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맑은 하늘은 어듸로 가버렸는지 벼란간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오후3시인데도 저녁때 같이 컴컴 해지며 늘어선 삘딩의 창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을 한다.
금방 뇌성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빗방울이 앞 유리창을 때리기 시작을 한다.
와이퍼를 고속으로 작동을 해도 앞이 잘 않보일 지경이다.
전형적인 초여름의 소나기이다.
덕분에 도내는 청소차가 한꺼번에 동원된것 보다도 깨끗하게 아스팔트 도로의 청소가 순식간에 끝이났다.
잠시후 하늘에는 방금 소란을 떨던 구름이 어듸로 갔는지 금방 밝게 되어간다.
아직 가랑비는 내리고 있다.
「아침나절에는 날씨가 좋아서 설마 소내기가 쏟아질줄은 몰랐어요」
사흘 계속해서 내리는 소나기이지만 오늘도 우산을 준비한 사람은 별로 없다.사람들은 벼란간에 내린 소나기에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 한다.
이윽고 정말로 저녁나절이 되였다.조금전의 소나기와는 전혀 다르게 석양이 아직 젖은 삘딩을 비추고, 가로수들도 싱그럽게 바람에 흔들린다.
체격이 좋은 청바지 차림의 청년 두사람이 차를 세운다.
나는 학생다운 예의바른 태도와 존대말을 섞어가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하는 두사람의 회화에 나도모르게 귀를 귀울이면서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을 했다.
「오늘도 일하는 도중에 번개가 쳐서 곤난을 당했어요,바람 보다야 낳은 편이지만…」
「바람에 흔들 거리는건 역시 기분 좋은일이 아니야」
「한번 중지를 하면 다음에 시작할때 퍽 힘이 들어요」
「정말이야,귀챦기 짝이 없지」
이윽고 한사람이 내릴곳에 도착했다.
「그럼 선배님 저는 먼저 실례하겠읍니다.모두들에게 말씀 잘 전해주십시요」
후배로 짐작되는 사람이 도중의 역앞에서 내릴때는 검게탄 그의 얼굴이 역전의 조명 등불빛에 건강하게 보였다.
한참 지나니 혼자가 된 눈섭이 진한 선배되는 사람이 말을 시작했다.
「저희들은 조금 별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아르바이트이기는 하지만」
「아까부터 두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어떤일을 하고 있는가 상상을 했어요」나는 흥미를 느끼며 귀를 기울였다.
「프로들도 싫어하는 일입니다.고층삘딩의 유리창닦는 일이랍니다」
「바람이 어떻다는둥,번개가 어떻다는둥 하던건 그래서 입니까?」
「저희들은 아직 학생으로 산악부원 입니다.산에 오르는건,특히 외국에 원정을 하는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원 거의 전부가 이런일을 한답니다.이건 비밀이지만 수입이 좋아요」
「그래요?록크 크라이밍의 훈련도 겸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군요」
「그래요,로프를 고정하고 확인을 한다음 일하는 도중엔 그 로프에 전신을 의지하고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수 없는 긴장의 연속인 점은 서로 같지만 이쪽은 빌딩의 윗쪽에서 부터 밑으로 향해서 일을 해내려 온다는 점에서는 정 반대 입니다」
밖에서 비치는 가로등의 불빛에 그의 흰 이가 반짝 빛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은 너무나도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에 하숙에 돌아가서 먹자말자 그냥 쓰러져 자게 마련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해지는 힘든 아르바이트라고 생각을 했다.
이른 아침의 신문배달은 젊은이들만 하는줄 알었더니 요즈음은 나이든 사람,특히 정년퇴직 직전의 나이든 사람들이 늘어서 매일 아침 이상하게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다.
정년후의 운동부족을 해결하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혼자서 생각을 했었지만,실제로는 신문배달의 아르바이트료가 요즈음의 젊은이들의 생각에 싸다고 하여 젊은이들이 하려고 들지를 않아서 신문배달소에서는 젊은이들을 구하는데 퍽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하는 소리도 들은적이 있다.
산을 좋아 한다고 하는건 가족이나 애인들에겐 걱정거리가 아닐수 없다.
