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8(일).
7월의 무더위속에 용봉산 등반에 나섰다. 그저께 지인이 같이 산행을 하자고 제안을 하는 바람에 계획에도 없던 것을 갑자기 따라 나서게 되었는데, 다행이 가다보니 아는 분을 만나기도 하였고,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들 시간을 잘 지켜 정해진 시간에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산행안내에 이어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우리들의 마음을 안내하는 순서가 있었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지향하는 그 깊은 의미는 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자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돌아보며 남에게 무엇을 베풀며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마음속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진행자의 말씀을 들으며 달리는 차창에 얼굴을 기대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인연! 나를 스쳐간, 그리고 지금도 서로가 끈을 놓치않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케 하였다. 누군가는 말했다. 자신의 마음속에는 극락(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다고...
삶...해탈...억겁...윤회...부활...아직도 나는 손을 남에게 잡히고 있지는 않는지?
진행자의 말씀이 자꾸만 나의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주인아! 속지마라! 나에게도 속지말고, 남에게도 속지마라!
차는 빠르게 달려가며 낮읶은 풍경들을 계속해서 꽁무니로 밀어내고 있었다. 스쳐가는 창문 너머를 보니 이상하게 평소 보기가 힘들던 자귀나무가 곳곳에 피어났고(저게 특정 종교와는 관계가 없었는지?하는 생각도 들었고...), 언제 부터인가 공사장 근처에 무성하게 피어난 수입종으로 언젠가는 우리의 산천을 지배해 버릴 것만 같은 노란 꽃(루드베키아?)군락이 군데 군데 보인다.
지나는 길에 진안과 인천으로 가는 갈림길의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달에 그곳을 지나야 할일이 있어 그런지 그냥 대수롭게 지나치지를 않는 것일 것이리라.
우리가 가고자하는 산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용봉산이다. 산의 높이는 겨우 391m로서 시내 주변의 산 높이에 불과하지만, 산세가 좋고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충청도에 접어들자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 옛날 군대생활을 이곳에서 오래 하다보니 주변 여행도 더러는 하였었고, 전우들도 많았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도 여느 지역처럼 혁신도시가 들어서는지 넓은 들판의 비옥한 토양위에다 거친 토사들로 메워 곳곳에 공공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한 기반조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이렇다할 특산물이 없어도 너른 들판의 풍성한 수확으로 어렵잖게 살아갈 수 있는 이 곳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엿보였다. 차에 탄 사람들은 넒은 들판에 마을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산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비교섞인 말들을 늘어 놓았었다.
우리가 산행을 하는 코스는 용봉사-전망대-악귀봉-노적봉-용봉산-투석봉-용도사 미륵암-용봉초등학교를 이어가는 것이었지만, 산이 높지않아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산행을 하다보니 지나는 코스에 대한 개념을 별로 없었다.
다만, 산의 높이에 비하여 아기자기한 여러가지 형상의 바위들과 넓은 들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안고 산행을 한다는 그 상쾌한 기분으로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을 받아 각종 편의시설이 많았다. 여기저기에 나무의자와 그늘막이 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엔 더 없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산행을 마치고 집결지인 초등학교로 내려 왔다.
계획된 시간을 한시간 가량이나 넘겨서야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수덕사에 도착했다. 나는 그동안 산악활동을 하면서 주변에 있는 전국의 많은 지역을 다녔었지만 이 곳 수덕사를 와보긴 처음이다.
수덕사를 들어가는 길에 접어들면서 나는 수덕사는 사람이 사는 지역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으려니 생각을 하였었는데, 생각보단 훨씬 가까운 지점에 자리잡고 였었다. 그렇지만 주변의 울창한 나뭇숲과 유서깊은 장소들에 눈이 갔었고, 드디어 대웅전이 보이는 높은 계을 올라섰다.
마음속에서는 은은히 풍경소리가 울리고 고즈늑한 곳으로부터 수덕사의 여승이라도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었으나 막상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여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따끔씩 남자 스님들의 발길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 보았다.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인적끊긴 이곳에 어둠이 내리면 속세와의 연을 끊으려 고뇌하는 여승의 애처로운 모습이 절간 어느 구석에서 눈에 들어 올 것만 같았던 그 환상을 기대하였었는데...
그러나 막상 현실은 규모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동안 많은 건물들이 지어졌음을 알 수 있었고, 지금은 나무창살에 갇힌 쇠북소리는 울음소리를 그쳤고, 추녀끝의 풍경소리도 왠지 구슬프게 느껴지지도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혼자서 주차장으로 일찍 내려와 주변 개울에서 멱이라도 감을까? 하여 둘러 보았지만,산속에서 조금씩 내려오던 물줄기마저 상가들에서 당겨다 써 버렸는지 주차장 아래에 위치한 저수지로서는 거의 바닥을 내어 보일지경의 물이 유입되고 있었다.
수건으로 이마의 흐르는 땀을 훔치며 다시 주차당으로 올라오니 주차장 끝자락에서 할머니 몇몇이 각종 농산물들을 팔고 계신다. 다가가보니 다른 특산물은 없고, 콩이나 조 등 우리 농촌 인근에서 나는 평범한 농산물 들이었다. 나는 분위기를 보니 얼마나 팔았느냐?고 묻기가 민망 할 것 같아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구경만 하였었다.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자 주차장 한켠에선 하산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일행과 같이 자리를 잡았다. 모임에서는 정말 푸짐하게 하산주를 준비하였다. 동동주와 콩국. 두부김치, 그리고 수박 등...
그리고 오늘은 어느 분의 생일이라고 하여 축가도 불러주고, 케익도 자르는 과정도 있었다. 집에서도 제대로 생일을 기억해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여기 사람들은 나같이 사람들이 친절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정말 아작은 세상이 살 가치가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등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10시가 훨씬 넘었다. 배낭을 해체하고 간단하게 세수를 마친 뒤 오늘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리는 작업을 하였다. 급하게 작업을 마치고 나니 잠이오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나는 12시가 가까운 줄 알아서 서둘러 댓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 1시간을 벌었단 말인가? ㅎㅎ
하긴 까짓 한시간...내 삶에서 아직은 그렇게 값지다고 생각을 해 보질 않았으니...
아무튼 우선은 잠이나 자야겠다. 나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지!
오늘의 이 행복한 마음을 가슴속에 오래 간직하며.
첫댓글 수덕사와 여승,,여승이 별로 없었나 보네요? 어김없이 등장하는 강아지들 ㅋ,,,아침일찍 한판뛰고 들어와서 친구가 지리산 가자는걸 덥어서 싫다하고 빈둥거렸는데,,땀 빼로 갈껄 금방 후회했네요,,좋은 한주~~
한참 피곤할 시간에 좋은글 남기셨네요..어제 산행 같이 해 주셔서 고맙고요 글이 넘 좋아 옮겨 갑니다^^
금계국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