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박달나무, 단풍나무, 물봉선, 구절초, 단풍취, 박주가리소나무, 전나무, 대나무, 차나무.
동백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매화, 산수유, 벚꽃, 생강나무, 진달래, 서어나무, 나도밤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우대.
층층나무, 상수리나무, 생강나무, 고욤나무, 사람주나무, 느티나무, 까치박달.
금강송.
능소화, 편백나무, 물봉선, 사철나무, 잣나무, 토란, 코스모스.
향나무.
대나무, 푸조나무, 느티나무, 음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은단풍, 곰의말채, 갈참나무, 메타세쿼이아.
팽나무.
벚꽃, 전나무, 검팽나무, 동백나무, 산죽, 백동백, 졸참나무, 개비자나무, 비목, 감나무, 산뽕나무, 느티나무, 짝자래나무, 산돌배나무.
전나무, 꿩의바람꽃, 노랑무늬붓꽃, 얼레지, 노루귀, 회리바람꽃.
진달래, 갯버들, 산괴불주머니, 괭이밥, 물황철나무.
소나무,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자귀나무, 팽나무, 삼나무, 고로쇠나무, 벚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산죽.
산벚나무, 진달래, 철쭉, 국수나무, 물푸레나무, 리기다소나무, 신갈나무,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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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질마재 - 단풍잎이 배접된 도솔암길
* 순천 조계산 굴목재 - 선암사 주차장에서 절로 가는 길가에 할머니들이 봄나물을 팔러 나와 다정하게 앉아 계신다. 눈에 밟히는 정겨운 모습이다. 봄나물이 맛있다며 손짓을 보낸다. 빨간 플라스틱 함지박 두 개로 하나는 엎어서 좌대로 삼고, 다른 하나는 그 위에 올려서 나물을 담아놓았다. 쑥, 냉이, 봄동 등 푸성귀가 싱그러운 봄 냄새를 전하며 손님을 기다린다.
*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옛길인 굴목재는 조계산의 8부 능선을 오르내리며 걷는 기분 좋은 길이다..... 걷는 일은 비우는 일이다. 이 길은 내가 처음 걷는 길이 아니다. 앞선 누가 걸었던 사연이 있는 길이다. 그 앞서 걸었던 이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길은 옛길이지만 걷는 일은 언제나 새롭다.
* 평창 대관령 옛길 - 율곡이 강릉에서 한양으로 과거 길을 떠나면서 요깃거리로 곶감 백 개를 괴나리봇짐에 챙겨 대관령 고갯길에 올랐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힘이 들어 곶감 하나씩을 꺼내 먹었다. 곶감 먹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르고 고개를 넘어와 봇짐을 보니 곶감이 딱 한 개 남아 있었다. 한 굽이 돌면서 곶감 하나씩, 아흔아홉 개의 곶감을 먹었으니 대관령 고갯길이 아흔아홉 굽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대굴대굴 굴러서 내려간다는 강릉 사람들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진 않다. 길이 곧게 뻗어 있지 않고 산허리를 껴안고 정담을 나누듯 이어지니 굴러갈 염려는 없다....... 눈길을 밟아 길을 낸 설답꾼, 소금 가마를 진 선질꾼, 봇짐 진 장돌뱅이, 가마를 멘 행렬 등이 수도 없이 오고 갔을 그 길을 단숨에 내려오니 반정이다. 강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동해가 와락 달려올 것 같은 전망 좋은 지점이다....... 반정과 주막터 사이, 쉼터 근처에 있는 '자기학습식 금강소나무 숲으로의 여행' 코스를 흔히들 지나치는데 나는 꼭 이곳에 들어 기를 충전받으시길 강력 추천하고 싶다. 소나무에 대한 자기학습의 장소이기도 하다. 대관령 소나무는 1922~1928년 솔씨를 사람의 손으로 뿌려 가꾸고 보살핀 것이다. 울진 금강송 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로 규모는 약 4백 헥타르에 이른다.
* 지리산 장터목 - 남한의 산 가운데 바다에 떠 있는 제주도 한라산(1950m)을 제외한 내륙의 수많은 산 중에서 제일 높게 우똑 선 지리산 천왕봉(1915m) 아래 그 옛날 장이 열린 고개 터가 있었다니 믿기지 않지만........해발 1750m 고개에 열린 장터.......장터목이란 이름의 유래도 '장이 섰던 터'에서 비롯됐다. 장은 봄가을에 열렸는데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사람들은 소금이나 해산물을 가져왔고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사람들은 종이나 곶감 등을 이고 지고 가져와 물물교환을 했다. 마천면에 사는 사람들은 장이 서지 않는 계절에 생필품인 소금이 필요하면 장터목을 넘어 시천장까지 걷고 또 걸어가서 사 와야 했다....... 밤 2시에 도둑처럼 밖으로 나가 바라본 치밭목대피소 하늘의 처연한 달빛, 찬 바람 소리, 그 막막함이라니. 유무선 전화가 허용되지 않는 고지. 그리움마저 지워진 곳..........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리산이 지정되었고 장터목에 1971년 지리산대피소가 지어졌다.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산을 찾는 산꾼들의 거처였다. 그 후 지리산대피소가 장터목대피소로 이름을 바꾸었다. 장터목을 떠날 때는 대피소 앞에 있는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하늘 아래 첫 우체통이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그리운 이가 없는 사람은 그리운 이를 만들어야 한다. 편지는 대피소에 근무하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임무 교대하기 위해 하산 길에 소중하게 안고 간다.
