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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원문보기 글쓴이: 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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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사전적 의미를 뒤적이면 산이나 들에서 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의 꽃으로 들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세상이 갈수록 콘크리트에 익숙해지면서 잊혀져 가는 단어이기도 하고 사뭇 어릴 적 동심 속의 소박한 마음이기도 하다. 구절초, 할미꽃, 패랭이, 매발톱꽃, 붓꽃, 수련, 벌개미취 등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예전에는 천지에 널린 친숙한 꽃이었다.
6천여평 들꽃들의 천국 익산에서 황등 길을 따라 웅포 방면으로 15㎞쯤 가다보면 조은 주유소 옆 길목에 '함라초당'(들꽃학교, 교장 배동문·장혜란 부부)이라는 입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목리 소룡마을. 이미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웅포 줄기의 한 가닥이라서 그런지 야트막한 산등성이며 6, 7월의 나무줄기가 유독 파릇파릇하게 눈길을 끌었다. 막연하게 인위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찾아갔던 그곳은 울퉁불퉁한 양 길로 뻗은 야생화와 초입부터 눈길을 끌어당긴 함지박 속의 올챙이가 신기하게 다가왔다. 집안 목욕탕에서 청개구리도 같이 산다는 배동문씨의 얘기가 빈말은 아닌 듯싶다.
배동문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사회학을 전공, 아내는 상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감수성이 많은 사람이다. 아내는 유달리 야생화 중에서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태를 간직한 구절초를 가장 좋아한다. 이에 반해 배동문씨는 제비꽃을 1순위로 꼽았다. 제비꽃의 강인한 생명력과 소박함도 좋지만 야생화 맛이 가장 많이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6년 전 이곳에서 터를 닦을 때만 해도 농사일에 서투른 그에게 야생화 재배는 너무도 낯선 일이었다. 집을 짓고 하우스를 만들어 야생화를 키우며 처음 결실로 할미꽃을 재배했다. 지금도 그때의 할미꽃이 이곳 언저리에서 자생력을 과시하고 있다.
함라초당은 홈페이지(www.hamrachodang.com)를 통해 야생화와 꽃차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화를 대량으로 재배할 생각은 없다. 대량재배를 하다보면 자칫 상업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량 다품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아내의 취미생활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애착을 갖다보니 돈에 욕심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돈이 되는 순리가 꼭 자연과 비슷하다. "사람에게는 각기 살아가는 기준점이 있지요. 어떤 사람은 돈이 될 수도 명예나 권력이 될 수도 있지만 아내와 저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연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버려두면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맞는 얘기이다. 돈이나 명예를 좇고 살다보니 소중한 것을 잊고 살기도 하고, 드러내놓고 생색내다보니 순수함이 결여되어 있다.
얼마 전에 별과 꽃들이 숨바꼭질을 하는 그림을 보고, 설명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는 야생화의 습성을 알아 가는 딸아이의 모습 속에서 착한 마음씀씀이를 읽었다고 한다. 5일부터 주부 들꽃학교 열어 처음에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연락이 왔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야생화에 대해 애착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해도 아내가 야생화에 반했던 은근한 깊이의 무게 때문임을 사람들도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오는 5일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들꽃학교를 개최한다. 우선은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화요일 오전마다 시작할 예정이다. 배동문씨는 자연체험학습장 운영을 위해 익산의 백제문화와 금강을 문화체험으로 활용했다. 특히 입점리고분이나 웅포의 함라산 숭림사, 금강의 철새, 체육공원, 웅포대교 근처에서 바라보는 낙조 등을 코스로 삼아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분을 강화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자연체험 학습장은 지난해에는 방학 때나 주말을 이용해 학생들이 찾아왔지만 아내와 둘이서 이곳을 관리하다보니 마음처럼 학생들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당일코스로 주변의 학생들에게 이곳을 개방하고 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에너지를 모은 자연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당연 꽃차는 꽃잎을 말려 물에 풀어서 마시는 것으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구절초를 꽃차의 으뜸으로 꼽았다. 농약을 칠 줄도 모르는 배동문씨는 모든 야생화를 순수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특히 구절초 꽃차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가볍게 하고 골수를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두통을 치료하는 약재인 구절초 꽃차는 뜨거운 물에 넣어 꽃향기가 우러나면 뜨겁게 마셔도 좋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음료수처럼 마셔도 별미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서 우려내야 구절초 꽃차의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먼저 눈으로 꽃을 즐긴 다음, 코로 향기를 마시고 혀로 맛을 음미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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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삶입니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목리 소룡마을.
우리 친정하고 가까운데 이번 방학에 꼭 한번 가봐야지!
친정이 어디신데?
웅포 방면이시젰져.^^* 별 거 다 궁금하시네여.
구경한번 잘 했네요.
익산 함열, 함라와 10분 거리죠!
아...
줄리님이 오시니 참 좋당~ ^^
익산이....이리죠? 제가 아는 이리 사람들은 ....어찌 그리 잘 노는지~~~매력있어요
얼마전 신랑이 귀한 야생화라고 화분 몇개 가지고 온적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관심이 가네요.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행복한 사람
풀알레르기가 있는 답답함이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