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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란 무엇인가?
사람에게 있는 가장 소중한 것, 즉 태어나서 지금까지 또는 죽을 때까지 언제나 가지고 다니며 잠시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수운 대신사님께서는 사람을 내유신령內有神靈하고 외유기화外有氣化의 존재로 정의하셨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외유기화外有氣化의 몸과 숨, 내유신령內有神靈의 맘, 이른바 몸·숨·맘을 가지고 살아간다. 제 자신은 이 세 가지를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여 삼보三寶라고 말하면서 강조한다. 모든 종교는 이를 바탕으로 기도와 수련이론이 전개된다. 삼보는 독립적 존재가 아니며,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에, 삼보간에 조화가 달성되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다. 이 중에서 숨이란 무엇인가?
1. 과학적 의미의 숨과 호흡
사람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 인터넷의 ‘개념뿌리뽑기 과학’에 의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호흡呼吸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해서 영양소를 분해하여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라고 한다. 과학적 호흡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호흡(외부의 공기가 폐로 이동) --> 외호흡(폐에서 받아들인 산소는 혈액으로 이동,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는 폐로 이동) --> 내호흡(혈액 속의 산소는 세포로 이동, 세포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혈액으로 이동) --> 세포호흡(세포에서 산소를 이용하여 영양소를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음).
2. 맹자孟子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기氣와 지志
그러나 기도나 수련에서의 호흡은 이러한 과학적 개념을 수용하면서도 초월한다. 유교나 도교 등의 동양철학에서는 호흡을 통하여 생명에 절대로 필요한 기氣를 얻는다고 생각하니 호흡은 바로 기氣라는 것이다.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양기설養氣設을 주장(공손축公孫丑 상上, 我善養吾浩然之氣)하였으며, 무릇 의지意志란 기氣의 장수將帥이며 기氣란 몸에 가득한 것이다(공손축公孫丑 상上, 夫志氣之帥也. 氣體之充也 )라고 하였으니 사람의 의지가 기를 통솔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상을 미루어 볼 때 맹자 시대에는 이미 단학丹學이나 선도仙道에서 강조하는 기氣의 소통疏通인 소주천小周天과 대주천大周天의 사상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나 유추된다. 또한 한국의 의성醫聖 구암龜巖 허준許浚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정精·기氣·신神의 개념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선인입문仙人入門(高虅聰一郞 지음, 김종오 옮김, 정신세계사, 1987년, 80-90쪽)“에서 말하기를 선천적 정精을 원정元精이라 하며 태어나면서 갖추어진 힘으로 정력이라고도 한다. 후천적 정은 선천적 정이 유형화한 것이다.
태중의 어머니 뱃속에서 흐르던 선천적 기를 원기元氣라 한다. 후천적 기로는 ① 오장과 경락의 양기陽氣 ② 영위榮衛의 기로 지기地氣와 수곡水穀의 기氣(먹을거리와 물의 기) ③ 호흡의 천기天氣가 있다.
신神이란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정신精神작용으로 후천신은 식신識神으로 의식적 정신활동이며, 선천신은 불신不神으로 무의식의 정신활동이다.
