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술이라도 할까 하다가 ...
인터넷 뉴스를 보니 눈물이 자꾸만 흘러서...
마음도 다스릴 겸 주저리 기행의 후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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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데네뜨 다음부터 이어짐)
어제와 달리 오늘은 바람조차 없는 맑은 날이다.
하지만 긴소매 옷을 입었는데도 오전 내내 서늘하다.
그 서늘함은 상쾌함을 같이 하는 그런 것이다.
하룻밤을 에르데네뜨에서 보내고
오늘은 다르항으로 가기로 했다.
미처 몰랐던 건
같은 날에 난방이 끊기지만
온수는 지방에 따라 달리 끊기는걸 몰랐다.
머리에 칠한 비누는 간신히 미끈거림만 씻어 냈다.
오전에는 만날 이도 있어서 점심 식사를 한 후 가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포플러의 잎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이 포플러 잎은 모두 진액이 배어 나는데
더운 낮에는 끈적거림으로 흐르고 서늘한 때는 말라 있었다.
이 역시 자연 환경에 대한 이들의 적응력이라 보여진다.
굳이 답답한 실내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지인과 밖에서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일의 근황을 물었다.
부인은 점포 세를 얻어 일을 하고
이 동생은 집을 지어 팔았는데 지금은 다른 일을 준비 중이라 했다.
점포는 보질 않았지만
좋은 상권인데 4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으며
부인의 순수입은 70만원 정도라 했다.
그만하면 굳이 한국에 가서 일할 필요 없지 않는거 아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한다.
한국이 자연이나 삶은 좋지만
그래도 고향이 좋고 편하단다.
만일 한국에 있다면 얻는 것은 경험일 것이고
이곳에 있어서 얻는 것은 평온이라 했다.
이제 자신만 안정된 일을 찾으면 괜찮단다.
집장사를 한 번 해 봤는데
은행 이자에 신경쓸 일이 많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단다.
이에게서는 진실함이 다른 이 보다도 더욱 느껴지는 그런 동생이다.
그렇게 두 시간을 보낸 후
점심은 다른 동생의 집에서 하기로 하고 이동했다.
이 회사의 점심 시간은 두 시간인데
맞벌이인 부인이 미리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마다 변화를 느끼는 일이 현저하지만
과일이나 채소의 신선도도 작년과는 또 달랐다.
오이며 토마토며 먹음직하게 싱싱했다.
2시에 다르항으로 출발했다.
초행인 사람들에게는 밖의 모든게 구경거리겠지만
최소한 이 가도의 풍경 만큼은 이제 설지 않다.
그 만큼 차 안의 이동거리가 지루하다.
한 무리의 양떼가 도로를 가로지른다.
그런가 하면 어느 놈은 멈춰서 차가 지나길 기다린다.
그러고 보면 짐승도 사람처럼 가지각색이다.
도로를 건널 때 차가 오는걸 보고 멈춰 있으면 겁 많은 놈이거나 예절 바른 짐승이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건넌다면 성질 급한 놈들이다.
오늘은 모든게 멈춰버린 것 같은 한여름의 날씨다.
구름마저 보이질 않는다.
저 멀리 뭉쳐 있는 말들도 꿈쩍하지 않으니 오로지 질주하는
차들만의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말들은 이제 할 일을 잃었다.
몽골에서 운송수단으로의 가치도 없어졌다.
다르항의 두 어 시간 걸려 다르항에 도착했다.
다르항의 초입에는 ‘산업역군’의 기치를 대신하는 노동자의 형상을 철제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철제 공장의 입구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어 시멘트 공장의 입구 표시도 보이는데 오른쪽으로 그들 공장에서 나오는
굴뚝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다르항은 사방이 구릉지로 이루어진 넓은 지역이다.
유비처럼 산으로 막혀 있질 않아 공기의 흐름이 좋아 보인다.
자연이 겨울이 되면 난방용 화석 연료로 인한 공기의 매연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가 분지라서 덥고 추운 것처럼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더 덥고
겨울은 더욱 춥다 했다.
몽골의 다른 곳에서는 보질 못해서 특이한 것이
도로 양편의 구릉지를 잇는 철제 다리였다.
가는 길의 왼쪽에는 예외없이 어워와 시멘트 불상이 있고
오른편 구릉지에는 말을 타고 마두금을 타는 동상이 있다.
졸업을 한 유치원 아이들과 중고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한 패거리가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어수선하다.
이곳은 아직 한국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다 했다.
물론 에르데네뜨도 마찬가지다.
선교사 중심으로 2, 30명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할 뿐인데
그나마도 종파가 달라 서로 모임은 없다고 했다.
멀리 보이는 마을이 구다르항(호르칭 다르항), 초입의 마을이 신다르항이다.
내게 이곳은 잠시의 용무만 필요했던 곳이다.
머문 시간은 시간 반 정도가 고작이다.
