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神, 셈할 算. '신산'. KCC 신선우 감독을 가장 잘 함축한 용어다. 그만큼 수 싸움에 능수능란 하다는 뜻이다. 또한, 그는 가장 도전적인 감독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4년 5월 현대 농구단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만 10년째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현재 KBL 최장수 감독이며, 최다승(242승) 감독이기도 하다. 프로야구에 김응룡 감독이 있다면, 프로농구에는 신선우 감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범접한 것이다. 과연 신선우 감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 '先見之明(선견지명)'
신선우 감독은 앞을 내다볼 줄 안다. 결코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바로 신선우 감독이 가지는 매력이다.
95년 봄, 현대와 신선우 감독은 현대에 막 입단한 당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 이상민을 군에 입대시킨다. 그리고 이상민과 함께 핵심전력이었던 조성원과 김재훈도 함께 군 입대시킨다. 신인들은 최소 1년을 뛰고 군에 입대해야 한다는 관행도 현대에게는 문제 안 됐다. '명가재건'의 꿈에 부풀어있었던 현대가 갑자기 왜 이들을 군에 보냈을까? 간단했다. 신 감독이 노린 것은 '미래'였기 때문. "이상민이 있어도 현재 전력으로 우승은 무리다. 그렇다면 조성원, 김재훈과 함께 일찌감치 군복무를 마치고 3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좋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는 격언도 있는데, 누가 신 감독의 목숨을 보장하는가? 이후 그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핵심전력이 빠진 농구대잔치에서는 6강 탈락했고, 프로원년인 97시즌에는 겨우 꼴찌를 면했다. 모두가 그를 스스로 손발을 묶는 '自繩自縛(자승자박)'격이라고 빗대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주위의 비난쯤은 충분히 감수해냈다. 어차피 미래를 생각해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97-98시즌, 이상민, 조성원, 김재훈이 나란히 군 복무를 마쳤고, 촉망받던 신인 포워드 추승균도 가세했다. 여기에 용병도 메가톤 급 구성이었다. 현대의 당연한(?) 우승이었고, 모든 이들은 신선우 감독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대부분의 지도자가 당장의 성적에 얽매여 근시안적인 팀 운영을 하는 데 비해 신 감독은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과 여유를 지닌 감독이었다. 3년간의 기다림 덕인지 현대는 정규리그 3연패와 통합우승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 끊임없는 변화와 추진력
신선우 감독을 말 할 때 가장 빠지지 않는 소리가 바로 '변화'다. 그는 매해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왔고, 아무리 확률 낮은 모험이라도 일단 한 번 도전해 보는 도전적인 스타일이다. 그리고 주위의 비난에도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도 지닌 사나이였다.
97-98시즌을 통합우승으로 장식한 현대는 우승 멤버였던 듬직한 용병센터 제이 웹과의 재계약을 포기한다. 대신에 트라이아웃에서 재키 존스를 지명하게 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외곽슛 능력과 아웃렛 패스 능력 등 공수를 모두 갖춘 존스의 재능은 현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현대는 너무 도미넌트 했고, 2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다. 이쯤 되면 현실에 안주할 만도 했다. 2년 연속 통합우승과 완벽한 멤버구성. 어느 하나 모자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또 다른 변화를 추구했다. 서장훈의 높이를 의식한 탓인지 신 감독은 존스를 SK로 보내고, 대신에 정통센터 로렌조 홀을 영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현대에게 손해였다. 물론, 홀도 잘해줬지만, 한참 전성기였던 존스를 그것도 SK로 보낸 것에 대해서 그는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 감독의 변화와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더욱 놀라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량에 물이 올랐던 조성원을 양희승과 맞트레이드 하고, 핵심 식스맨이었던 김재훈을 기량이 퇴보하고 있던 정재근과 바꾼다. 홀과의 재계약도 포기했다. 신 감독이 새롭게 구상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토탈 바스켓'이었다. 양희승, 정재근 등 슛에 능한 장신 포워드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6강에 겨우 턱걸이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SK에 2연패로 탈락했다. 이것이 '명가' 현대의 마지막이었다.