이러한 정精·기氣·신神의 활동으로부터 인간의 신체에 14경맥經(脈)이라는 기氣의 통로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의학을 전개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일반화된 상식은 경經, 경맥經脈, 맥脈이다. 경經이란 길이며, 맥脈이란 물길이나 줄기를 말한다. 사람에게 있는 기氣의 통로 12개를 12경맥經脈, 12경經, 12맥脈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자면 피가 흐르는 길을 혈관血管이라고 하듯이 기氣가 흐르는 12개의 길을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정경正經 12경맥에 기경奇經 8맥 중의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을 포함하여 14경(맥)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맥을 따라 기氣가 흐른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말하기를 “대개 기氣라는 것은 혈액의 장수(盖氣者 血之帥也)이다. 기氣가 흐르면 피가 흐르고 기氣가 정지하면 피가 정지(氣行則血行 氣止則血止)한다.” 또 말하기를 “통증痛症이 있다는 것은 기氣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통즉불통痛則不通)이며, 통증痛症이 없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은 기氣가 통한다는 것(불통즉통不痛則通)이다.” 낮에 일을 하게 되면 피로가 쌓이고 밤에 잠을 자면서 피로를 풀지만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으면 기氣가 다시 통하지 않게 되어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3. 동학東學의 지기至氣는 하느님의 기운
송나라의 주자朱子는 맹자시대에 이미 일반화된 호연지기浩然之氣 사상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불교나 도교와의 노선투쟁으로 기氣보다는 이理 중심의 가치관을 수립하여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하여 성리학性理學을 성립시켰다. 또한 맹자는 최초로 인간의 천성天性으로 사단四端(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은 각각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사덕四德으로 발전)을 주장하였다. 이를 계승한 조선의 퇴계退溪는 사단四端을 일반적인 정情으로 인정하지 않고 특수한 정情으로 주장하면서 정情의 당연한 기발氣發을 부정하고 사단四端의 리발理發을 강조하면서 리理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율곡栗谷은 퇴계의 이론을 부정하고 기발리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기氣가 먼저 발한 후에 리理가 올라타지만 하나라는 설)을 주장하면서 리理보다는 기氣를 중요시하였다. 동학은 율곡의 이론을 계승발전시키고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상제설上帝說을 종합하여 수심정기修心正氣라 하여 지기일원론至氣一元論을 강조하였다. 즉 주자의 성리학性理學 이래로 뒷전으로 밀려난 기氣를 동학은 正氣를 강조하면서 맹자 이전으로 다시 회복시킨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동학의 호흡의 개념은 지기至氣라는 하느님의 기운이 섭명涉命에 의하여 인간의 몸과 접촉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동학의 수심정기修心正氣의 보완
맹자孟子는 호연지기浩然之氣와 양기설養氣設을 주장(我善養吾浩然之氣)했는데 양기설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지意志란 기氣의 장수將帥(夫志氣之帥也)란 무엇인가? 동학은 수심정기修心正氣를 강조하였지만 정기正氣란 무엇이며 외유기화外有氣化란 또 무엇이며 지기금지至氣今至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이렇게 동학에서 정기正氣에 대한 주장만 있지 뚜렷한 가르침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된 이유는 수운 대신사님의 가르침의 시간이 2-3년간 매우 짧았고, 이미 그 시대의 여러 가지 민간신앙 등을 모두 섭렵(察其各理之凡術)하고 계셨기에 호흡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시어 자세하게 기록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해월 신사님은 당국에 쫓기는 신세라 자세한 가르침을 전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암 성사님께서는 위생보호장에서 정기正氣의 개념을 소극적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과도過度히 말 것이라 노怒가 과過하면 경맥經脈이 불통不通하고 애哀가 과過하면 정맥精脈이 불화不和하고 희락喜樂이 과過하면 산맥散脈이 부조不調하나니 필시必是 대해大害가 유有할지니 신지신지愼之愼之하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현기문답玄機問答에서 “대저 성령性靈은 곧 마음 속 단전丹田이라 흩어진 정신을 수숩하여 단전에 모으는데, 처음에는 세상 사념邪念이 정신을 끌어 매양 단전 밖으로 빙빙 돌아, 사념이 자연히 없어지고 정신이 기氣를 찾아 단전에 들어가면, 이는 수련하는 초두初頭라, 단전에 밝고 맑은 빛이 있는 듯 없는 듯 혹 졸음도 오며 혹 사지四肢도 무기無氣하다가 그 모인 정신을 흩지 말고 날 공부와 달 공부와 해 공부가 차차 굳어지면, 단전에 밝은 빛이 점점 명랑하여 이치를 비추면 이치를 마음으로 보며, 형용을 비추면 형용을 마음으로 보며, 세계를 비추면 세계가 마음 속에 있나니” 하고 단전에 관련하여 말씀하셨다. 그러나 단전공부의 초두(기초)과정은 너무 간략하여 자세히 알 수 없고, 반면에 단전공부의 결과는 너무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단전법丹田法의 일종인 정기신精氣神의 구체적인 내용은 황제내경黃帝內經이나 허준許浚(1539~1615)의 동의보감東醫寶鑑, 서유구徐有榘(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보양지葆養志, 정렴鄭磏(1506~1549)의 용호비결龍虎祕訣, 선도仙道나 단학丹學 등의 가르침을 참고하여 보완해야 할 것이다.
