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위 아래의 단상 (斷想)
하정 김 혜 식
물건의 품격은 효용 가치에 그 척도를 둔다. 물건과 달리 사람 됨됨이는 품성으로 가늠한
]
다고 흔히 말한다. 훌륭한 인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한다. 한편 삶을 살면서 스스로 자
신을 갈고 닦는 노력 여하에 의해 그 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동전의 앞, 뒤와 같은 인간의 양면성은 그 차이가 근소하나 실생활에 파급되는 선 · 악의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인간을 우월하게 만드는 선의 행함과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악의 탐
닉도 따지고 보면 마음 씀씀이에 달리지 않나 싶다.
살아가면서 선을 행하기보다 악의 유혹에 쉽게 젖어든다. 악이 인간의 삶을 보편화, 객관화시키는 것에 따른 부자유스러움, 고통을 쉽게 은폐시키는 힘을 지녀서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인간은 삶을 통해 온갖 정보, 지식, 지혜, 상식 등을 숙지(熟知)해 왔다. 그것은
인간을 냉철한 이성과 지성을 갖추게 했고, 그로 인해 인간을 만물의 영장에 이르도록 이끌
었다. 이러한 인간의 고도한 사고력의 근원지를 굳이 인체 해부학적으로 분류한다면, 배꼽위의 사고 (思考)에 해당 된다고나 할까.
배꼽 아래의 사고는 어떠할까. 처녀 시절 어머니께서는 사람은 무엇보다 배꼽 아래를 잘
간수해야 일생이 평탄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지 못했으
나, 이제 반생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알 것같다. 본능대로 행동하지 말고 마음과 몸을 잘 다스려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당부의 말씀이었다.
배꼽 아래는 들추어내기에는 부끄러울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기관이 많다. 배꼽
위의 기관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을 지닌 장기가 많다면, 배꼽 아래
는 인체에 필요한 각종 영양분을 분해하고 남은 찌꺼기가 배설되는 기관이 있다. 남자의 경
우 배설 기관인 항문과 삶의 원동력과 사랑의 씨앗을 저장하는 생식기가 그것이다. 여자 또
]
한 남자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나, 남자와는 달리 사랑의 씨앗을 잉태할 수 있는 옥문을 함
께 갖추고 있다.
그 신성한 문을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요즘 젊은 여성들은 아무한테나 개방하고 있다.
물론 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많이 바뀐 탓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성의식이 바르지 못한 것
은 다름 아닌 어른들의 잘못이 자못 크다 싶다. 청소년 성 매매가 그렇다. 돈이면 다 된다
는 물신주의와 힘 안들이고 돈을 벌겠다는 그들의 한탕주의가 가세해 점차 오염되어 가고 있
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향락에 탐닉하는 타락한 사회풍조가 그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순결한 몸과 마음을 몇 푼의 돈으로 사서 순간의 쾌락을 즐기려는 어른들의 동물적 본능이
그들의 꿈과 희망마저 짓밟고 있는 듯하다. 순전히 배꼽 아래의 원초적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우매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배꼽 위의 사고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능력을 지녔다면, 배꼽 아래도 어느 정도 그에 걸
맞는 격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본능인 탐욕을 다스리는 데는 이성과 지성도 소용없는 것 같다. 그래서 흔히 “배꼽 아래는 인격이 없다.” 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조물주가 태초에 인간에게 배꼽을 만들어 준 배려는 어머니 자궁 속에서 모체한테 영양분
만 섭취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신체 각 부위 별로 고유의 그 역할이 있듯 배꼽은 어머
니를 통해 우주의 기만 받게 한 게 아니라, 인간이 선과 악의 기로에서 좌충우돌하지 않는 상충하돌 할 때 중용을 지키면서 행동에 중심을 잡으라고 복부 한가운데 자리하게 해 준 게 아닐까 싶다.
예지에 번뜩이는 배꼽 위의 생산적 사고와 배꼽 아래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조화롭게 잘 다스리면 인간은 꽃보다 아름답지 않으랴.
* 수필집 [ 내 안의 무늬가 꿈틀 거렸다] 수록 작품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향기라님 다녀가셨군요. 이러다 책 한권 분량이 이곳에 쏟아 부을 것같군요. 아껴야 할듯 합니다. 다음에 좋은 글 다시 올리겠습니다.
감명 그 자체
문학만 한게아니라 의학도 상당히 해박 하시군요 이번 출판회 끝내고 개원하심히 어떠십니까?
펜의 힘이 칼의 힘보다 때론 강하다는 것만 움켜쥐고 있으려하는데...
옥문? 감옥문! 들어서고 있는가? 나서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