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일본 총리 기시다는 신이 났다. 만년 아베의 그늘속에 머물던 그였기에 아베가 저격당하고 뒤이어 총리에 오른 그에게 보내는 시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이 중국을 디커플링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지를 묶고 동맹국임을 천명하면서 기시다의 어깨가 펴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은 더욱 좋아진다. 아베가 아무리 용을 써도 이루지 못한 한일관계를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이 자신이 구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역할이 더욱 강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하게 여러 경로를 통해 한일에 이런 저런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기시다가 총리가 된 이후 일본의 입장에서는 뭔가 꼬였던 사안이 슬슬 풀리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기시다는 일본 국내에 머물지 않고 전세계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물질을 해양에 방류하는 문제도 기시다가 진두지휘하는 작전이다.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의 반응이 아주 좋지 못하자 멀리 유럽으로 시각을 돌린다. 이런 저런 외교적 경로를 통해 유럽국들에게 방사능 방류를 묵인하는 쪽으로 흐름을 잡게 한 것 같다. 사실 일본은 벌써 1세기전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유럽에 진출해 그들의 문화와 예술속에 흡수되려 노력했다. 유럽국들과 유대관계를 놓고보면 사실 한국은 일본에 족탈불급이다. 또한 유럽국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해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일본이 방류하는 방사능 오염물질이 자신들의 나라에는 그다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기시다는 북한에까지 손을 내밀게 된다. 아베때는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북한과 정상회담까지 제의하고 나선 것이다. 기시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듯 하다. 정말 기고만장해졌다.
하지만 기시다의 기고만장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일본 SNS에 기시다의 사퇴를 요구하는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나라를 위해 국제적으로 열심히 뛰는 기시다에 웬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국내 문제는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그냥 외국으로 치닫는 그의 행보에 대한 반감이다. 현재 일본 현지에서는 호우 피해가 극심하다. 지난 7월 11일 기시다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리투아니아로 향했다. 그러나 기시다가 전용기에 오를 당시 후쿠오카와 사가,오이타, 규슈 등에서 호우 피해가 일어나 사망과 실종자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많은 학교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일본 총리 기시다는 리투아니아행을 멈추지 않았다.
폭우에 피해를 입은 주민들뿐 아니라 일본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닌 일본이 왜 이런 상황속에 나토회의에 가는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약속이 되어 있어 불참할 경우 외교적 실례를 범할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자국민들의 상황이 우선이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자명한 진리이며 자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득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데 누가 뭐랄까라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폭우로 엄청난 피해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무슨 나토회의인가라며 국내의 피해자들부터 구제하라면서 지금 일본의 총리는 외유라는 이름의 휴가 중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급추진하고 있는 방위비 증액도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 아니라 해마다 급증하는 재해에 대한 대책마련이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꼬리를 물고 있다.
기시다의 지적에는 이탈리아 총리인 멜로니도 소환되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인 멜로니는 지난 5월에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자국내의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자 급거 귀국해 홍수 피해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모습과 일본 기시다의 행보를 비교하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일본 누리꾼들은 나라의 지도자는 당연히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국민의 옆에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는 것아닌가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옆나라 총리의 행보를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옆나라 총리가 뭘하든 사실 한국의 일개 소시민입장에서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계기로 나라의 지도자의 판단과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느낀다. 이것은 권력을 잡은 세력이나 야당 세력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이끌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그런 세력들은 이번 일본 총리 기시다의 행보와 일본 국민들의 분노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헤아려 보기 바란다. 나라가 위기에 놓였을 때 최종 판단 기준은 어떻해야 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한국도 폭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23년 7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