5. 정기正氣의 과정
황제내경黃帝內經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正經十二脈을 중요시하고 기경팔맥奇經八脈(독맥督脈, 임맥任脈, 충맥衝脈, 대맥帶脈, 음교맥陰蹻脈, 양교맥陽蹻脈, 음유맥陰維脈, 양유맥陽維脈)을 보조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선도仙道나 단학丹學에서는 반대로 기경8맥을 더 중요시한다. 기경팔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맥脈은 등 뒤를 흐르는 독맥督脈과 앞면을 흐르는 임맥任脈이다. 나머지 육맥은 자신의 독자적인 경맥을 가지지 않고 다만 기존의 정경12맥을 이용한다. 선인입문仙人入門(위의 책 226쪽)에 의하면 사람은 모태母胎 안에 있을 때는 기경팔맥이 전부 통해 있어서 선천기先天機가 돌고 있었으나, 태어난 이후로는 후천기後天氣인 12경맥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기경8맥이 막히게 된다고 한다. 정기신精氣神 개념도(위의 책 96쪽)를 조금 변경한 그림은 다음과 같으며 기경8맥인 임맥과 독맥, 충맥과 대맥의 역할이 매우 크게 보인다.
이렇게 사람이 하느님과 소통하는 두 종류의 길은 태중胎中과 출생出生이다.
1) 태중胎中 시의 하느님 지기至氣와 소통의 길은 기경팔맥奇經八脈
사람은 태중 때에는 하느님의 지기至氣와 소통하는 길은 기경팔맥이다. 이 팔맥을 통하여 태중에서 호흡을 하게 된다. 단학丹學이나 선도仙道에서는 기경8맥을 정경보다 더 중요시한다. 그러나 출생을 하게 되면 이 기경팔맥은 그 기능이 약화되면서 그 자리를 정경십이맥正經十二脈이 대치한다.
2) 출생出生 시의 하느님 지기至氣와 소통의 길은 정경십이맥正經十二脈
사람은 출생을 하게 되면 점차로 육장六臟(간肝·심心·비脾·폐肺·신腎·심포心包)와 육부六腑(담膽·소장小腸·위胃·대장大腸·방광膀胱·삼초三焦)의 발달에 대칭하여 정경십이맥의 역할이 강화되고 기경팔맥의 기능은 약화된다. 정경십이맥에 기경팔맥의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을 더하여 14경맥經(脈)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단전호흡을 통하여 기경8맥 중 임독맥任督脈을 제일 먼저 뚫고 다음으로 나머지 기경6맥을 뚫는 소주천小周天이 보통 순서이다. 기경8맥을 뚫은 다음에는 12경맥을 유주流注하는 대주천大周天을 하게 된다. 이상을 종합하여 제 개인적 경험을 참고하면 동학의 수심정기修心正氣에서 정기의 과정으로 지기至氣와의 소통은 다음과 같이 일반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① 제1단계(현송주문) : 기감氣感 느끼기
주문현송을 하면서 다음 요령과 같이 아랫배를 최대한 “쑥” 부풀렸다가 최대한 “푹” 들어가게 한다. 제1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까지는 들숨한 호흡으로 아랫배의 하단전下丹田을 계속 부풀리는데 ↑지기금지 부분의 “↑지”에서 “쑥”하는 느낌으로 최대한 부풀린다. 그리고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부분에서는 날숨으로 바꾸어 아랫배의 하단전을 천천히 들어가게 하면서 등쪽의 미려尾閭에 힘을 가하는 듯 밀착시키는데 마지막 만사지의 “지↓∼”에서 배를 “푹”하는 느낌으로 최대한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곧바로 지기금지의 첫“↑지”에서 순간적으로 들숨을 하면서 위의 요령을 되풀이 한다. 