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에 오다가 소매치기를 당하고,한달을 넘게 손님 하나 없다가, 안면도 선술집 아줌마를 봐주며 말문이 트이기 시작해서 내처 귀신붙은 동네아줌마의 귀신까지 떼어주자, 슬슬 소문이 나 제법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습니다.
그때는 세상물정도 몰라서 사탕만 사다주어도 사람을 봐 주고, 갖고온 돈이 없다고하면 그냥도 봐주고 그럴때 였지요. "총각. 우리 아저씨가 집나간지 꽤 됐는데, 언제나 오것나 봐줘 봐유?" "아저씨는 안와. 딴디다 살림 채려서 재밌어 죽것는데 집엘 왜 와유" "진짜 안오남유?" "오나 안오나 봐유.기다려 보면 알거 아녀유" 또 다른 사람이 와서 "총각 우리집 아저씨가 집나가서 소식이 없는데 어떻것어?" 하면 "그 집 아저씨 낼 모레 꼭 들어와유.기달려봐유"하면 여지없이 그집 아저씨가 집엘 들어오고, 이렇게 착착 맞아들어가니 인근까지 그 소문은 퍼져 날마다 사람이 늘어 갔습니다.
어느날 인근 승언리 라는곳에 사시는 보살님 한분이 찾아왔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단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분이였습니다. "제 사주 좀 봐줘요" "보살꺼 보살이 직접보면 되지. 나더러 뭘 봐달래는 거예유? 우리네 같은 사주 구먼유...."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맞어.나도 총각처럼 신(神)이 있어. 서로 같은 팔자야" "총각. 실은 내가 총각이 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모시는 산신할아버지가 총각을 데려오라고 그려셔서, 일부러 찾어 왔어. 총각 여기온지 얼마나 됐나?" "한 두어달 됐구먼유" "총각도 듣자하니, 집도 여기가 아니고 청양 이라매, 여기 여인숙에서 한데잠 자지말고 나랑 우리집으로 옮기자구. 우리집은 승언리에 있는 '함흥사'라고, 내가 절을 하나 지었어. 빈방도 있고 먹을것도 많고하니 우리절에 가서 얼마든지 있으면서 기도도 하고 손님도 봐주고 그래. 내가 보니 총각은 나랑 전생에 깊고 깊은 인연이 있어" " 내가 전생에 업이 많다보니 내속으로 낳은 자식은 없어" "그렇지만 내가 배아파 낳지는 않았어도 총각이 나를 엄마라고 생각 하고, 내 수양아들이 되어 주기만하면 나도 친아들로 생각 할꺼니까" "자 우리집으로 지금 당장가자. 여기 여인숙에 돈 줄꺼 얼마나 있지?" 안가겠다고 거절을 했지만,당신절로 가자며 잡아끄는 보살님과 전생에 깊은 인연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보살님이 원하시는 대로 수양엄마를 삼겠노라고 얼떨결에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그분은 이미 돌아가셔서, 지금은 장충동 제가 손님 상담하는방 제단 왼편에 놓인 위패속에 계십니다. '천상 선녀부인 이삼복(李三福) 신위' 아침마다 향을 피워 드리고 위패를 모셔놓고 예우를 다하며, 일점 혈육 하나 못 남겨놓고 가신 그분께 수양아들의 도리를 다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양엄마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왜 가냐며 서운해 하시는 한양 여인숙 주인할머니께 그동안 여인숙에서 먹고 잔것 중에서, 일부 계산이 안된걸 모두 쳐서 계산해 드리고, 그간 신세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눈뒤, 그 보살님이 이끄시는 대로 승언리 '함흥사'로 향했습니다.
"니들은 윤중이가 옷을 벗어 놨어도, 행여 옷 위로라도 재수없게 넘어 댕기지 말아라" "윤중이는 산신님의 화현이여. 쟤 생긴거 봐라, 산신을 쏙 빼 닮었쟎냐.쟤가 보통 도가 깊고 쎈얘가 아냐. 윤중이는 예삿사람이 아니다. 산신이야 산신. 윤중이 건드렸다간 산신할아버지가 노하셔서 니들은 큰 벌 받을줄 알어라"
수양엄마는 절에서 일 거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제옷이라 할지라도 절대 넘어다니지 말고, 신발도 밟지 말라시며 저라면 끔찍히 벌벌 떠셨습니다.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잘해주시는지 저는 시골 청양에선 못받아본 대접을 흠씬 받고,몸과 마음이 아주 편안해져서 기도에 전념할 수있게 되었고,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 상담으로 바쁜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수양엄마는 제가 머리깍고 절에서 행자생활을 했기에 스님이나 다름 없다며, 사람들이 있을땐 저를 윤중이라고 불렀습니다. '윤씨 성을 가진 스님'이란 뜻 이지요.그리고 아무도 없을땐 제게 윤도라고 불렀습니다. '윤씨 성을 가진 도사'란 뜻으로요.
제가 삼년이란 세월을 함흥사에서 보냈는데, 수양엄마는 눈물겹도록 저한테 잘해주셨지요."윤도야.뭐먹고 싶으냐. 말만해라. 엄마가 다 해줄 테니까" "엄마 나 누른밥이 먹고 싶어요"하면, 수양엄마는 누른밥을 고소하게 눌려서 계속 주걱으로 저어가며 멍울이 하나도없이 폭 끓여서 구스름허게 해서 밥상에 올려 주셨지요.그리고 철철이 입에 딱 맞는 반찬에, 제 빨래는 아무도 손을 못대게 하시고 손수 빨아서 손질 해주셨습니다. 그분께 받은 제사랑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늘 알 수 없는 사랑에 목말라 하던 제게 단비와도 같은 것이였습니다.
어쩌면 시골생활이 그렇듯이 상담해주고 벌은돈으로 그날그날 술이나 마시며 보냈을 세월을, 저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기도에 전념하고, 예불도 빠짐없이 드리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아주 행복한 한시절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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