산을 좋아하던 나의 친척을 상상하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으니
「확실히 조난사고가 나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산에 오른다고 하면 모두가 곧 죽는 줄로 착각들을 하고 있어요」
「왜 그런데도 산에 오릅니까?」
자연스럽게 물어 보았다.그랬더니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목적하던 산을 정복 했을때의 쾌감,자연에의 도전과 그 성취감,인간 사회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자연과의 만남,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예요」
자연의 웅대함과 자기 자신의 초라함,감동을 한 나머지 아아 여기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하며 그런 사람의 경지도 알것만 같다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집장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고 있읍니다.자기자신만이 좋아하고, 등산만은 절대로 남에게 시키고 구경을 할수가 없는 일이 아닙니까?그렇지만 결혼하기 전의 독신시대에나 할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성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문명에 역행을해서 대자연 그차체에 도전하는 용기는 역시 청춘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도 문명이 만들어 놓은 고층삘딩에서 로프에 매달려서 체력을 허비하는 아르바이트란 역시 모순 되지요?」
씩 웃는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중에'신인류'라는 말이 어울릴 젊은이들중에는 야행성인간이 많다.낮과 밤이 반대가 되어 거리의 불야성을 만드는것도 그들이다.
거기에 비하여 산을 좋아하는 청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밥을 먹기가 바쁘게 푹 쓰러져서 잔다는 사랑스러운 산을 좋아한다는 청년에게 나는 호감을 느꼈다.
「이 아르바이트를 할때는 암벽과 산의 매력이 머리에 가득 찹니다만,기다리고 기다리던 등산을 하게 되어 산에가면 이번에는 삘딩의 유리창 닦는일이 머리에 가득찹니다.이상하다고 할까 낭패라고 할까」
이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낚시를 좋아하는 나는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게 꿈이면서도 막상 낚시를 가면 왠지 일에 관한 잡념이 머리에서 사라지지를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을하여
「오래 기다리셨읍니다」
하고 했더니
「폐를 끼쳤읍니다」
하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며 요금을 낸다.
아까 내린 소나기가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말끔히 청소를 했는지 하늘엔 별들이 반짝인다.
6월의 가장 길었던 날
흰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벌써 여름의 햇살이다.
장마전선은 머나먼 오끼나와 근방에서 천천히 북쪽으로 이동중에 있다니까 동경지방은 이제부터 장마가 시작되리라 생각된다.장기예보로는 금년의 장마가 시작되는건 6월 하순경이 되리라는 예보이다.
「덥군요」
양복 저고리를 한손에 들고,또 다른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든 검게탄 중년 신사가 허둥지둥 차에 오른다.
M상사원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사람으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건성으로 듣고 있던 라듸오에서는 사꾸라전선이 북해도의 가장 꼭대기에 도착을 하였다고 한다.
과일가게에 프른 매실이 보이기 시작을 한게 엊그제 같은감이 든다.
「일본은 시차는 없지만 남북으로 대단히 긴 나라이군요」
「정말로…」
그런 대화를 주고 받으며 그 사람이 출장을 가는 말레시아의 화제가 시작이 되였다.
적도 바로 아래인 말레시아에는 햇볕이 대단히 뜨거울 것으로 생각이 된다.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해요.때때로 쏟아지는 일본의 소나기와도 같은 스콜이 지나간 뒤에는 정말로 상쾌하답니다.기온은 높지만 동경의 여름 보다도 훨씬 지내기가 쉬워요」
고속도로로 시티 에어 터미널까지 가려고 하다가<전방 수도고속 10키로 밀림>이라는 표지를 보고 일반 도로로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일반 도로는 그다지 차가 밀리지 않아서 쾌적하게 달릴수가 있었다.
손님도 차가 밀리지 않는걸 확인하고 안심을 했는지 말레시아 이야기를 시작을 한다.
「일년 동안 밤과 낮의 시간이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일본과 같이 '낮이 길어졌읍니다'라는 인사말이 없어요.그곳에는 계절 감각이라는게 전혀 없어요」
기후와 풍토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업무로 변해 갔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입하는것이 그의 업무라고 한다.
「현지의 석유업자가 모두 좋은 사람들이예요.오일쇽크로 원유구입이 곤난한시대에 당시 햇병아리인 나에게 여러가지로 편의를 봐주었어요.그때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석유상이 일본에 왔을때 국빈의 대우를 받았을때에요」
「…」
「말레시아는 원유만이 현재 국가의 자금줄입니다.그들은 원유를 일본에 팔기 위해서 필사적입니다.그렇지만 지금은 원유값이 폭락을하여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어요,지방에 가면 굶어 죽는 사람까지 있다고 해요」
동경사미트를 지나면서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원고(圓高)라는 말,지금은 수출을 주체로 발전 하여온 일본에서는 원고 불황대책으로 수입원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않된다고 한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석유업자들에게 1전이라도 싸게 깎으라는 윗사람의 명령을 전하지 않으면 않되는걸 생각하면 너무나도 잔인하여 지금부터 우울합니다.그렇지만 그걸 하는것이 나의 임무이고 또 나의 실적에도 관계가 있으니… 」
순하게 생긴 그의 얼굴이 흐려진다.