이렇게 현송을 하다보면 아랫배인 하단전下丹田과 등쪽의 미려尾閭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어떤 강력한 힘을 느끼게 된다. 이를 단전丹田의 기감氣感(단전호흡을 하면서 느끼는 기의 감각)이라 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것을 느낄 때까지 부지런히 해야 한다. 제1단계의 기감을 느끼게 되면 수행은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사람의 본래의 호흡은 어머니 태중의 호흡인 태식胎息이다. 이 호흡을 잃어버리고 가슴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호흡을 찾는 것이 바로 단전호흡이니, 소주천의 일종으로 단전호흡이 될 때 비로소 수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주문이 입에 익숙해지고 기감氣感을 느끼면 자신의 역량에 맞추어 자유롭게 특정 단어만 또는 전체를 다 외울 수도 있다. 어떻게 하든지 잡념을 제거하면서 집중하여 무념무상이나 삼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에 현송에서 묵송으로 넘어가는 것이 순리이다. 단전호흡의 가치는 매우 크다. 일반인의 호흡은 정맥의 지름이 26%가 수축되지만, 단전호흡은 두 배 가까운 48%나 수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② 제2단계(묵송주문) : 기의 운행(돌리기)
먼저 제1단계의 현송주문을 열심히 하면서, 하단전丹田과 미려尾閭 사이의 기감을 충분하고도 강력하게 느낀다면, 다음 단계는 하단전 ∼ 미려 ∼ 배꼽 뒤쪽인 등의 명문命門으로까지 확장하여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맹자孟子(공손축公孫丑 상上)에 보면 무릇 의지란 기의 장수이다(夫志 氣之帥也)라는 말이 있는데, 마음의 눈으로 즉 의지意志(의식意識, 의념意念)을 명문에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하단전의 기감氣感이 명문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즉 제2단계부터는 의지(의식, 의념)이 기를 끌고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지 않지만 계속 그렇게 바라보면 기氣가 올라가게 되어 있다. 명문을 통과하면 다음으로 어깨와 목의 경계점의 대추大椎, 목과 머리의 경계점의 오목한 옥침玉枕, 양 눈썹사이의 미간眉間, 양 젖꼭지 중앙의 단중膻中(또는 전중)로 옮기면서 차례대로 통과한다. 이러한 통과과정에서 명현현상瞑眩現象을 경험하게 된다. 생활하면서 발생한 불편한 부분(아픈 곳)이나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들인데, 근본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징후로 반응이 강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현상들이다.
