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아래 카라멜고개<광덕고개>에서 국망봉 구간은 꽤 긴 구간인데, 나는 작년 2월초 광덕산에 갔다가 그 구간을 찾았다.
1시간여만에 광덕산 정상에 도착하여 고개로 다시 내려와, 백운산을 거쳐 도마치봉까지 왔다가 광덕고개로 원점회귀했었다.
다시 1주일 후에는 흥룡봉을 거쳐 도마치봉을 지나, 화악지맥이 분지하는 도마봉에서 도마치 고개로 내려갔다. 국망봉으로
가기에는 겨울철 일몰시간이 얼마 남지않았기 때문이다. 지방도로를 따라 7킬로를 걸어 적목리 38교 버스종점으로 향했다.
음력 설이 지난 며칠 후인데, 1천미터가 훨씬 넘고 빙설에 덮힌 화악산과 국망봉산 사이에 난 길은 냉장고 안을 거니는 것
처럼 냉기가 감돌았고....
한북정맥 구간 중에 결국 도마봉에서 국망봉까지 4킬로 넘는 구간이 빠져서 이 구간도 뗌빵하고, 포천 이동을 지나면서
한 눈에 들어 오는 봉우리가 갈라진 가리산도 가 볼 겸 지난 6월의 어느 일요일 포천의 이동면을 찾았다.
아래는 들머리, 좌측 끝의 봉우리가 갈라진 모양의 산이 포천의 가리산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이 산 일대에서 가리<칼륨> 광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리산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100산에 열거되는 홍천의 가리산은 정상이 벼를 쌓아 놓은 가리 모양이라 하여
가리산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작년 2월에 찾았던 백운산 흥룡봉 근처에서 조망한 눈에 덮힌 가리산....
흥룔사로 올라가는 능선도 나름대로 특색이 있으나, 포천군의 관리가 미흡하다-들머리에서 90분쯤 지나면
수 미터 거의 80도 정도의 릿지 구간이 있는데 로프나 철책같은 안전장치가 없다. 들머리에서 90분 동안이나
진행한 산행을 그만 두기에는 그렇고....만약 바위에 눈이나 비가 내리거나 남아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

포천 이동면 47번 국도변에 있는 풍차가든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조계종 사찰이 나온다. 오솔길을 따라 가면 철파이프로 문을
만들어 차량통행을 막고 있고 "사유지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있다. 능선을 오르다 보면, 여기저기 '지뢰지대'와 같은
위험지역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다.
아마 실제 지뢰가 있다기 보다는 군훈련용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망봉 입구에는 거의 100 여만 평의 사유지가
있고 입장료를 받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고 휴양림 정문을 통해 정규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망봉 등산안내도 뒷편의 오솔길로 가는데, 평일 업무시간에 산행하다가는 인근 군사격장에서 날아 온
유탄에 자칫 맞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리산을 20여분 오르면 전망이 조금 트이면서 오던 길쪽으로 힌색 교량 위에 한북정맥 명성지맥의 마루금이
보인다. 각흘산과 명성산으로 이어지는 자등현 고개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갈림길이 몇 차례 나오면 좌측으로<우측은 국망봉> 붙는데, 아래 사진처럼 검은 망으로 울타리를 쳐서 출입을 막는
곳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장뇌삼을 재배하는 사유지
능선을 따라 오르다가 15여명의 등산객들과 같이 어울리게 되었는데, 검은 망의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그들과 진로에 대해 이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가리산을 오르고 있는 중인데, 등산대장을 포함한 한 팀이 지금 좌측 길을 지나 계곡쪽에
있으며 방금 연락이 오기를 좌측으로 내려오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뭐하러 계곡으로 내려가서 힘들게 다시 올라가느냐?면서 우측으로 진행하여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그들과 헤여져서 나 혼자 우측 길로 갔다.

아래는 우측이 가리산이고, 좌측은 645봉인데 전망바위 역활을 한다.

645봉의 바로 앞에는 아래 사진의 가리산이 있지만, 여기 645봉에서 가리산은 눈 앞에 있지만, 미로처럼 얽힌 등로때문에
가리산 정상까지는 아직도 머나먼 길.

645봉을 지나서, 갈림길이 나온다. 양쪽에 모두 리본과 로프가 달려 있는 하강길이다.
전날 밤에 선답자가 올린 산행기에 밑줄을 긋고 읽었건만 무심코 좌측길로 들어섰고
로프를 잡고 잠시 내려가다 보니 이 길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거의 직벽인데다가 로프가 너무 낡았다.
조심하여 다시 위로 올라와서 오른 쪽 방향의 아래 사진의 바위 틈의 로프를 잡고 하강....

