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교회 물주기
-어머니 교회 찾아뵈어야겠어요.
한때 모판이었지요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골골산천에
바람에 실어보낸 씨앗들 참 많았지요
알곡으로 여물었다는 소식 여기저기 들렸고요
한때 젊은 어머니였지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처럼
우렁찬 찬송과 뜨거운 기도와 말씀이
남녀노소, 너도나도 낳고낳고 또 낳았대요
왁자한 아이들 소리로 그득했던 예배당 마당과
땡그랑 땡그랑 목청 좋던 새벽 종소리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마실 고샅길까지
하늘 소망을 들려주었지요
싱싱하고 무성했던 모판
가뭄에 쩍쩍 갈라져 목 타는 씨앗을 삼키고 있어요
그 많던 바람도 불지 않아요
참새처럼 재잘거리던 아이들
도회로 나가 어른이 되고
젖 마른 늙은 어머니
예배당 마당에 무성한 잡풀 뽑고 있어요
새벽 맑은 종도 목이 쉬어 노래하지 않아요
늙으신 어머니 교회가 울고 있어요
시간 내어 찾아뵈어야겠어요
정창원목사
시인, 창녕 박진전원교회
경남 창녕군 남지읍 월상월하길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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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이 표현이 어색하지만 작고 가난한 교회에 부임했습니다.
사실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은 작고 가난하지 않습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목회자가 없어 관리가 안 된 예배당과 사택은 거미줄과 잡초와 먼지로 고요했습니다.
마실 사람들에게 인사차 떡을 돌리는데 그분들이 먼저 교회 걱정을 합니다.
신자가 없어 어째요~
텅 비고 먼지 잡초 무성한 주님의 교회가 업신여김을 받을까 두려웠습니다.
교회의 존엄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갈 한 씨앗교회에 마중물 한 바가지 절실한 마음에서 시의 울음을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