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집값 최소 94회 조작'
부동산원.통계청 수시로 압박
정책 실패 덮으려 수치 왜곡
소득.고용 통계도 '입맛대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통계청 등이 집값과 소득, 고용 관련 통계를 수년간 반복적으로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중간 결과가 15일 나왔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수시로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지난 정부 고위직 인사가 대거 조작에 연루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맣했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조작 개입 발언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정부는 주1회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공개하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수시로 실제 조사
결과보다 낮췄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공개한 이후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를 조작한 사례가 많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집값 하락세가 멈추자 부동산원에 '한 주만 더 마이너스 변돌률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냐'고 압박해 실제로 변동률을 0%에서 -0.01%로 바꾼 사례도 공개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원 직원을 호출해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부동산원의 옛 이름)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고, 부동산원 원장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소득 및 고용 관련 통계 조작은 통계 산출 방식을 임의로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17년 2분기 기계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자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취업자 가중값을 임의로 주면서
사셰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조작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소득 증강률은 0.6% 감소에서 1,0% 증가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전 현직 고위 고무원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 발표를 계기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조작과 거짓, 위선이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여권은 통계조작 의혹에 '국기문란이자 국정농단'이라고 공세를 폈고, 전 정부 인사들은 '감사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도병욱, 오형주 기자
청.국토부, 부동산원 통계 미리받고 인위로 낮춰
김현미 국토부, 9.13대책에도 집값 뛰자...'협조 안하면 조직 날려버리겠다'
청, 규정 어기며 3회 보고 받아
8.27대책땐 발표하기도 전에 반영
임대차 3법후 전세값 치솟자 하향
신뢰성 문제 일자 표본 전면 교체
'이대로 가면 저희 주택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2019년 6월 국토교통부 직원이 한국 부동산원에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조작을 요구하며 한 말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 2주년을 맞은 시점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청와대는 '왜 이렇게 차이가 크냐'며
국토부를 질첵헸다.
불호령을 받은 국토부는 다시 산하기관인 부동산원에 압박을 가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보합(0%)이던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1% 하락으로 조작했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중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 통계를
조작한 사례는 94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5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감사원은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장관 등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요청했다.
부동산대책 떄마다 통계조작
통계 조작은 청와대 정책실이 부동산우너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미리 제공히도록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통계법에 통계기관이 작성 중인 통계(주중치)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장 실장은 '첫 부동산 대책 발표(6.19 대책)를 앞두고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며 미리 주중치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부동산원은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하던 것을 주중치(월~목 조사), 속보치(화~월), 확정치(화~월) 등으로 나눠 주 3회
보고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원은 총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데와 국토교통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말했다.
미리 주중치를 알게 된 청와대는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집겂 변동을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오면 '세부 근거를 내리는 식을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통계 조작 압박은 주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떄마다 심해졌다.
2018년 8월엔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8.27 대책'을 통계에 반영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국토부는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 거냐'며 부동산원을 압박했고,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67%에서 0.45%로 조정됐다.
2018년 9월 '9.13 대책' 땐 호가를 반영하지 않아 상승률을 낮췄다.
2019년 6월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현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린다'고 압박했고, 부동산원은 '상승세가 커진다'는 기존 보도자료를 '하락세가 계속된다'고 바꿨다.
2020년 6월 '6.17 대책' 이후엔 국토부 관계자가 '서울 최소 0.05% 나와야 합니다.
안되면 전주(0.06%)에라도 맞추세요'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원은 당초 0.07%였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6%로 조정했다.
민간 통계와 간극 커지자 눈속임
정책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를 통계로 무마하려는 움직임은 정권 말까지 이어졌다.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 3법이 대표적이다.
임대차법으로 전세값이크게 오르자 국토부는 2020년 8월부터 서울 전셋값 주중치를 미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전셋값 변동률이 2020년 11월 첫쨰주 0.12%로 확대되자 청와대는 국토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후 둘쨰주 0.16%로 오름폭이 커지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0.14%로 낮춰 공표하도록 압박했다.
통계 조작이 지소고디면서 부동산원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됐다.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 부동산R114 등과 큰 차이를 보였기 떄문이다.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을 전면 교체한 이후에도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조작은 이어졌다.
그간 하향 조작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기준표본과 신표본의 격차를 0.02%포인트로 유지했다.
이번 통계 조작은 시장과 정책을 모두 교란한 범죄라는 비판이 거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통계 왜곡으로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유통했고,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펴지
못해 시장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심은지/유오성 기자
청실장.수석.장관 등 22명 수사 의뢰...'문 책임도 규명해야'
통계법 위반.직권남용 등 협의
'김현미법'에 발목 잡힌 김현미
감사원인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22명에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일자리수석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장관, 통계청장 등 고위급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윗선'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을 15일 브리핑에서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가 확인된 관련자 22명에 대해
지난 13일 검찰에서 수사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장하성 김수현 김삼조 이호승 등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4명이 모두 포함됐다.
홍장표.윤자원 전 경제수석과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을 비롯해 국토교통비서관을 지낸 2명 등 청와대 근무자 만 12명에 이른다.
국토부에선 김현미.노형욱 전 장관 등 3명이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통계청은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절부터 통계 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강신욱 전 청장 등
5명이 한국부동산원은 전직 원장.직무대행 등 3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짐 전 장관은 공교롭게도 자신이 10년 전 대표 발의해 개정된 통계법 조항(제27조의 2)에 발목을 잡혔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이 부동산원이 작성 중이던 주택 통계를 미리 받아 본 행위 등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통계를 공표 전 미리 유출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에서 김 전 장관이 민주총합당 국회의원 시절인 2013년 대표 발의해 2015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당시 업무를 수행한 관계자들의 진술은 물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위법 사항을 밝혀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감사위원회 의결 전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한 배경으로는 '사안의 시급성'을 꼽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계법 위반 사안의 공소시효(3년)가 끝나기 전에 수사기관에 넘길 필요가 있었다'며
'감사 중 단체대화방 삭제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이 통계 조작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직시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조작과 관련된 지시가) 청와대 정책실과 관련 수석실 라인을 거쳐 국토부, 통계청, 부동산원 등으로
내려온 정황은 확인됐다'면서도 '당시 대통령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어떠한 지시를 했다고 밝혀진 것은 없다'고 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조작된 통계를 공표 전 미리 받아보고 국정에 활용했다면 관여 여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8년 5월 당시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랙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발언의 근거가 된 이 통계는 비공개 자료'라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가 경제가 무너지고국민 생활이 피폐해지는 상호아에서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윗분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었다'며 '국정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윗분의 실체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충격적인 국가문란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하니
책임 소재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방주/양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