③ 제3단계 : 단중膻中 중심의 소주천小周天의 시작과 명현현상瞑眩現象
이렇게 하여 먼저 기경8맥 중에서 임맥과 독맥이 뚫리면 본격적으로 나머지 기경奇經 6맥을 뚫는다. 이때에는 단중膻中을 중심으로 호흡을 한다. 이때에도 제2단계와 마찬가지로 명현현상이 일어난다. 머리가 “찌릇찌릇”한 느낌, 호연지기와 같은 큰 호흡의 느낌, 가슴과 코가 뻥하고 뚫리거나 활짝 열리는 느낌, 매우 큰 시원한 느낌, 두 눈이 뚫리는 느낌, 귀에서 “끄륵끄륵” 하는 소리, 경직되어 뻣뻣하거나 “쿡쿡” 쑤시다가 풀리는 시원한 느낌 등의 여러 가지 현상을 느낀다. 제3단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3개월이면 완성되며 그 이유는 기경팔맥奇經八脈은 어머니 태중에서 선천적으로 하던 호흡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었으나 잊고 잃어버린 호흡을 새로 찾는 것이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④ 제4단계 : 소주천의 완성과 끝없는 대주천大周天의 시작
제4단계부터는 앞의 과정의 밀고당기는 기감과는 다른 차원의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제부터는 세월없이 끝없는 대주천을 시작하게 된다. 대주천은 하늘과 대자연의 공기인 천기天氣를 가슴으로 호흡하여 자신의 몸 안으로 축기畜氣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월이 끝이 없는 것이다. 선도에서는 지금도 중국이나 대만 심지어 한국에서도 200살 300살이나 되는 신선이 살고 있으며 이팔백은 800살이라고 한다.
⑤ 정기론正氣論의 결론 : 단전법丹田法은 수행의 첫걸음
단전법은 2-3개월이라는 단기간에 하느님의 지기至氣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지기금지至氣今至라는 하느님의 무상의 은혜에 대한 원위대강願爲大降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기도자세로서, 기도나 수행의 첫걸음이다. 이를 무시하는 수행은 지리멸렬支離滅裂, 지지부진遲遲不進하여 진보나 발전이 늦춰질 것이다. 기도는 하는데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모두 단전법(소주천)을 바르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래의 호흡은 어머니 태중의 호흡인 태식胎息이지만 이 호흡을 잃어버리고 가슴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의 호흡을 찾는 소주천의 단전호흡이 될 때 비로소 수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6. 호흡과 기氣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
인도에서는 몸의 중심에 있는 에너지 센터라는 7대 차크라를 중요시하여 각 지점마다 다른 빛이 보이는데 이것들의 관통이 수행의 중심이다. 도교道敎에는 도인술導引術이 있는데 이는 호흡만으로 신선神仙이 될 수 있다는 수련법으로 다양한 학파가 있으며 고조선 이래의 선도仙道 또는 단학丹學이라는 우리 나라 고유한 학파도 있다. 이들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모태 안에 있을 때는 기경8맥이 전부 통해 있어서 선천의 기가 빙빙 돌고 있으나, 태어난 이후로는 후천기인 12경맥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기경8맥이 막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 중요시하는 후천기인 12경락보다는 선천기인 기경팔맥奇經八脈을 중요시하여 선도의 제일보로 소주천小周天의 운행, 즉 천단법의 호흡과 지단법의 음식을 통하여 양기를 형성하여 등쪽의 독맥督脈과 앞쪽의 임맥任脈의 막힌 기의 통로를 뚫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머지 기경6맥을 뚫어 양기를 운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단전호흡법은 소주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불교의 세존은 수행법으로 순수한 호흡에 집중하는 아나빠나사띠anapana-sati를 주장하여 사마타奢摩他Samatha(지止)와 위빠사나Vipassana(관觀)으로 발전하다가 중국에서는 묵조법黙照法으로 발전하였다. 수식관隨息觀이란 호흡자체를 바라보는 수행법으로, ① 들숨(아나)에 단전이 불룩해짐을 상상하면서 배를 불리고, ② 날숨(빠나)에 단전이 오목해짐을 상상하면서 배를 줄인다. 수식관隨息觀은 아주 단순한 수행법이지만 집중하기가 어렵기에 호흡에 숫자를 세면서 하는 수식관數息觀이 등장했다. 들숨과 날숨에 ‘숫자’를 세는 것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다가 이러한 무의미한 숫자를 세는 수식관數息觀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방법인 간화선看話禪이 등장했다. 호흡을 하면서 스승이 주는 화두話頭를 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제자가 “부처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스승은 제자의 마음을 간파하고는 그 마음을 확 뒤집기 위하여 하늘을 물으면 땅으로, 상자를 물으면 뚜껑으로 함개건곤函蓋乾坤식으로 “마삼근麻三斤”하였다. 제자는 도대체 마삼근이 부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고 호기심이 증폭되면서 저절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고도의 기발한 심리적 전술이다.
