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글 중에 사난사어사(死難死於死) 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죽어야 할 때 죽기가 그렇게도 어렵다’ 는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를 알수 없다 그러나 작정하고 죽는 의로운 죽음도 있고 의롭게 죽어야 할 때 그렇치 못한 개 죽음도 있다
기억을 더듬어 50여 년 전에 국제극장에서 상영이 됐던 영화로 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사랑 할 때와 죽을 때)가 생각 난다. 전쟁영화로서 애틋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전쟁 중에 죽게 되어서 영 이별을 하게 되는 멜로드라마이다.
내용은 기억이 거의 안 되나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이 난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환으로 죽거나 앓다 죽거나, 사고로 죽거나, 하는데 시대의 명운을 타고나서 한 시대를 좌지우지 하던 결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죽어야 할 때를 결정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5.16군사 구데타의 인물중 한 사람이었던 공수단특전대 초급장교로서 수류탄을 가슴에 걸고 설레발치며 박정희를 경호하던 차지철 대위를 많은 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무술단련을 한 사람으로 태권도, 검도가 고단자였으며 어느 자리에서나 늘 자신의 자랑을 멈추질 않았다. 그래서 경호실장으로 적임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받은 바가 있다.
그런데 경호실장 차지철은 박정희의 후광을 뒤에 업고 본분을 잊은 채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서열도 무시하고 상관에게도 오만불손하고 청와대를 드나들던 기업인들에게도 건방지게 굴어서 늘 가시같은 인간이였다. 독재정권으로 호의호식하던 박정희가 저녁이면 궁정동의 아방궁에서 여배우, 여가수들 불러놓고 술을 마시던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는 궁정동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를 생각을 해 본다.
일의 발단은 차지철 때문이기도 한데 차지철의 직분이 경호실장이다. 무기가 없을 때는 몸으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경호해야 된다. 김재규가 총을 발사해서 차지철의 손에 맞았을 때에 허겁지겁 병풍 뒤로 도망 갈 것이 아니라 평소에 무술인임을 자랑하던 그가 몸으로 덮쳐서 김재규를 요절을 냈거나, 아니면 권총을 맞아 죽을 지언정 모시는 상전 박정희를 몸으로 보호를 하였다면 생명을 던져 주군을 모셨던 경호실장 또 남자 중의 남자로, 직분에 충성했던 충성인으로 영원히 존경 받을수도 있었을텐데
평소엔 그렇게 큰 소리치고 잘 난체 하던 놈이 죽음을 회피하려고 심각한 상황에서 주군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자기만 살려고 도망치던 비겁한 행동으로 역사를 그르치고 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고 죽음 자체도 천박하기 짝이 없는 파락호의 죽음으로 추락하고 말게 된다. 죽어야 할 때를 잘못 택했던 예가 된다.
한편 삼국지에서 경호대장의 직분을 생각해보자. 삼국지 전편을 통해서 가장 탁월했고 책임감 있고 충성의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장수가 조조의 휘하 경호 대장이었던 전위(典韋)다.
모반세력이 여러 차례 조조를 도모하려고 기습하였으나 그때마다 전위의 철퇴에 어육이 되고 만다.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자 꾀를 내어 술에 약을 타서 저녁시간에 전위장군에게 권유한다. 책임이 강한 그가 받을 리 없다. 여러 차례 권면을 이기지 못해서 반잔을 마셨을까 약기운에 잠깐 녹아떨어진다. 이때를 기회로 모반군이 함성을 지르며 기습을 하니 전위가 술에서 깨어 철퇴를 찾았으나 주변에 철퇴가 없다. 들어오는 상대방 장수의 장창을 빼앗아 반으로 분질러 좌충우돌 들이치니 삽시간에 십 여 명의 적병이 나둥그러진다. 안되겠다 싶어서 30보 밖에서 2진으로 준비했던 궁로수가 철궁을 발사한다. 철궁은 글자 그대로 화살촉을 강철로 만든 철갑을 뚫는 화살 중의 화살이요 활 중의 활이다. 가까운 30보 거리에서 전위를 향해서 쏘니 얇은 갑옷을 입었던 전위의 가슴을 꿰뚫는다. 전위가 ‘주군 피하시오.’라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계속 화살을 몸으로 받으니 12발을 맞고도 쓰러지지를 않는다. 마치 고슴도치 양상으로 되면서도 주군 조조가 피한 것을 알고 마지막까지 분전하다가 드디어 전사하고 말았다 그 틈을 타서 조조는 도망을 하고 후군을 정비하여 반란군을 토벌하였다. 토벌을 끝낸 후에 조조는 대성통곡을 한다. “전쟁에 패하고 많은 장졸을 잃은 것보다도 전위를 잃은 것은 원통하구나.” 삼일 밤낮을 금식하고 통탄하고 애도를 하니 모든 장졸이 숙연해 진다.