645봉에서 헬기장 2곳을 거쳐 가리산 정상 기저부에 도착했다. 47번 도로변 풍차가든에서 4시간 소요.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에 아래 계곡에서는 아까 헤어진 산악회 회원들이 같은 회원들을 찾는 고함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등로를 찾지 못해 그들은 아직도 계곡에서 헤매는 중이다.
만약 해가 일찍 지는 동절기에 가리산에서 헤매다가는 자칫 저체온증에 빠져 하늘나라로 떠날 수도 있다.
산 인근에 사유지가 많아 등로가 미로식으로 되어 있고 등로자체도 너무 좁고 작은 나무들이 올망졸망
울타리식으로 빼곡하다. 더구나 릿지에 능한 특히 여성회원이 올린 산행기를 읽고 가볍게 생각하고
산행에 나섰다가는 큰 코 다칠 곳이 가리산이다.
기저부에서 로프나 철책을 찾아봐도 없길래,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헬기장을 거쳐 신로봉으로 가는
850봉으로 향했다. 850봉으로 가는 길은 매우 좁은 능선 길이고 길 옆에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다.
아래는 국망봉을 배경으로 850봉에서 기념사진

850봉을 지나면 신로봉과 신로령을 지나, 국망봉으로 오르는
경기도의 지리산이라 불리는 한북정맥의 국망봉 주능선에 이르게 된다.
아래는 신로봉의 바위에 뿌리를 내려, 바위에 매달려 살아가는 강한 생명력의 소나무들


아래 맨 위에 화악산 정상의 시설물과 석룡산의 정상이 드러나는 화악지맥의 마루금

아래 사진은 표지판에는 새길<새-신, 길-로>령이라 표지되어 있는 신로령 고개-좌쪽 봉우리와 우측 둔덕 사이
수 만전부터 있었던 국망봉 능선 길에 포천 이동으로 빠지는 새로운 길이 생기고, 새 길로 가는 고개를 새길령<신로령>이라
칭한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6년전 음력 설날에 가족 단합을 위해 3형제 가족이 포천이동 펜션에서 하루밤을 묵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자녀들은
스키 타러 가고 부부 6명이 늦은 아침을 먹고 11시에 등산을 시작, 5시에 국망봉 정상에 오른 뒤에 하산하다가
여기 신로령 근처에서 4명이 동사했다고 한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모두 산에서는 자만심을 버리고 항상 자중해야....
후담이지만 119구조단원이 올린 국망봉 사건에 대한 기록에는
6명의 부부 중에 담배를 피는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가 써 있다. 만약 흡연자가 있었으면, 눈 밑에 잔득 쌓인 낙엽을 태우면서
동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예기다. 산꾼들에게 라이터는 필수품이다.
나는 금년 5월17일에 4시간 정도 가랑비를 맞고 대청봉에 올랐다가, 대청봉의 영하 20도 체감온도와 강풍에 동사할 뻔했었다.
동창회 홈페이지에 '대청봉에서 얼어 죽을 뻔했다'는 산행기를 올렸다.
그 후 내가 산행정보를 얻기 위해 가끔 찾는 멧돼지 사냥과 약초채취를 거의 생업으로 하고 있는 어느 프로의 카페에 들어가니
내가 올린 제목과 거의 같게. '얼어 죽을 뻔한 화악산 산행'이라는 제목의 산행기를 카페지기인 그 프로가 올렸다.
내가 대청봉에 간 5월17일에 그는 화악산에 비를 맞고 올랐다가 추워서 죽을 뻔 했다는 내용인데, 사진을 보니 불을 피우고
있다. 한 여름에도 특히 비를 맞게 되면, 큰 산에서는 저체온증에 빠져 동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와 비 맞은 나무 중에도
불이 잘 붙는 나무가 사스레 나무라고 한다. 나무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얘기고, 비가 예상되면
산행을 삼가고 부득히 산에 가려면 추위를 피할 여벌 옷과 방한 역활을 하는 쓸 만한 우의를 챙기는 수밖에 없다.

국망봉 가는 능선 길
그늘이 져서 예상과 달리 시원하며 차광이 된다.

작년 2월 눈이 쌓인 겨울철에 도마봉에서 바라 본 국망봉 능선길

포천과 철원의 곳곳에는 궁예와 얽힌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궁예가 포악하고 의심이 많다고 하나, 그것은 승자가
쓴 얘기이므로 정확한 것은 모르겠으나....자기의 실정을 바로 잡으려고 충고한 부인 강씨를 강씨봉<국망봉과 청계산
사이의 산> 아래 마을에 안치하고, 왕건에 패한 궁예가 부인 강씨를 만나려 왔다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국망봉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5시경에 국망봉에 오르니, 여나믄 살 먹어 보이는 사내아이와 40초반의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서 국망봉을 찾았다는 부자는 나한테 시골에서 가져온 음식을 권하며 반가워했다. 홍천 금확산에 오게
되면 자기 집을 찾아오라면서--면 사무소 앞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귀가 길이 걱정되어 나랑 같이 하산하자고 하니, 차를 가져왔다고 한다. 주차한 곳을 물어보니. 적목리 38교
종점 근처다. 여기는 초행길이라는데, 40대 사내는 등산 정보를 정확히 탐색하고 있고, 다른 산 예컨데 대성산의
입산허가에 대한 것까지 알고 있었다. 견치봉 정상석의 바로 앞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갈림길 없이 곧장 현종사로
하산하여 적목리로 간다는 것을 그를 알고 있다.
그가 하산하려는 길은 내가 왕초보 때에 등산책을 통해 국망봉 오르는 최단코스로 선택하여, 눈이 내리고 아무도 안 다닌
눈 덮힌 길을 러셀+알바하면서 국망봉에 올랐던 길이다.

국망봉 정상에서의 조망



47번국도 풍차가든에서 가리산 기저부--4시간 소요
가리산--신로령 2시간 소요
신로령--국망봉 2.4킬로 1시간 소요
국망봉--포천이동 장암 버스승차장 2시간30분소요
아래는 국망봉 휴양림 매표소 인근에서 석양에 조망한 가리산과 국망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