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을 꿈꾸는 기초수급자들이 다른 수급자들의 집을 고쳐주며 삶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전주자활후견기관 집수리사업팀에서 일하던 수급자 5명과 차상위계층 1명이 주축이 돼 꾸린 전주시 평화동 필건축인테리어(대표 최정의).
지난 2000년부터 2000여 가구의 집을 개보수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들은 지난해 3월 자활후견기관이라는 인큐베이터를 박차고 나와 본격적인 생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이들의 용기있는 결단에 그동안 기술을 가르쳐 온 건축가 2명도 의기투합했다. 또 이들을 담당하던 사회복지사도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하면서 진용이 꾸려졌다.
이 자활공동체의 대표이자 건축가인 최정의씨(41)는 “다 무너져 가는 집을 개보수하는 것은 화려한 건물을 짓는 건축과는 다른 색다른 분야”라며 “개보수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새로운 건축분야를 만드는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사업 첫해 완산구청과 덕진구청은 이들에게 주거현물집수리사업과 농어촌장애우개보수사업을 위탁했다. 또 한국토지공사의 후원으로 저소득층 아동가구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펼쳤으며 일반 유료사업도 벌여 저렴한 가격으로 집수리에 나서고 있다. 경력과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월급은 80∼150만원.
지난해 말 창업 멤버 2명은 수급자를 탈피한 자신감으로 공동체에서 독립해 나갔다. 빈자리에는 새로운 수급자 2명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이들이 주거현물집수리사업으로 개보수한 수급자 가구는 180여 곳.
200만원 이내의 지원금으로는 부족해 주머니를 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홀로노인과 장애인 등의 집수리에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임한다. 불편했던 경험과 봉사의 마음이 어우러져 수혜자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보람을 묻는 질문에 최성규씨(57·가명)는 “남을 돕는데서 오는 기쁨은 2차적인 것”이라며 “초창기 모임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의심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자활의 힘과 의지를 키운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것. 이는 곧 다른 수급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봉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자활공동체 결성 당시 정관에 새겨 넣은 “우리가 사회의 도움을 받은 만큼 매년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원칙은 이제 이들의 철칙이 됐다. 지난해말에는 얼마 안 되는 수익금이지만 사회복지시설 등 13곳을 방문해 땀 흘려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이들은 지금 또 하나의 커다란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주거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복지센터 시범사섭을 펼치기로 한 것. 사회복지단체들을 모아 주거복지 전달체계 정비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동안에는 집수리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 머물렀지만 관리비를 내지 못해 영구임대주택에서 나가야 할 형편에 처한 수급자, 공공임대주택 공급대상이지만 서류절차를 잘몰라 신청을 못한 노인 등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김영찬 사회복지사(34)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어려운 사람들의 주거문제인 만큼 이 분야로 사업을 집중 할 것”이라며 “주거복지구축센터가 건립되면 여전히 현장을 누비며 집을 고치는 실무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