'토탈 바스켓'은 그대로 끝날 것 같았다. 신 감독은 2시즌 연속 실패했고, 이제 성적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신 감독의 고집도 참으로 대단했다. 누구도 그가 또 다시 토탈 바스켓을 들고나올 줄 생각도 못했다. 신 감독은 트라이아웃에서 다시 재키 존스를 지명해 토탈 바스켓의 초석을 다졌다. 6경기 출전 정지라는 핸디캡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이는 추후에 3경기로 줄여진다) 그러나 토탈 바스켓은 또 다시 물먹기 시작했다. 존스는 복귀한 지 얼마 안 지나서 부상으로 한동안 이탈하게 되고 이 기간 동안 팀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존스의 파트너가 될 용병도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해서 바꿨다. 주위에서는 호들갑을 떨었고, 신 감독의 감독 생명이 다했다고 봤다. 그렇지만, 신 감독은 꾸준히 실험을 했고, 결국 존스의 복귀와 발 맞춰 KCC의 토탈 바스켓은 무서운 위력을 떨치게 된다. 사방팔방에서 포스트 업을 하고, 외곽슛이 터졌다. 존스의 아웃렛 패스에 이은 속공도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KCC는 순식간에 돌풍의 핵으로 자리잡아 꼴찌에서 3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비록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모두가 신 감독의 역량에 놀랐다. 주위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추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2002-03시즌, KBL은 부분적인 존디펜스를 허용하게 됐고, 존스와 양희승의 이탈에 따라 KCC의 토탈 바스켓은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존디펜스 하에서의 KCC 토탈 바스켓은 존스와 양희승의 부재로 외곽슛 난조에 시달렸고, 속공도 밋밋했다. 결국 신 감독은 토탈 바스켓을 접는다. 비록 아쉽게 접게 되었지만, 모두가 신 감독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당장의 성적에 목 매여 우물 안 개구리 식이 아닌, 진정 한국 농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직접 보여줬다. 토탈 바스켓이 높게 평가받았던 이유가 바로 우리 농구가 추구해나가야 할 부분인 장신 포워드의 활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토탈 바스켓이 끝났다고 단언하지 말라. 신 감독이 이렇게 말했으니깐. "과거 3년 연속 우승했지만 용병들을 계속해서 바꾼 데 대해 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정상을 계속 지키기 위해선 끊임 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그런 연유에서 용병도 계속 바꾸고 토탈 바스켓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 고위층의 깊은 신뢰
아무리 감독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려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 성적이 나지 않으면 오래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신선우 감독은 운이 좋은 경우다. 구단 고위층의 전폭적인 신뢰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신 감독과 현대 농구단의 인연은 77년부터 시작된다. 78년 3월에 연세대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신 감독은 일찌감치 구단 창단을 준비하고 있었던 현대에 입단하고, 팀의 초석을 다진다. 신 감독은 188cm의 신장으로 센터를 봤지만, 악바리 같은 승부근성으로 작은 신장을 극복한 사나이였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 연골을 몽땅 도려내는 수술에 따른 여파로 선수생활을 일찍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만신창이의 몸으로 중국의 센터들과 맞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비록 선수생활은 짧았지만, 짧은 만큼 굵었던 커리어였다. '농구천재' 허재가 어렸을 때 가장 존경했던 선수도 바로 신선우였으니, 그의 현역시절은 말 다한 셈이다.
