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이여, 한강처럼 영원하라!
김진광
한국현대문학 100주년 기념의 뜻깊은 해를 맞아, 계간 『시와산문』창간 60호 발간을 늘 구독해오던 한 사람으로서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1993년 8월 등록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아이엠에프IMF의 어려운 시기에도 단 한번의 결호 없이 60호까지 왔다는 것은 이충이 발행인의 문학사랑과 열정과 의지가 큰 산과 같고 한강과 같이 깊고 우뚝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민주화 이후 얼마나 많은 문학지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가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게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순수 문학지들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간과 합본이 밥 먹듯 많은 실정이다. 사실 광고도 없는 순수문학지가 살아나는 길은 구독자 확보와 정부의 지원인데, 양쪽 모두 좋은 책을 발간하는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큰 돈도 되지 못하고 큰 명예도 되지 못하는 순수문학지 만드는 일을 붙들고 한평생을 바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문학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면 『시와산문』 창간 60호 발간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내가 이충이 시인을 알게 된 것은 한 10여 년 전 『삼척문단』 발간과 제왕운기를 지은 ‘동안 이승휴 전국학생백일장’이 열리던 죽서루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원고 청탁을 하고 지면을 내주어 매년 단골로 시 특집을 발표하며 장기 구독자가 되어 책을 받아보고 있다. 그리고 좋은 책 만들기에 수고하는 조영미 주간을 지면으로 알게 되었다.
책을 죽 받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학지에 실린 글 내용이나 수준이 읽을 만하다. 『시와산문』에 발표되는 작가들은 다른 잡지에 비해서 이름난 유명 작가들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노라면 그래도 읽을 만한 글들이 많은 편이다. 이 말은 이름만 알려져 있으면서도 작품은 신통찮은 작가, 작품은 별로인데 입만 가지고 큰소리치며 문학가 행세를 하는 작가들보다 열심히 노력하여 쓰는 사람들에게 지면을 할애하고, 글의 수준을 생각하여 게재하는 이충이 발행인과 조영미 편집주간, 엄미선 편집장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둘째, 읽을거리가 대체로 다양하다. 책 제목부터 『시와산문』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기획 특집, 신작시 특집, 기획 연재, 신작시 두 편, 시인 조명, 체험적 시론, 책 속의 책, 소설, 수필, 테마에세이, 내가 읽은 책, 특별기고, 서평, 계간평 등 읽을거리가 다양하고, 읽고 나면 무언가 도움이 되고 가슴에 남는 것들이 있다.
셋째, 신인추천을 아껴서 내보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후죽순으로 잡지가 생겨나서 매 호 수 명의 문인을 대량 배출하여 잡지의 세 구축과 독자를 늘리는 잡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시와산문』은 전혀 그렇지 않고 문인 홍수시대에 옥석을 가려 배출하고 있다. 정말 타 문학지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넷째, 개선·바라는 점으로는 순수문학지로 손색 없지만, 좀더 욕심을 낸다면, 시중 서점에서 팔리는 수준에 가깝게 책표지, 사진, 디자인 등을 좀더 과감히 넣고,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시중 서점에 판매해 보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한번 계간 『시와산문』 창간 60호 발간을 축하드리며, 시와 산문이여, 한강처럼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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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광 / 1951년 삼척시 교동 출생. 1980년 『소년』, 1986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모시나비』 외 다수가 있으며, 이육사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강원문학상, 월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