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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7월 미 정부는 중국 전선에서 중국 공산당 및 인민해방군과 협력할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딕시 미션(Dixie Mission)’으로 알려진 군정 시찰단을 옌안(延安)에 파견한다. 미션에 포함된 전시정보국(OWI) 요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심리전술이었다. 당시 전력에서 절대 열세였던 중공군은 막강한 일본군을 내부에서 와해시키는 심리전에 주력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들의 선무(宣撫) 공작은 전선에 고립되어 있는 일본군 병사들에게 “군국주의를 타도하자.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하라!” 같은 방송을 하고 전단을 뿌려 전의를 꺾는 데서 시작한다. 붙잡힌 포로들은 후방으로 이송해 배불리 먹이고 여군들을 동원해 따뜻하게 맞이했다. 심지어 복귀 희망자를 풀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 비참한 전쟁 책임은 일본 군벌과 재벌에 있으며 병사들은 피해자이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 주입함으로써 전쟁에 지친 병사들의 분노가 본국을 향하도록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 병행됐다.
사상 개조를 거친 포로들 중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호감과 천황을 향한 맹목적 충성심에 반감을 품은 채 팔로군에 의용 지원하고 인민해방 연맹에 가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시찰단 요원들은 미군의 설득과 회유가 통하지 않던 태평양 전선의 일본군과 달리 천황을 부정하고 군국주의 타도에 동조하는 옌안 수용소의 일본군 포로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해당 내용을 담은 ‘옌안 리포트’는 이후 미군의 대일 심리전에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사상 개조 공작을 뇌를 씻어 새로이 한다는 의미로 ‘세뇌’라고 불렀다. 영어 단어 ‘brainwash’는 원래 있던 말이 아니라 미국 언론인 에드워드 헌터가 세뇌라는 중국어를 번역하느라 고안한 말이다. 세뇌는 중국 공산당이 원조이자 그들의 집단 DNA에 각인되어 있는 기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