유교의 정좌법靜坐法, 정려법靜慮法, 거경居敬은 사서의 한 권인 대학에 추상적으로 6단계의 방법이 제시되어 있으니 ① 지지知止 --> ② 정定 --> ③ 정靜 --> ④ 안安 --> ⑤ 려慮 --> ⑥ 득得의 순서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한漢나라 이래 불교의 융성으로 대학의 방법론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 남송시대에 와서는 주자朱子마저도 선불교의 영향을 받았으니 용어만 정좌靜坐, 정려靜慮에서 거경居敬으로 바뀌었을뿐 불교의 간화선과 차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천주교의 창세기 2장 7절에 보면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숨은 하느님의 생명의 숨이라는 것이다. 동학의 지기와 거의 대동소이한 개념이다. 천주교의 묵상법默想法은 간화선과 비슷하다. 성서말씀 중에서 의심나는 것이나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나 단어 등을 화두대신에 대입하면 되는 것이다.
7. 동학 21자 주문呪文 방법론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동학에서 호흡을 어떻게 하라는 직접적인 설명은 없다. 그러나 실제로 21자 주문을 소리내어 외우는 현송現誦을 하다보면 호흡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20여년간 무문관無門關(48개의 화두)과 벽암록碧巖錄(100개의 화두)으로 간화선看話禪만 하다가 현송을 해보니 장점이 많은 탁월한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해월海月은 ‘독공篤工’에서 3년간의 수도(有誠有信 若於三年)를 권장하였으니 스승을 늦게 만난 세월이 아깝다. 개인 경험상 몇 가지 방법이 있으니 단전법은 앞에서 4단계로 이미 설명하였다.
단체로 하는 합송이나 천천히 하는 현송現誦 : ① 들숨을 순간적으로 한 후에 천천히 또박또박 날숨을 하면서 10초 전후로 21자를 1회 외우는 것이다. ② 조금 어려운 방법이지만 외우는 글자마다 한자漢字를 연상(지 --> 至)으로 떠오르게 한다. ③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에서 마지막 ‘↑’에서 순간적으로 들숨을 하며 ‘∼’에서는 흥을 붙인다.
개인적으로나 빠르게 하는 방법 : 주로 마음 속으로 하는 묵송黙誦은 잡념이 들 때 또는 개인적으로 하는 방법으로 10초 전후에 21자를 3회 외우는 정도로 빠른 속도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묵송은 빠르든 느리든 아무런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현송이 주문수련의 핵심방법이므로 이것이 익숙해진 다음에 묵송으로 넘어간다. 현송이 익숙해지면 15분이나 20분 정도 하게 되면 졸음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인간의 뇌파가 높은 β파(베타파) 활동뇌파(중심주파수는 20Hz 이며 범위는 15~38Hz)에서 낮은 α파(알파파) 명상뇌파(중심주파수는 10Hz 이며 범위는 8~12Hz)로 낮아지면서 사람의 의식이 안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묵송으로 넘어가기에 좋은 시기이다(Hz헤르츠는 1초간에 뇌파의 진동수이니 숫자가 높을수록 긴장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졸음시 4-8Hz).
