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시 움직이는 교육특구. 대치동 아파트값이 비싼 까닭은?

[카페주인]

“아줌마, 이거 초등학교 교과서가 왜 이렇게 어려워요? 히히힛.”
“그럼 이 시험문제나 풀어 봐요. 그리고 내일은 꼭 갚아줄게요. 제발 눕지 말고 앉아있어요.”

사채업자 똘마니는 매일 학원에 와서 시간을 보냈다.
40세를 막 넘긴 학원장 Y는 벤처기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고 친인척으로부터 빌린 돈 5,000만원과 사채 업소에서 2,000만원을 빌려 대치동에 초등, 중등 전문 학원을 차렸다. 그중 사채업자에게 빌린돈이 문제였다. 이자로 매일 8만원씩 무통장입금을 시켜야하는 일수 시스템의 사채는 처음부터 밀릴 수밖에 없는 무리한 경우였다. 3일만 연체를 해도 똘마니가 찾아와서 상담실에 드러누웠다.

“하루에 1명이상 학원생을 받아야한다……꼭..꼭.”

사채업자한테 시달릴 때마다 Y는 매일매일 자기암시의 주문을 외웠다. 새벽마다 아파트 현관에 전단을 부치고 5명을 소개해주는 학부모의 자녀를 무료로 수강시켜주는 로비스트 작전을 핀지 3개월째, 1인당 수강료 25만원, 첫 달 5명으로 시작한 학원은 다섯 달 만에 수강료 50만원, 학생 수 100명이 됐다. 1년 만에 사채업자로부터 빌린돈과 이자를 청산하고 악몽에서 벗어났다.

1년간 140%가 넘는 고리를 뜯어간 사채업자 똘마니는 캔 커피와 휴지 1박스를 책상에 갖다 놓고 ‘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아쉬워하며 학원문을 나섰다. 그후로 몇달, 한참 학원이 잘 굴러가나 싶더니 이번엔 ‘쫀쫀이’와 ‘소심이’ 두 명의 선생이 사표를 냈다. ‘쫀쫀이’는 국어선생, ‘소심이’는 영어선생이다.

“원장님, 수고하세요. 저희는 다른 학원으로 갈 겁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죠? 혹시 이 학원에 마음에 안 드는 거라두 있어요?”
“아니에요. 이 학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아니라 옆에 F학원에서 저희들한테 ‘청실아파트’를 얻어주겠다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죄송합니다.”

청실 아파트.
1979년 7월식이다. 총 14개동, 1090가구로 11층, 12층,13층으로 구성된 아파트다. 평형은 31평과 35평 그리고 43평형 3종류가 있다.
안전진단 받고 조합설립인가 난 대치동 재건축대상 1순위 아파트다. 작년에 2종에서 3종으로 종변경이 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총 대지면적 83,001㎡로 25,000평가량의 큰 단지다. 바로 옆 동부센트레빌보다 먼저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동의를 얻으면서 진행이 늦어져 온갖 규제를 다 뒤집어쓰게 됐다. 청실은 맞붙은 단지 국제와 더불어 7년이 넘도록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국제아파트.
대치동 612번지 일대 구역면적 13,000㎡, 3,932평의 땅위에 32평형과 48평형 200세대가 들어선 3동짜리 미니단지다. 중앙난방식으로 1982년 12월식이다. 시공업체는 국제종합건설. 지은 지 25년이 됐다. 위치와 상황이 구청입장에서는 청실아파트와 같이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재건축단지다. 현재는 추진위단계지만 청실아파트와 같이 삼성건설이 재건축 시공사로서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 작지만 개구리산이라 불리던 한티근린공원이 붙어있고 대치1동이라는 자긍심 또한,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한티근린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청실, 국제와 더불어 대치동 재건축 3인방이다. 위치는 대치2동, 대지면적 7만3000평, 총세대수4424세대의 낡고 거대한 아파트 단지는 당연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다. 총31개동에 14층짜리 중층아파트다. 단지 가커 단지내에 동사무소도 있고 상가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만 38개다.