소문 때문에 선입견을 가져서인지
같이 간 몽골 지인 조차도 언행에 조심을 하는 듯 했다.
마치 몰래 잠행을 하고 도망치듯 유비로 돌아가야 했다.
가는 길은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 출발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기에.
택시는 자가용이고 미니버스는 승합차를 말한다.
택시비는 만 이천 원이다.
4인 합승이 기본이다.
4인이 다 차기 전 까지는 가질 않는다.
다른 일행은 3명의 여성이었다.
아이 한 명은 덤이다.
차는 소나타2였는데 뒷자리에 셋이 앉아 세 시간을 이동하는 일은 편치 않았다.
장사꾼의 셈 법으로 운전자의 수입을 계산해 보았다.
물건의 탁송도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2000투그릭을 받는 듯 했다.
탁송비는 버스정류장의 관리인 인 듯한 사람과 즉시 반씩 나눠 가졌다.
4인의 운임 48,000투그릭 + 탁송비 약6,000투그릭
-(통행료1,000투그릭+기름값18,000투그릭)
=35,000투그릭/1회(3시간)x2회/1일=70,000투그릭 x 5일/주 x 4주
=1,400,000투그릭
썩 괜찮은 편이다.
비교 대상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저임금은 무리한 비교일테고
건설기술직 전문가 월급이 100만~150만 투그릭이라 했다.
외국계 회사의 일반 직원은 30~50만 투그릭인게 일반적인 모양이다.
물론 차량의 감가상각을 해야겠지만 편하게 생각하자.
베르나 1300cc 2002년형이 5,000달러 정도 한다 했다.
이 사람들은 가끔 느끼는 거지만
마음이 평화롭다.
대화를 즐겨한다.
때로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 보다는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럽긴 하지만,
세 시간을 주거니 받거니 지루함을 대화로 달랜다.
그러다가 라디오 음악을 반주삼아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택시가 선 곳은 기차역 건너편이었다.
시외 버스 정류장이나 기차역 같은 곳에서 손님들이 생겨날테니 자연스런 현상이다.
택시비는 내릴 때 내면 된다.
미니버스인 승합차는 타 보진 않았지만
얼핏 보니 앞으로도 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많은 이들이 끼여 타는 것 같은데
보기만 해도 벅차다.
내내 서울 외곽에서 타보았던 총알 택시 생각이 떠올랐다.
군대 생활을 할 때다.
여름 후배들의 학교 행사에 참여해 보고 싶은 생각에 외박증을 끊어
강원도까지 점프(군인들에게는 위수지역이라 하여 외박으로는 부대로부터
한정된 지역까지만 이동이 허락됨.이 자체가 걸리면 문제가 됨.)를 한 적이 있는데
전날 마신 폭음으로 출발이 늦은데다 휴가철 차량지체 때문에 미귀조치를 받아 봤는데
그로 인해 다행히 영창을 면하였지만 한 달 간 휴일마다 사역을 한 일이 있었다.
그 때 총알택시를 구파발에서 탄 적이 있는데
휴~ 그 기억이 겹쳐 생각났다.
서울의 거리, 서커스 경기장 인근에는 ‘코리아하우스’란 한식집이 있다.
지금도 하시는지 모르지만,
그곳 여사장님은 한인회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인심 후한 분이었다.
저녁 해먹기가 몸도 피곤하고 하기에 귀찮아서 사먹기로 하고 거기로 들어갔다.
순대국이 댕겼다. 음식 가격도 물가 인상에 따라 올랐다.
6,000투그릭이다. 한국돈으로는 5,000원 정도다.
아홉 가지 반찬이 나왔다.
파 숭숭, 청양고추에 양념장까지...
오랜만이다.
혼자만의 적적한 밥상이었지만 참 신나게 먹었다.
맞은 편에는 흔치 않게 서양인 남녀가 식사를 즐기고 있었는데
냉면과 아구찜을 안주로 여자는 소주, 남자는 맥주 한 병씩을 각자 마시고 있었다.
젓가락질이 제법이다.
비비지도 않은 채 면가락만 팔 길이 만큼 치켜들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품새가 냉면은 아마 처음인가 보다.
소주 맛이 어떻냐는 남자의 말에 소주는 처음인 듯
어깨를 움츠리는 표정이 그저 그렇다는 의미인데,
아구찜은 맛이 좋은가 보다.
‘delicious'라며 아구찜의 콩나물과 고기 살점을 먹는 모습이 예쁘다.
첫댓글 몽골에 아는 분도 많으시네요... ^^;; 몽골을 재밌게 여행하시는 듯...
상세한 정보들 감사합니다.
겨울에 다르항도 매연이 심해졌습니다.미크로버스는 나름대로 재미있고 괜찮습니다.전 늘 전기버스,미크로를 애용합니다.다르항이 위험한 곳인지는 모르겠네요.가끔씩 가지만 잠행할 정도는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