 작성했기에 그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는 보수언론의 띄워 주기를 감안해도, 이번 대국민사과는 3분 44초 분량에 기자들의 질문조차 받지 않고 바로 퇴장했던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과연 그의 사과가 진정한 사과인지 의심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의 말과 행동조차 별로 관심이 없어졌을 만큼, 국민에게 버림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큰 오류와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의 대국민사과가 어떤 문제인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하는 대국민사과를 이제는 보지 않을 수 없는지 대책을 알아봤습니다.
' 대선자금이라는 알맹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번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전문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실제적인 알맹이는 다 빠져버렸고, 그저 자신은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는 자랑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 온 것도 사실'이라는 잘못된 믿음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개요도, 출처:경향신문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상왕','만사형통'이라는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6인회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비리입니다. 그것은 이들 6인회를 비롯한 최영 (강원랜드 사장),강형호 (전 코레일 사장) 등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과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 안국포럼 출신들 모두가 MB정권 창출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두가 2007년 대선에 직접 관여했던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선행되어야 할 핵심이 바로 '대선자금'입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대선 전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이 (MB를) 돕겠다고 해서 임 회장을 이상득 전 의원에게 소개했다. 임 회장에게 돕겠다는 말의 의미를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MB 대선자금 지원) 상식선에서 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대선자금에 관한 MB맨들의 발언을 보도한 7월19일자 동아일보 기사
지금 이상득 전 의원의 비리는 2007년 대선자금이 시작이건만, 권재진 법무장관은 '대선자금 구체적 단서 나오면 수사 나설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권재진 장관이 왜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고 있는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는 정권의 도덕성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항목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도 대선자금이라는 말은 입도 뻥끗하지 않고, 수사기관도 적극성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정치를 더럽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인'불법 대선자금'을 그냥 넘어가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와 차떼기당 사건'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자금 논란에 휩싸였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비리를 캐야 한다며 망자를 공격하는 사람이 계속 생겨날 정도로 대선자금은 중요한 정치적 논란의 요소입니다.
▲ 2003년 7월15일 문희상 비서실장이 청와대 추춘관 브리핑실에서 대선자금 공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003년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대선 때 기업체 등으로부터 200억을 모금했다는 발언을 합니다. 이 발언이 나오자 국민과 정치권, 한나라당은 들고 일어섰고,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7월15일 문희상 비서실장을 통해, 여야 모두가 2002년 대선자금을 공개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공세를 펼치던 한나라당은 김영일 사무총장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히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공개는 거부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자금 공개를 공식적으로 제안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공식제안이 나오자,최병렬 한나라당 당 대표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대통령의 제안을 또다시 반대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장관근 대선자금 의혹규명특위 위원장은 '민주당 공개는 신고내역을 반복한 것'이라며 "무의미한 면피용 공개나 야당(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쇼를 중지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을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시민들의 모습 출처:민중의 소리
이런 한나라당의 물타기쇼라는 주장과 다르게 검찰은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 847억 원, 민주당 78억 원이라는 여야의 정치적 공세가 바뀌어버린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발표합니다. 또한, 검찰수사과정에서 그 유명한 '차떼기' 사건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현대차와 LG로부터 현금 100억 원이 든 트럭을 통째로 받은 사건이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은 일약 '차떼기당'이라는 조롱을 받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2004년 4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언제나 대선자금에 관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선거에는 돈이 들 수밖에 없고, 그것을 위해 잘못된 정치적 관습이 그대로 남은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나 불법정치자금이 오고 가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의 유리지갑,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것인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7월10일 블로거들과의 만남에서 다른 대선 경선 후보자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정치] - 확 달라진 문재인, 도대체 뭐가 바뀌었을까?
대선에 뛰어든 만큼 철저하게 자신이 모금한 정치자금과 소요 비용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대선자금을 처음부터 공개하겠다고 했던 후보자들이 없었기에, 어쩌면 저런 발언은 그저 블로거 간담회에서 일시적으로 나온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 문재인 후보 정치자금 수입 지출 가결산서 출처:http://www.moonjaein.com
7월 24일 문재인 후보의 홈페이지는 지난 한 달간의 '선거비용과 정치자금 수입 지출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7월 18일 예비후보에 등록한 이후 23일까지 후원회 기부금 명목으로 총 9억 원의 수입을 얻었고, 이중 4억5648만9727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자신의 수입내역과 지출내역을 공개한 문재인 후보는 '선거과정에서부터 특권,반칙,부패가 없어야 한다'라는 그간의 자신이 말한 신념을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이런 수입과 지출내역을 앞으로 계속 공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와 직계 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까지 재산등록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그동안 계속해왔습니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이렇게 대통령 친인척의 재산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면 재임 기간에 재산이 어떻게 늘어났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면 사전에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는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기간에 한번도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관보
대한민국 정치에서 도덕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유교적 영향을 떠나, 정치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그간의 역사에서 보듯이 돈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다시 특정 집단이 돈을 벌수 있도록 유리하게 저들만의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사회,문화,교육,경제,복지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고,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정치가 불법적인 돈을 만지고 사용한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편법과 특혜만이 존재해, 정의는 사라지고 보통 사람은 언제나 불평등한 삶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 대한민국 직장인이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후보자의 도덕성을 선택했다. 출처:데이터뉴스
도덕성을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정치권력이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했지만, 정치인과 친인척, 그리고 재벌 등 특정 부류들만 잘 먹고 잘사는 불합리한 사회구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엄청난 친인척비리에 관한 대국민사과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리는 시간에 자막방송으로 (YTN만 생중계,SBS,KBS,MBC는 TV토론회 생중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언제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봐야 하는가에 대한 허탈함을 들게 합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은 모두가 '유리지갑'을 갖고 삽니다. 월급 명세서에 나온 단 1원의 돈이라도 세금은 물론이고, 법의 감시망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들도 이제는 '유리지갑'을 하나씩 차고, 대한민국 국민답게 살아가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의 시작이자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