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1920년생)는 올해 우리 나이로 107세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삶 속에서도 그는 얼마 전까지 글을 쓰고 강의를 이어왔다.
오래도록 건강을 지키며, 하고 싶은 일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이상이 된다. 나 또한 그를 바라보며 남은 인생의 길을 가늠해 본다.
그가 강단에 서는 곳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그의 답은 단순하면서도 깊다.
첫째, 화내지 않고 남을 욕하지 않는 삶이다. 그는 나쁜 감정에 에너지를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분노는 순간의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결국 그 열기는 자신을 먼저 태운다. 나 역시 길을 나서면 곳곳에서 화를 부르는 장면을 마주한다.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도로 위에서 난폭하게 끼어드는 운전자, 모임 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들. 세상은 쉽게 평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욱하는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시원함보다 남는 것은 후회다. 상처는 상대보다 내 안에 먼저 새겨진다. 그 작은 분노가 쌓여 삶의 무게를 더하고, 결국은 수명까지 갉아먹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지혜처럼 들린다.
둘째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습관이다.
논어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처럼, 배우고 익히는 기쁨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기억은 더디고, 몸은 쉽게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의 마음은 늙지 않는다. 배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는 평생 학자의 길을 걸으며 강의하고 연구하며 글을 써왔다. 그에게 일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였다. 노년에 일이 있다는 것은 삶이 아직도 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그것이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이웃을 위한 작은 봉사든, 스스로 즐기는 취미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흔히 오래 사는 것을 축복이라 말한다. 그러나 단지 길기만 한 삶이 의미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건강하게 배우고, 마음을 다스리며,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삶—그 속에서 비로소 시간은 빛을 얻는다.
돌아보면 그의 가르침은 거창하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귀하다.
나의 남은 인생길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화를 덜어내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으며, 나만의 일을 사랑하는 삶.
그 길 위에서 나도 조금은 더 나은 노년을 꿈꾼다.
그리고 조용히 되뇌어 본다.
김형석 교수에게,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첫댓글
김형석 교수는 살아있는 최고령 철학자입니다.
나 뿐만아니라
누구나 그의 삶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자기 일을 꾸준하게 실천하면서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