* 광주 무등산 옛길 - 총길이는 무등산의 높이 1197m 숫자에 맞춘 11.87km다. 물론 약간 억지가 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충분히 봐줄 만하고 무등산 높이와 옛길의 길이를 기억하기도 좋다......큰길을 건너면 무등산 옛길 표지판이 서 있고 곧바로 골목길이다. 사람 두엇 지나갈 정도의 골목은 옛집들의 담과 담 사잇길로 도시의 감춰진 뒷모습을 보는 듯하다. 순간, 뜨악하고 혼란스럽다. 번화한 도시의 골목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칙칙함이 스쳐 간다. 그러나 곧바로 산자락이 초록의 발판을 내밀어 나그네를 안내한다. 탱자 울타리를 타고 오는 능소화가 빨갛게 늦더위를 이겨내며 웃는다. 오래된 돌담에 담쟁이가 초록 기운으로 기어오르고 사철나무의 잎이 짙다. 옛 산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무등산 옛길은 여기서부터가 맞다. 그러나 광주시에서 무등산 높이의 숫자 '1187m'와 짝짓기 하기 위해 산수동 오거리부터 옛길을 이어놓은 것이다. 그 발상이 밉지는 않다. 앞서 가는 마케팅이란 생각을 해본다........ 길은 걷는 자의 자산이니까. 나무 그늘 습지를 지나며 물봉선 군락을 만나 한참을 놀았다. 아침 안개를 머금고 젖어 있는 꽃잎이 요염하다.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색채가 황홀하다. '연인의 길, 약속의 다리'라 이름한 제4수원지(석곡수원지)를 지나는 청암교를 건너며 바라본 풍경, 수면에 떠 있는 아름다운 산 그림자에 넋을 빼앗긴다.
* 마곡사 백범 명상길 - 조선 순조 때 학자인 이양연의 시가 객을 반긴다. ..... 백범 선생이 조국 광복을 일념으로 가슴에 새겨 품고 다녔던 이양연의 시가 내 명치끝을 친다. 선생께서 즐겨 쓰시던 휘호인 이 글은 눈길 위에 찍힌 발자국 사진과 함께 액자 속에 걸려 있다. 백범 선생이 머물렀던 집 마루 벽에. 액자 위에는 백범 선생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런데 마곡사에는 출처를 잘못 알고 서산대사의 시라고 표기돼 있어 바로잡았으면 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 제주 애월읍 하가리 - 환해장성(環海長城)은 제주도의 해안선을 따라 쌓아놓은 돌담(성벽)이다. 바다로부터 쳐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고려 말에서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쌓았다. 제주도기념물 제49호다. 원담 또는 갯담은 고기 잡는 시설이다. 얕은 바닷가 연안에 주변의 지형지물과 연결하여 1m 높이로 쌓은 돌담이다. 밀물을 따라 연안으로 들어온 고기가 원담 안에 갇히면 물이 빠지는 썰물 때 잡는 방식이다. 소와 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목장 울타리용으로 쌓아놓은 돌담은 잣성이다. 큰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의 돌담은 올렛담, 택지 옆에 붙어 있는 텃밭의 돌담은 우영담, 돼지우리를 둘러놓은 돌담은 통싯담. 밭담은 경작지 소유를 구분하고 가축들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쌓았다. 무덤 둘레에 네모나게 둘러놓은 돌담은 산담이다. 죽은 자의 영혼이 깃든 공간이며 사자의 생활공간이란 의미가 깃들어 있다 말이나 소의 피해를 막고 산불 피해를 막는 목적도 있다.
- 김영재 [외로우면 걸어라](책만드는집, 2012)에서 발췌.
* 김영재 : 1948년 승주 출생. 1974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홍어], [오지에서 온 편지], [겨울별사], [참나무는 내게 숯이 되라네], [다시 월산리에서], [참 맑은 어둠], [절망하지 않기 위해 자살한 사내를 생각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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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정적 필체의 아름다움과 옛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애정이 없다면 어떻게 이처럼 섬세하면서도 치밀하게 묘사할 수 있겠는가.
누구라도 이 책 한 권이면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무탈하게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윗부분의 각종 나무 이름은 이 책에 등장하는 길에서 시인이 만난 나무들인데
답사기, 지리안내서 같은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이 책에 싱그러운 향기를 더하고 있다.
379쪽, 얇지 않은 책을 읽는 동안
'외로워도 걷지 못하는' 자의 아쉬움을 마음껏 달래었다.
필자 김영재 선생의 일갈이 아니더라도,
"건각이라면 당장 걷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