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여러 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만든 ‘메타버스’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에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더한 말로 가상의 3차원 세계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종식을 맞아 일상이 대면 중심으로 확 바뀌면서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분위기다.
세계적인 콘텐트 기업 ‘디즈니’ 조차 지난 3월 메타버스 부서를 폐쇄하고, 많은 인력을 정리해고 했다.
25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서울·부산·강원·전남 등 14개 광역자치단체가 관광이나 교육·홍보 목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이후 경기·충남·제주 등도 뛰어들었다. 서울은 지난 1월 ‘메타버스 서울’ 운영을 시작했다. 가상의 캐릭터가 민원서류 발급뿐 아니라 퀴즈 프로그램 참여, 가상 반려동물 입양 등 다양한 콘텐트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메타버스 인기가 시들하다. 메타버스 서울은 지난 24일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횟수가 1만8800건에 그쳤다. 서울시 인구 942만여명(지난 2월 기준)가운데 0.2% 수준이다. 일일 방문객 수도 평균 420여건으로 파악됐다.
메타버스 서울은 출시 당시 ‘세계 도시 최초 공공에서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란 홍보문구를 앞세웠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설치·운영에 지금까지 24억 원을 썼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재난재해 안전 체험이나 부동산 계약 체험 등 다양한 콘텐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기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있는 지자체 소통 공간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제페토’에 마련된 광주광역시 소통 공간은 최근 방문 수 6, 누적 방문 수는 620여건 정도였다. ‘디토랜드’에 조성된 전남 관광 메타버스 누적 방문 수는 11만명이었지만, 실시간 참여자가 아예 ‘0명’일 때도 잦았다.
사정이 이렇자 출구전략을 세운 곳도 나왔다. 경기 수원시는 앞서 추진한 ‘버추얼 수원’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 접었다. 예산 문제뿐 아니라 ‘메타버스를 서비스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메타버스) 효과성 등을 검토한 뒤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도 2021년 하반기 실감형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예산 10억원가량을 편성했다가 ‘불용’(不用) 처리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메타버스 ‘광풍’이 불면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검토했다"며 "전문가 자문을 들어보니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9941명 중 4.2%인 417명이 메타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중 19세 미만이 39.2%를 차지했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은 게임 기반 서비스다.
이 때문에 5년간 600개 넘게 사라진 배달앱 등 ‘공공앱’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신기술 접목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한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자체 행정에서 메타버스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통해 시민을 어떻게 돕고,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1인 가구 어르신 소통·상담 서비스나 접수 민원 신속 대응,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놀이 등 효율적인 콘텐트가 갖춰지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중앙일보. 나운채 기자
출처 : 중앙일보. 디즈니도 손 놓은 메타버스…광풍 쫓던 지자체들도 ‘주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