우리는 삼국지 전편을 통해서 가장 탁월하고 충성스러운 경호대장을 일컫는데 전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호대장이었던 차지철의 행보와 비견해 볼 때 딱하고 비통한 심사를 금할 길이 없다. 충성의 모형, 경호대장의 모형, 신의의 모형이 어때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지난번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3등선실의 경우 70% 이상의 승객들이 구제가 됐다. 1등과 2등, 특등실 선실의 승객들은 당시로는 미국, 영국의 최고의 갑부들이고 사회적인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제일 먼저 구명보트에 승선을 할 수가 있고 기회도 주어졌지만 노약자, 여자, 어린이를 구명보트에 먼저 태우고 스스로는 그 기회를 포기하고 어두운 바닷물 속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여자, 어린이는 거의 대부분 구조되었으나 남자들의 경우 20%에 불과했다. 또 8인조 밴드는 기울어가는 배위에서 ‘내 주를 가까이’ 찬송가를 연주하고, 그 선장도 함께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화신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세월호는 어떠했던가? 엉터리 방송을 하고 아무런 책임도 없이 선원들과 선장은 그 직무를 포기하고 자신만 살려고 도망을 쳤다 만약에 입장을 바꾸어 제 자식이 그 속에 있었더라도 방치하고 도망 탈출을 했겠는가. 아무런 책임감도 없고 아무런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없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저주받을 인간들이 304명의 어린 학생들을 수장시키고 자기는 도망갔다. 이것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책임 있는 인간이라고 볼 수가 있겠는가.
세월호 선장이 만약에 자기만 살려고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규약, 약관이 없는 것을 탓하지 않고 위급한 순간에서도 딱 버티고 서서 “일등항해사, 구조함정 빨리 풀어서 대비시켜라! 이등항해사, 내려가서 학생들 인솔해서 밖으로 나와라. 구명조끼 전부다 입히도록 하고 주변에 어선이 많이 있으니 뛰어내리더라도 생명을 건질 수 있다. 바로 물로 투입하도록! 삼등항해사, 너는 계속 마이크로 탈출안내를 해라!” 라고 외쳤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8~90%의 어린 생명을 구할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타이타닉호의 최후에서 목격할 수 있다. 거기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선장이 호통을 쳤다. “Be the British!(영국인다워라)” 영국인의 개념이 어떠하다는 것은 이미 정립이 되어 있고 영국신사의 기풍이다. 선장의 명령 한마디에 일체의 움직임이 정돈이 되었다. 쓰러져가는 배에서 ‘내 주를 가까이’를 연주하면서 마지막을 Be the British를 지키면서 사라져가는 선장의 모습은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우리는 세월호와 타이타닉의 사건을 보면서 A Time to die (죽어야 할 때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사회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명예로운 죽음 짐승만도 못한 죽음 당신이라면 어느 길을 택하시겠습니까 ?
어른들의 잘못으로 죽어간 세월호 304명의어린 학생들 이제는 고통도 근심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안을 누리시라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장이 되어 보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여 제발 제발 두손 모아 부탁 하오니 세월호 선장처럼 되지마시고 타이타닉호의 선장처럼 국민을 위하여 죽을 때를 아는 슬기로운 선장이 되어 주기를 간청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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