79년 입주 시 34평, 31평 중대형이던 평수는 30년 가까이 흘러 동네에서 가장 작은 평수중의 하나가 됐다.방문턱이 높고,거실에 라지에타가 있고, 바닥 난방이 안되던 오래된 아파트는 전세대수의 80%정도가 조금씩 셀프 리모델링을 했다. 세차례의 안전진단신청은 아직 상태가 좋다거나, 재건축정비지구로 지정된 후에 하라는 엉뚱한 이유로 반려당하고 만다. 비싼 동네의 낡은 서민아파트가 되어버린 매머드 아파트단지는 년말에 바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버티는 중이다.

2007년 6월 2일 이후 대치동 재건축 3인방은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6월 1일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일이 지나간데다가 내년 보유세기준일이 도래하기까지 앞으로 1년간은 변화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또 하나는 6월 1일 발표한 동동탄신도시가 강남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역시 그중에서도 빨리 기대할 수 있는 부가가치 있는 상품이 ‘강남 재건축이다' 라는 생각이 물건을 쓸어담게 하고 있다.

청실, 국제, 은마는 모두 다 리모델링은 양이 차지 않는다. 리모델링 동의서를 걷어봤지만 20%도 채 걷히지 않았다.
나이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다가 인근 동부센트레빌로 재건축된 대치주공과 삼성래미안으로 재건축된 동원아파트 등 에서 보아온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쭉빠진 스타일의 타워형 아파트와 넓은 조경공간, 제대로 설계된 평면에서 살고 싶단 말입니다. 리모델링으로 그런 스타일이 나오냐구요. 지금 살고 있는 좁은 방의 벽도 못 허물 텐데…….우린 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대치동은 1, 2, 3, 4동으로 나뉜다.
청실, 국제아파트는 대치1동, 은마아파트는 대치2동, 휘문고는 대치3동, 롯데백화점, 도곡초등학교가 위치한 곳은 대치4동이다. 메가스터디, 종로M스쿨, 대성N, 논술이데아, 페르마, 토피아 등 어느 학원이고 잘나가는 학원치고 대치본원이나 대치캠퍼스를 두지 않은 곳은 없다.
대치동에는 공식학원만 400개, 과외방까지 합치면 약 900개의 사설학원이 있다. 이른바 ‘학생 수보다 학원이 더 많은 곳’으로 불리는 사교육 1번지다.

대치동의 학생들은 오프학원 1개, 온라인교육 1개, 개인과외 1개 등 주민들 스스로 만든 교육시스템으로 수업 받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고3이 되면 월 2,000만원까지 사교육비로 지출하기도 하는 곳이 대치동이다. 연봉 10억짜리 학원 강사가 있는가하면 그달 벌어 그달 먹고살기 힘든 학원 강사도 태반이다. 오직 명문대 입학생 수로 평가받고 학원 간의 협력과 경쟁관계가 확실한 곳 또한 대치동 학원가다.

‘교육여건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가려한다’고 이야기할 때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이 시대 주거지역의 중심, ‘교육에 대한 투자가 결과로 돌아올 확률이 가장 높은 곳’ 따라서 새 학년 새 학기마다 아파트 가격도 쑥쑥 올라가는 강남의 특구다.

“원장님, 저희들이 이곳 학생 수를 두 배로 늘려놓겠습니다. 한번 맡겨봐 주시기 바랍니다.”

‘쫀쫀이’와 ‘소심이’가 나간 자리에 국어선생 ‘들썩이’와 영어선생 ‘꾸준이’가 들어왔다.
타 학원에서 종전에 받던 월급에 30만원씩을 더 주는 조건이었다.

“두 분은 어디 살고 계시나요?”
“은마아파트에 월세살고 있습니다. 돈 벌어서 동부센트레빌로 가야죠.”

봉준호. 프리미엄 부동산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