현대 구단의 고위층도 신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정상영 現 KCC 명예회장의 눈에 쏙 들어왔다. 농구계 일부에서 공공연히 신 감독을 KCC 정씨 일가 '로열 패밀리'로 부르는 것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닌 셈. 정씨 일가가 그렇듯 정상영 명예회장도 농구를 좋아했고, 특히 신 감독의 열정적인 플레이에 반했다고 한다. 여기에 정 명예회장에서 신 감독이 용산고 후배라는 점도 그에게 호감을 갖게 해준 요인이었다. 신 감독이 잠시 농구코트를 떠나 현대증권의 사원으로 일할 때도 정 명예회장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 또, KCC가 현대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신 감독과 정 명예회장의 인연은 계속됐다. KCC의 회장이 정 명예회장이었기 때문.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KCC 구단은 신 감독을 무한신뢰하고 있다. 신 감독이 현대시절부터 지금까지 큰 구도를 잡으며 여유 있게 팀 운영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 감독은 정색한다.
"예전의 제이 웹이나 로렌조 홀 등을 버릴 때 구단 내에서 반대가 있었다. 그때는 내가 물었다. '원하는 성적이 무엇이냐? 우승을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성적이 안 나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희철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구단 내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조성원과 전희철 모두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트레이드가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제는 개인적인 친분이 아니더라도 신 감독은 무한신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장'이기 때문이다.
□ 최고의 감독 '신산'
2003-04시즌, KCC는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했지만, 그 여부와는 관계없이 신선우 감독은 시즌 내내 좋지 않은 여론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팬들의 성토는 더 심했다. 바로 R.F 바셋의 임대 트레이드 때문. 편법 트레이드라는 비난은 우승을 하고 난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사실, 이 트레이드로 인해 신 감독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한 일이다. 비난을 하려면 신 감독이 아닌 애매 모호한 규정을 방치해 놓은 KBL에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 감독이 스포츠맨십을 저버렸다는 점은 한동안 그를 논할 때마다 계속해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독 능력을 놓고 본다면 '신산'이 최고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용병술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코트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을 강한 카리스마로 격려하고, 경기흐름을 파악하며 상대의 맥을 끊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타임아웃으로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어놓기도 하고, 마지막 4쿼터에는 강한 결단력으로 유감 없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 또한 매 쿼터 바뀌는 공격 전술 또한 그의 능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빠른 팀을 상대로는 스몰 라인업을 쓰고, 높이가 있는 팀을 상대로는 또 다른 변칙 작전으로 맞선다. 신 감독은 수비에서도 변칙을 즐기는 데 여러 명의 선수들을 번갈아 쓰는 수비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여러 형태의 수비 포메이션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꾸준한 훈련 덕택에 선수들은 철저히 코트 밸런스를 지키며 플레이한다. 게다가 벤치멤버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극대화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도 신 감독의 장점이다. '신산'이라는 칭호답게 몇 수를 앞서는 수 싸움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차분히 전술을 전달하고, 심판 판정에도 웬만하면 웃으면서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KCC는 경기 동안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신선우 감독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도무지 무엇을 생각하고 구상하는지 예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신 감독의 결정에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신 감독의 최대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다가올 시즌에도 '신산'이 기대된다. 그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신선우감독도 좋지만 도웰이가 있었기때문에 가능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딱 한국에 적합한 용병..그 이후에 용병들의 키가 자라면서 도웰이도 아웃....그렇지만 현대의 속공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은 인정하는 감독... 그러나..-_-.
그 도웰을 뽑은이가 신선우죠...
정말 최고의 명장 입니다!! 제가 전주에사 살았서 아는데.. 진짜 전술이 너무나 많았서.. 선수들도 신선우 감독 할려면 먼저 머리부터 좋아야 한다고.. 암튼 다음시즌에도 파이팅!!
농구의 신선우와 야구의 김재박은 정말 현대의 복이죠 :)
원가드 포 포워드...씨스템..아, 이상민도 거의 포워드 5포워드 시스템이였군 ㅋ 그때 정말 신선했죠
양희승과 재키존스 있을때가 제일 좋았었던것 같아요.. 하워권에서 3위까지 치고올라갈때..
능력은 인정하지만....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감독.
능력도 인정하고.. 개인적으로도 제일 좋아라 하는 감독 ^^
능력도 인정하고 최고의 감독!~!!! 화이팅!!!
ㅋ담시즌우승에도 든든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