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의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방에 출가한 나는 이렇게 혼자서 깊은 산속에서 수행하는 스님을 만난것은 처음이라 차라리 대중이 모여 사는 선방보다 고즈넉한 토굴살이가 더 좋아 보였다
토굴살이는 승려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대중살이가 그립다.^^
혼자 지내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간에 방해 받지 읺으려고 스님은 새벽예불 대신 낭낭하게 새벽마다 치문경훈緇門警訓을 독송 하셨고 공양은 오는 사람들에게 맏기지 않고 손수 해서 객들에게 차려주셨다. 우리들이 한다고 해도 < 가고 나면 하기 싫어지고 게으르지니 늘 내가 해먹어야한다> 설거지만 객들이 하고 밥하고 반찬준비는 스님이 하셨다.
밤새 소쩍새가 그렇게 처절하게 슬피 울어대는데 날이 밝으면 거짓말처럼 멈추고 다음 날 저녁이면 또 울어댔다.
아침 공양 마치고 나면 8시정도 되면 우리넷은 쪼로록 스님이 우려 주시는 찻상 앞에 앉아서 차를 마셨고 소형 카세트에서 녹음기 테잎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셨다. 그때 들었던 음악들이 내생에 첫 클래식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때 들었던 주페의 서곡 시인과 농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호수는 잊지 않는 곡들이다.
오늘 아침은 그때의 기억을 추억하면서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온집안에 울리도록 듣는다.
그 작은 방안은 부처님을 모셔놓은 스님의 법당이고 차를 마시고 잠도 그곳에 주무시고 하는 본체인데 여전히 아직도 그 건물은 몇년 찾아갔는데 상선암은 그대로였다
스님만 다른 스님이 계셨고 43년 전 그대로였다.
점심 공양 마치고는 얼기설기 대충 만든 책상앞에 앉아서 먹물로 화선지에 바둑판만 그리고 있었다.
아마 필력을 연마 하신듯 했다.
저녁공양 마치고 혼자 체력단련을 하신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만에 나오시곤 했다.
스님은 운동광(?) 이었다 쿵후 검도 테니스 스키 골프까지 운동을 정말 좋아하시는 스님이다
이제 나도 스님께 대꾸하는 나이가 되었다 < 필드에서 선채로 열반에 드실겁니다.> 그냥 웃기만 하신다.
누가 있든 없든 꾸준히 반복 된 하루 일과를 보내시는걸 보면서 어린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만난 스님의 토굴생활은 내인생이 엄청난 영향을 준 인연이 되었다.
4일간의 상선암의 시간은 내 삶의 표본이 되었다. 그렇게 살려고 아니 그렇게 닮고 싶어서 무던히 노력했던 시간들이었다.
토굴에서 내려와서 함께 갔던 스님과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귀한 차생활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었다. 차를 구해서 마시기에는 내 형편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디행이 차를 즐겨 마시는 스님들과 인연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생활이 시작 되었다.
얼마전 청년학교 현지가 < 스님을 만난 사람은 차 생활을 안 할수가 없어요>
차를 마셔라 말라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다른것은 몰라도 홀로 차를 마시는 시간이 잦아지면 저절로 명상이 되고 수행이 되는것이다.
차 생활은 도반이 따로 필요 없을만큼 혼자 마시는 찻자리는 내 안에 있는 나랑 대화 하느라 따로 도반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내가 차를 마시고 만든 까닭은 < 차를 통해서 마음을 다스려라> 가 모토였다.
장마가 시작 되면서 바깥 일이 없다 자연스런게 집안 정리를 하게된다.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 얼마나 몸을 부려 먹었던지... 마안하다. 요즘 세끼 밥 보다 챙겨 먹는 영양 보조식품이 더 많다. 눈 뜨면 먹는 홍삼 중간중간 챙겨먹는 기운돋으라고 먹는 한약 잠자기전에 꼭 먹어라고 고마운 사람이 보낸 콜라겐 내 평생 입에도 안 되었던 건강식품을 챙겨먹는다.
적당한 운동이 필요한데 내가 제일 하기 싫어 하는 일이 운동이고 밥먹고 바로 설거지 하는 일이다 . ㅋㅋㅋㅋㅋ
요리하는것만 좋아하지 설거지는 하기 싫다 . 좀 편해 볼려고 구한 제법 큰 식기 세척기가 있는데 습관이 안되서 손으로 설거지를 한다.
차 항아리 마다 가득 가득 있는 차와 차 항아리를 없애는 일도 요즘 하는 일 중에 하나다
그런 항아리에는 내가 구한 차 보다 나에게 마시라고 갖다 준 차들이 더 많다.
내가 남들에게 함부로 주지 않는 선물이 차와 그림이다
받은 차 선물이 마시기 불편하거나 받은 그림과 사진 선물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아 걸지도 못하고 버릴수도 없고 참 난감 할때가 많다.
그래서 함부로 그런 선물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의 차실에 걸려 있는 그림이나 서예글씨는 정말 애지중지 여기는 작품들이다
유명하던 아니던 중요 하지 않다 내 마음을 움직인 선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유명한 어느 화가(?)가 내게 준 그림 세점과 사진작가 가 준 사진 두점은 받자 마자 원하는 사람에게 줬다.
작품이 제 아무리 좋아도 사람의 인성이 먼저다.
하기사 내 눈에는 아닌데 다른 사람 눈에는 최고일수 있다.
나는 작품이 싫어서가 아니라 작품을 준 사람들의 인성이 불편했던것이다 . < 작품이 무슨죄가 있누>
며칠전 누군가가 해 준 말중에 신세를 진 사람의 뒷담화를 하고 돌아 다니는 사람의 심리는 정신과 의사들의 표현으로 부채의식에서 비롯 된거라고 했다. 지나치고 과분한 은혜를 입고 갚아 줄 형편은 못되고 늘 마음의 짐은 되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부끄러워 떳떳하지 못해서 차라리 욕을 하거나 있지도 않는 흉을 만들어 헛소문을 퍼트라고 다닌다 했다.
자존감이 약한 탓이 아닐까.
애시당초 도움을 준 내 잘못이지 내 뒷담화 하고 다나는 사람을 탓해서 뭐하겠누.
은혜를 입으면 고마운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것 같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더러 있다.
그나마 잘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고마운 일인데 여전히 거지 근성으로 살아간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