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雨中山行 山戰水戰
## 당초 일정 ##
9일 화엄사 민박(1박)
10일 성삼재 -2.5KM- 노고단(탐방 예약) -6.3KM (반야봉 왕복 2KM)- 뱀사골
-4.2KM- 연하천(2박)
11일 연하천 -3.6KM- 벽소령 -6.3KM- 세석 -3.4KM-
장터목(3박)
12일 장터목 -1.7KM- 천왕봉 -2KM- 로타리 -3.4KM- 중산리
종주를 함께 한 고교동창 전모君은 13년전에 종주 경험이 있었고, 가끔 산을 타는 친구라서 등산화도 이번에 처음 신어본 나는 모든 일정과
준비를 거의 이 친구한테 맡기다시피하고 처음가는 산행을 기대와 두려움으로 시작했다.
영등포에서 12시 57분 출발, 모자가 비뚤어졌었군
일정의 컨셉은 "쉬엄쉬엄" 볼거 다 보면서 천천히 즐기자는 거.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먹구름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
구례구역에 5시 도착. 화엄사 앞에서 민박을 잡고 화엄사에 올라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녹음이 울창한 길을
따라 2KMw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 찜질방의 삼림욕방보다 더 진한 숲냄새가 허파꽈리 가득 차왔다.
谷神의 생명력을 느끼며 도착한
사찰. 왠지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문화재들을 보며 느끼는 비애감
이곳도 외적의 화마에 온전치 못했으니... 쩝.
석등 (국보 제12호) 생각보다 무지 컸다. 세계 최대의 석등이라네요.
4사자3층석탑 (국보 제35호)
대웅전
민박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동동주 한자락 걸치고 부푼 가슴을 안고 잠이 든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인터넷으로 주문한 전투식량 2형 야채비빔밥을 먹고 성삼재로 올라간다. 차타고. 이번 산행의 컨셉은? "쉬엄쉬엄"
^^.
이거 꽤 괜찮습니다. 가볍고 든든하고 맛도 괜찮고 간편하고. 강추
아 드디어 시작이구나. 서늘한 고산의 바람줄기에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성삼재에 올라 뭇뫼들에 널려있는 구름 조각들을 보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찰칵
결국 산행내내 볼 수 있었던 온전한 풍광은 이 사진 뿐이다.
노고단 가는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안개가 짙게 끼더니 기어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며 1회용 우의를 꺼냈는데 이건 왠
당황스런 시츄에이션.
비닐도 부실하거니와 겨드랑이에 암내라도 날까 찢겨진 구멍은 살짝만 걸려도 찍찍 찢겨져 나간다.
그리 대단한 비는 아닌지라
친구는 배낭커버를 씌우고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남는 우의를 내 배낭에 덮었다.
예정됐던 노고단 탐방은 점점 더해가는 빗줄기에 물건너갔고, 바로 길을 재촉합니다.
저 운해에 감춰진 지리산의 맨얼굴이 너무 궁금하다.
우의 꼴 좀 보랑께~~
가시거리는 불과 10여M. 구름속의 산책인지 오리무중인지 알수없는 산행이 이어진다.
계속되는 바위와 오솔길.
안개만 없으면 천상이 따로 없을 것만 같은 풍광을 상상하며 걷고 또 걷는다. 계속 오다 말다 하는 비. 근데 비가 오다 말다 하는게 아니라
비구름 위아래를 오르내리락하는 느낌이었다. 비를 맞으며 컵라면 을 먹고, 바로 연하봉으로
직행한다.
다행히 연하봉 정상에는 비가 안왔다.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빗물도 짜내고.
혼자 온 여성분 두 명과 어르신 네명과
정상에서 잠깐 쉬었다. 제일 나이드신 분은 무려 79세.
참 대단하십니다.
반야봉 정상. 거지꼴같다는 친구말에 괜히 오바하며 찍었다.
반야봉 정상에서 잠시 비를 피하다.
이제부터 연하천까지는 비와의 사투였다. 이제는 거의 쏟아지다시피하는 빗속을 아무생각없이 걸었다. 배낭에 덮은 우의는 이리저리 긁혀 그냥
비닐조각이 되버려 배낭 곳곳 빗살의 공격을 받고. 고마운(!) 우의 덕에 상하의는 물론 속옷까지 젖어 버리고, 새로산 트렉스타 등산화는 내가
무슨 장화냐며 진흙과 흙탕물에 범벅이 되어 울고 있었다.
연하천 2KM 정도 남기고는 체력도 바닥나고 오른쪽 무릎에 살짝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 부산 놀러가느라 운동을 못한게 아쉬움이 남는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가는 기분이 이럴까. 오후 5시반 도착.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연하천 대피소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이랄까
작은 나무 건물 2채는 숙박과 취사는 커녕 비 피하기에도 비좁았다.
쾌쾌한 자는 방은 어깨피고 잘 수 없는 칼잠.
다행히 6시 넘어서는 비가 그쳐 편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감사.
오늘 존경하는 인물 1위로 김정호가 급부상했다. 장비도 시설도 없는 옛날에 고생이 이만저만하지 않았겠다. 빨치산 사람들도 아마도
초인이었나보다. 길도 아닌 곳으로 날라다녔다니.
나중에 알고보니 연하천 대피소는 대피소 중에서 가장 낙후된 시설이었다.
그렇쟎아도 잠자리를 가리는 편인데 양어깨를 제대로 펼수 없는
지경에서 제대로 자기는 이미 그른 일. 대충 눈만 감고 누워서 전전반측하다 새벽녘에야 잠시 눈을 붙인다.
연하천 대피소의 잠자리. 이 사진은 언제 찍었지?
새벽에 일찍 출발하는 사람들이 빠져 단잠을 2시간 정도 잘 수 있었다.
전투식량으로 간단하게 밥을 먹고 빈둥거리다 9시쯤에
길을 나선다.
어제 맞은 비가 새들어 핸드폰은 먹통이 되고 친구의 디카도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렌즈에 물이 차버린다.
연하천에서 출발전. 친구와 같이 간 걸 증명할 유일한 사진이 돼버렸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사진만 봐도 너무 좋네요 ~~ 비가와서 아쉽긴 하지만...
제목을 보니 예전 신세계 앞에서의 파병반대 서명을 하던 사진전의 후기가 생각나는군요...지리산 산자락 언저리의 절들만 다닌지 어언 오륙년 언제나 능선을 올라타고 옛날을 추억할라나...역시 글발은 빛살님이오.
읽다보니 내 옛적 군대행군생각이나는걸 보니 고생 직살나게 했구랴. 글게 우리처럼 민가에서 수박서리나허구 술이나푸시지.... ㅎ ㅎ ㅎ
오늘은 쫌 취해서 사진만 본다. 근데 머리짤라써? 고딩가터~~~ 좋겠다! 어려보여서~~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