8. 융의 분석 심리학의 활용
마음과 관련하여 종교와 가장 가까운 과학적 방법론은 (상담)심리학이며 그 중에서도 분석심리학分析心理學analytic psychology은 매우 유용하다. 융은 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Psychoanalysis의 창시자인 프로이드의 수제자였으나 그와 결별하여 분석심리학을 창시하였다. 융(Carl Gustav Jung, 1875.7.26∼1961.6.6)의 분석 심리학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은 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수련의 목표는 자아自我(제1층은 5%의 힘) --> 개인적 무의식+집단적 무의식(제2층은 95%의 힘) --> 자기自己(제3층)로 내려가는 과정이다. 자아의 집중을 통하여 달성되는 자기의 무념무상無念無想·삼매三昧가 목표이다. 이것을 융은 “자기실현의 과정”, 또는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즉 의암 성사님은 “성령출세性靈出世” 또는 “이신환성以身換性”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아의 제1층에서 잡념이 무진장 발생하니, 집중 --> 잡념 --> 집중 --> 잡념 ........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므로 첫 번째 과정은 어떻게 이 제1층의 잡념을 예방하고 쉽게 집중할 것인가가, 그리고 두 번째 과정은 어떻게 제2층의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을 돌파(상처치유 또는 업장소멸의 단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수 많은 방법들이 시대나 지역, 개인취향에 따라 나타났던 것이다.
9. 동학東學의 주문수련呪文修鍊과 유교儒敎의 거경정좌居敬靜坐의 비교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백성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했다(민희가무民喜歌舞), 서로 모여 노래하고 연극했다(상취가희相就歌戱), 길을 가면 하루 종일 노래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行道晝夜無老幼皆歌通日聲不絶)” 등의 기록을 보면 고조선의 후예인 동이족의 일상은 노래와 춤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풍속이 오늘날 한국인의 무의식의 DNA에 저장되었으니 “BTS”나 “K–문화”가 우연이 아니다.
동학의 주문 3·7자는 4.4조와 4.3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4.4조나 4.3조의 문장은 시조時調문학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인의 전통적인 노래가락이다. 주문수련은 우리 몸에 선천적으로 배어 있는 무의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학문적 역량이나 독서능력과는 상관없이 가장 손쉽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유교의 선비나 사대부 등의 특정계층이 아닌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수행법이다. 이러한 4.4조로 한국인의 정서에 최적화된 주문을 외우다 보면 저절로 신명과 흥이 일어나서 싫증이 사라지며 쉽게 집중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하느님의 기화氣化의 강령降靈이 아니겠는가?
유교의 정좌법靜坐法인 거경居敬과 동학의 주문수련을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좌법은 선비들처럼 독서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예산에 있는 추사 김정희의 고택 주련에 적힌 글귀에 "반나절은 고요히 앉아 명상하고, 반나절은 책을 읽는다(半日靜坐 半日讀書)“라는 말이 있는데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명상하는 어렵고 힘든 엘리트 위주의 방법이다. 그와는 반대로 주문수련은 독서능력이나 계층에 관계 없이 누구나 손쉽게 간단히 할 수 있는 간이簡易한 대중적 방법이다.
그리고 두 방법 모두 대학의 6단계라는 수행과정의 동일한 과정을 밟게 된다. 즉 ① 지지知止 --> ② 정定 --> ③ 정靜 --> ④ 안安 --> ⑤려慮 --> ⑥ 득得의 과정에서 동학은 ①과 ②의 과정은 이미 대신사님의 주문으로 인생관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①의 지지知止는 인생의 목표를 알고 세우는 것 ②의 정定은 결심을 하는 것 ③의 정靜은 고요해지는 것 ④의 안安은 안락安樂해지는 것 ⑤의 려慮는 생각하는 것 ⑥의 득得은 ”아하!“하는 앎·깨달음, 즉 지혜智慧·통찰력通察力·영감靈感 등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동일한 과정이지만 동학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유교에서 금기시하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니 강령降靈, 강화降話, 영부靈符와 같은 더 적극적인 초능력적 해결방법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학농민혁명에서 최소한 30만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주문수련에 의한 죽음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주문수련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수련방법임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이며, 고조선 이래의 고유한 우리의 수련법이다. 감사합니다(010 9159 3746 수월암水月菴 금주연).
첫댓글 놀라운 연구를 하셨습니다. 오랫동안의 깊은 수련의 결과일 것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