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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관객들의 열광은 탈이념시대 지치고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크린 속에서나마 이상향을 만끽하며 휴식을 누리고픈 의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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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2005 쇼박스 |
| '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 돌풍이 매섭다. '웰컴 투 동막골'이 개봉 11일만에 300만 관객동원을 돌파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기록이 갑작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은 이미 개봉 전 시사회에만 2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개봉 첫날인 지난 4일 전국 관객 20만 6000여명, 개봉 첫주 148만3000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올해 들어 최단기간에 300만을 기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세는 더욱 거세다. 15일 광복절 하루만 30만명, 16일 35만 2000여명을 확보하며 18일까지 382만명을 모았다. 입소문에 입소문을 타면서 뒷심이 이어지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행진은 어디까지 계속 될까. 배급사측은 이번 주말 4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말아톤'이 18일, '친절한 금자씨'가 12일 만에 관객동원 300만을 넘어선 것과 비교해 '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 추이는 놀라운 것이다. 이러다보니 성급한 사람들 가운데는 8일 만에 300만 관객을 기록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언급하며 '웰컴 투 동막골'의 1천만 관객 동원을 점치는 목소리도 높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영화의 흥행 요소라고 부를 만한 강점을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화려한 스타도, 이름 있는 감독도, 천문학적인 제작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웰컴 투 동막골>이 관객들의 이목을 잡아끌 수 있었던 매력은 무엇일까. 16일 오후, 종로의 극장 밀집지역에 나가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개봉한지 2주가 다 되었지만 여전히 '웰컴 투 동막골'을 보려는 관객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왜 '웰컴 투 동막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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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투 동막골>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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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쇼박스 | '웰컴 투 동막골'을 지금 막 보고 나왔다는 관객들을 만났다. 이준석(28·서대문구 홍은동)씨를 비롯한 일행은 "자칫 무거운 이야기로 흐를 수 있는 내용인데 동화처럼 잘 표현된 것 같다"며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이렇게 훈훈한 영화에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표영미(35, 강서구 방화동)씨는 "재미있다는 추천을 듣고 왔는데 기대만큼 훌륭했다"고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영화 흥행에 도움을 준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잘 생각하지 못했다. 내 주위 사람들도 '따뜻한 영화'라고 말할 뿐, 이 영화 속에서 남북한의 화해나 통일 같은 거창한 주제를 생각하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이 밖에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에 일관된 분석을 내렸다. 한 마디로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관객들의 선호는 휴머니즘에 기반 한 호소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남북한 간의 화해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씨네21' 게시판의 네티즌 rainysun2892은 "판타지 요소와 아름다운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된 따뜻한 동화"라고 했으며 네티즌 hahomiz은 "감동과 순수한 웃음이 번지는 내 생의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웰컴 투 동막골'의 휴머니즘적인 측면에 손을 드는 분위기였으며, 이데올로기 측면의 해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탈이데올로기 시대 동화 속 이상향 '동막골'
실제 '웰컴 투 동막골'은 이념과 국가, 민족의 분쟁을 논하려는 영화가 아니다. '웰컴 투 동막골'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전통적 이상향 '동막골'을 설정해놓고 여기에 흘러들어온 남북한 병사들의 시점을 관객과 등치시킴으로써 동화 같은 휴식의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병사들의 행동은 관객들의 판타지를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일 뿐, 민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위'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관객들은 민족적 현안과 역사적 당위성이라는 패러다임에서 한 발자국 벗어 난지 오래이다. 여기에 정치·사회 전반에 대한 짙은 회의와 실망이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결국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은 탈 이념시대의 지치고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크린 속에서나마 이상향을 만끽하며 휴식을 누리고픈 의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웰컴 투 동막골'의 마케팅을 담당한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의 박은경 팀장은 "처음에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장선상에서 마케팅 컨셉을 잡으려고 했으나, 개봉 전 시사회 때부터 작품 자체에 대한 선호가 워낙 좋아 입소문에 의존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며 "관객들이 '웰컴 투 동막골'의 따뜻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에 동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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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투 동막골>을 예매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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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마이뉴스 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