「흑자국가란 과연 무언가하고 생각할때가 있어요」
일류회사에 가슴을 펴고 입사를한 에리트 사원들도 세월이 지나면 정신면에서 고통이 겹치게 되나 보다.
「큰아들이 이번 4월에 대학생이 되는데 '다음에 절대로 상사맨은 되지 않을래요,공무원이 좋을겄 같아요,구청이던가 우체국이던가 '라고 하고 있어요」
「…」
「거의 집에서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건만,가끔 집사람이 불만을 말하는 모양이예요」
차는 시티 에어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내리는 그에게
「조심하여 다녀 오십시오,수고가 많으십니다」
나도 모르게 힘을 주어 인사를 했다.
가볍게 해외로 떠나는 상사맨의 웃는 얼굴의 뒤에는 그런 고민도 있구나하고 생각을 하며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마음과 갈등을 존재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흰구름이 반 정도 끼어 있던 하늘도 오후에는 프른 하늘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정원수들이 프르름을 더해가고 있는 한적한 주택가에서 급히 차를 서우더니 허둥지둥 차에 올라타는 모녀가 있었다.
스락스차림의 스타일이 좋은 젊은 엄마와 소학교3학년 정도의 머리를 땋은 귀여운 소녀였다.「요요기(代代木)공원인데요,2시까지 갈수 있을까요?」
「요요기공원 말씀이죠?」
나는 확인을 했다.언젠가 행선지를 잘못 들어서 실수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메이지(明治)공원이던가…」초조한 나머지 목소리가 크다.
「아빠가 메이지 공원이라고 한것 같아」
침착한 어린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아침부터 메이지 공원에서 개의 콘테스트가 열린다.아빠는 애견을 데리고 한발 앞서서 회장으로 가고, 엄마는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는걸 기다려서 지금부터 회장에 서둘러서 가고 있는거다.
「입선을 하면 무언가 상이 나옵니까?」
「트로피와 상패가 나오지만…그것 보다도 대회에 나가기 까지 훈련을 시키는데 고생을 했고,그보다도 돈이 퍽 많이 들었어요」
라며 의외로 꾸밈없는 엄마의 대답이 들려온다.
전에 개의 미용사가 되기 위해서 전문학교에 다닌다는 젊은 여성을 태운적이 있다.
「동물을 좋아하고,그리고 무엇 보다도 사람의 미용원보다 수입이 좋아요」
라고 듣고 둘이서 웃었던 적이 있다.
「댁의 개는 무슨 종류입니까?」
「포메라리안이라고 해요 아시고 계시는지 몰라도 고양이 같이 조그만 개에요 만4살이 되였지요」
인간이라면20세정도 되였다고나 할까.
「레미가 말을 잘 듣고 있었으면 좋겠지?」
딸이 엄마를 바라보며 한마듸 한다.
「레미는 괜챦아요 그 보다도 아빠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모녀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언젠가 본 만화에서 배가 나온 등치가 큰 남자가 관중들 앞에서 깡충깡충 뛰는 조그만 개에게 마추어 긴장을 한채로 걷던 광경이 생각이 난거다.
메이지공원 앞에는 외국산의 고급차들이 자동차의 품평회를 하는양 줄을지어 주차를 하고 있다.
바삐 내린 모녀가 서둘러 회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열린 문으로 회장의 환성과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푸르른 하늘 아래 라듸오에서는 중국 길림성 고아200명 중 조국의 땅을 처음 밟는 50인을 태운 중국민항기가 나리다공항에 곧 착륙을 한다고 한다.
이번에 오는 200명중 75%인 약150명은 당시의 추정연령이 5살미만으로서 육친과 헤어질때의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육친과의 재회가 퍽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의 고아들이 각지에서 양부모들에게 맏겨져서 중국인으로 키워진 사람들로 정확한 나이는 물론,일본 이름 조차 알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의 자식을 다른 사람에게,그것도 외국인에게 맏기지 않으면 않될 상황에서 나이라던지 이름등을 천천히 이야기를 할 여유가 있을리가 없다고 본다.
그때의 상황은 지금 우리들이 상상을 할수 없을 정도로 긴박했음에 틀림없다.
6월이 되고 부터 활실히 낮이 길어 졌다.
저녁때가 되어 비스듬이 차솎까지 비추는 햇살을 받으며 운전을 한다.
조금만 있으면 환락가의 네온싸인이 또다시 도시의 밤하늘에 명멸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