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레삽 호수의
수상가옥들..
2년만에 캄보디아를 다시 찾는다. 그때 느꼈던
감동이 다시 살아나 2년 전 여행했던 시간과 이어진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움푹 패인 눈자위가 슬퍼 보였던 소년과 소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모습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는데 얼마나 변했을까.
▲캄보디아 공항, 포장이
된 길과 자갈만 깔아놓은 길..
캄보디아로 가기 위해 먼저 태국 땅을 밟았다.
태국 수도 방콕은 여전히 복잡하고 차량 통행도 더 많아진 듯 하다. 우뚝 솟은 빌딩은 서울의 빌딩 보다 더 세련돼 보인다. 돈무앙 공항을
나서면서 이국땅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공기에서부터 태국의 향이 피어오른다. 이국의
향내를 맡는 순간 벌써 우리 땅이 그리워진다. 타국의 문화를 배우면서 우리 문화와 자주 비교를 하는데,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좌측 사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밧데리를 이용한다. 우측 사진은 호수로 가기 위해 배를 타러..
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지난번
육로 여행과 달리 짧은 시간에 캄보디아에 도착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씨엠립 국제공항은 예상대로 소박하다. 휑한 느낌마저 주는 그곳은
포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자갈만 깔아놓은 곳과 포장된 길이 섞여 있다. 언제쯤 제대로 일이 진척될는지 모르지만,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배가 나가지 않자 힘껏
배를 미는 아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동양 최대 호수인 톤레삽
호수로 이동했다. 톤레삽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퀴케한 냄새가 짙게 풍긴다. 문맹이 많은 탓에 간판에 글 대신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간판은 미용실이다. 마치 예전 극장 간판처럼 커다랗게 달아 놓은 간판은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고기를 잡는
사람들..그리고 잡은 고기가 광주리에 가득하다.
호수 주변에 다다랐을 때 2년 전과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가옥의 배치가 전과 달라져 있는데 물이 빠져 집을 이동한 게 분명하다. 열대 우림 기후인 캄보디아는 계절을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지금은 건기로 물이 줄어들어 물 가까이 집을 이동하기 때문이다.
▲"원 달러"를 외치며
다가오는 아이..
양동이를 타고 배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원 달러"를 외친다. 1달러를 얻기 위해 프로펠러 가까이 접근하는 아이의 눈에는 천진함 대신 슬픈 미소를 담고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껌팔이 소녀 소년의 휑한 눈빛처럼 슬퍼 보이는 눈이다. 삶의 기쁨을 알기 전에 각박한 세상을 먼저 배운 아이들,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하는데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
▲캄보디아의 한인교회
경북칠곡 교회..
호수 가장자리는 코를 찌를 듯한 야릇한 냄새로
뒤덮여 있다. 어서 배를 타고 호수 한 가운데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바닥이 드러나 보이는 곳에 정박한 배를 탔는데, 좀처럼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소년이 와서 힘껏 배를 민다. 유약해 보이는 소년이 건장한 사람들이 타고 있는 보트를 밀고 있는 거다. 소년의 힘에 의해
배는 움직이고 프로펠러는 힘차게 돌아간다.
▲학교.. 배를 타고
장사하기 위해 물건을 파는 장수들..
호수 한 가운데를 향해 나아갈수록 수상가옥이 쫙
펼쳐진다. 수상족들의 생활 모습은 원시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상마을엔 학교, 가게, 철물점, 파출소, 경찰서가 있다. 아이들은
땅에서처럼 배를 타고 물위를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흙탕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유유자적한 생활상과 소승불교를 믿는 사람들의 편안한 모습을 살짝
엿보았다.
▲수상가옥과 수상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살짝 엿보았다.
크메르인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톤레삽 호수는 정말
거대한 호수다. 캄보디아 면적의 15%를 차지하며, 이곳 식물과 어류는 캄보디아인들에게 60%의 단백질을 제공하고 있으니 가히 놀랄만한 삶의
보고다.
▲선상카페와 삶아 내 놓은
새우..소스맛은 시큼하며 독특하다.
건기인 11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는 상류에서
호수의 물이 프노펜쪽으로 흘러 메콩강과 만나 메콩강 삼각주로 흐른다. 우기인 5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는 메콩강물이 역류하여 호수로 흘러들어
물고기가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또 호수의 수면이 높아지고 면적도 넓어지며 메콩강의 수위까지 조정한다고 한다.
20분 정도 지나 호수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
망망대해인지 호수인지 모를 넓고 넓은 호수는 특히 일몰이 아름답다. 일몰지로 유명한 프놈바켄에 버금가는 일몰의 풍경, 아쉽게도 일몰 시각이 되지
안아 감상하지 못하고 되돌아가야 한다.
호숫가로 거의 되돌아갈 즈음 선상 카페에 들러
악어의 맹랑한 몸짓을 보고 난 후 좁은 계단을 통해 전망대에 올랐다. 더운 날씨지만 이곳 전망대에선 선선한 바람이 불 것도 같다. 바람대신
따가운 햇살이 무섭게 내렸지만 나름대로 시야가 훤해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압살라
공연
곧 카페 종업원이 손을 씻을 물과 함께 삶은 민물
새우를 가져왔다. 톤레삽에서 잡은 새우라는 소리에 선뜻 손을 뻗치지 못하다 겨우 먹어본 새우는 짭짤하고 쿰쿰한 스넥 자갈치와 같은 맛이다.
▲디너쇼
식당..
거대한 호수를 빠져 나와 압살라 전통민속 디너쇼
관람을 위해 이동했다. 한번 본 민속춤이라 별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의외로 춤동작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정적이고 쉬운 듯한 동작은 사실 따라하기 어려운 동작으로 고도의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속의상과 무용수들의 화장기법이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도 맛보았다.
디너 식당에는 음식의 종류가 수없이 많다.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이 꽤 많아 잔뜩 가져간 고추장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천만다행한 일이다.
여행이란 이런 것일까. 같은 듯해도 다르고 다른
듯 해도 같은 게 있다. 지난번과 똑같은 장소에 와서 같은 음식을 먹는데 지난번과 다르다. 어딜 가더라도 그곳의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시 찾은
캄보디아, 그 첫날밤을 맞이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