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은 혀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오렌지를 보면 하게 된다. 오렌지의 감각과 사대정신, 대대적인 광고전략 속에 오렌지 주스의 환상은 키워졌고, 그런 오렌지가 농약절임이 된 채 수입되어 들어와도 우리는 그것을 맛있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오렌지에 맛이 들린 혀가 우리의 귤을 맛없게 느끼는 이유는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에 세뇌당해 넋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며, 품질개량으로 당도만을 높이도록 조작된 과일에 무릎을 꿇은 혀의 미각신경 때문일 것이다.
귤보다 오렌지가 더 싼 세상, 제주도의 귤농가가 망하고 그 값이 더 오른 이유, 그래도 경쟁력을 키우려고 하우스 재배로 미리 출하하려다 잃어버린 영양......
그 악순환의 고리를 미국 서부 여행길에서 알았다. 미국 현지 가이드로 일하는 젊은 한인 교포 2세는 한국이 수입 오렌지만큼은 절대 사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5대 농산물의 하나인 오렌지는 수출용으로 정해지면 시퍼런 상태로 낙과제 범벅이 되어 나무에서 떨어지고 농약절임이 되어 배에 실린 뒤 몇 달에 걸쳐 운반된다. 채취 후에 살포되는 농약의 위험은 실제 재배 도중 살포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제주도의 귤이 미국 수입금지 품목이라는 것이다. 귤은 까먹기 편리하고 그 맛도 더 훌륭해 자국의 오렌지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그런 귤이 우리나라에서는 오렌지한테 그 자리를 내주고, 농가의 생산구조를 열악하게 만든 원흉이 오렌지이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자국민의 보호에만 철저한 거대 자본주의 미국의 치밀한 전략 속에 쓰러지는 농가와 그 속에 간간이 부지하는 우리의 목숨. 아닌 것은 NO라고 말하며,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나쁜 것은 해롭다고 말하는 우리의 가치기준의 부재.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오렌지보다 열렬하게 우리의 귤을 더 좋아하는 세상, 우리의 귤이 안전한 먹거리로 생산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