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이것 말고 저것. '말고'는 동사인지 조사인지?

[바람개비]

‘말고’를 조사로 처리하는 데는 아직 많은 무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말의 품사를 가르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형태입니다. ‘말다’는 ‘말고/마니/마라/말자/말거나/말든지/말까...’로 활용하는 동사입니다. 그 중에 ‘말고’는 활용의 한 형태이고요.
지금 저에게 <연세사전>이 없어 조사로 처리한 정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도 이 말이 ‘무엇무엇 말고’의 형으로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체언 밑에 쓰인 ‘말고’를 조사로 굳은 것이라 처리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말고’는 체언뿐 아니라 동사나 부사 밑에서도 많이 쓰이고, 앞말과의 사이에 제3의 단어가 개입하기도 합니다. 가령 ‘이것도 말고 저것도 말면...’ ‘그것 역시 말고...’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소라짱님의 동사/조사의 구별도 다소 무리라고 봅니다. ‘그것은 말고 저것으로’에서 ‘은’은 아시다시피 보조사(특수조사라고도 하지요)인데 이것은 얼마든지 떼낼 수 있는 것이고요. 즉, ‘그것 말고 저것으로’가 되는데, 이는 강조/한정의 의미를 주는 보조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지 동사/조사로의 쓰임에 구별을 주는 기준이 아니거든요. 역설적이게도 이 예는 오히려 조사로 처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1)형태 측면, 2)앞말과의 사이에 휴지나 다른 말이 개입하는가 여부, 3)자립성 여부 등등 여러 측면에서 조사로 보기에는 어려운 거 같습니다.

참고로 <연세한국어사전>은 언어의 현실적 쓰임새를 중요시한 대표적인 사전입니다. 입말체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규범이라 하는 어법에서 이탈한 말들을 많이 수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자문을 받다/구하다’란 표현도 인정하고, ‘목이 메이다, 살을 에이는 추위’ 따위를 모두 인정하지요. 그밖에 문법정보가 풍부한 등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개인 취향이지만, 적어도 이 책의 성격은 알고 접해야 할 것 같기에 덧붙입니다.

[바르바르]

흠.. 현실 쓰임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전이라..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차근차근 생각해보면서 써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라짱]

대부분의 사전에 '말고'를 찾으면 조사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사전이 서로 다르게 규정하니까 논란이 되는데, 사전 바로잡기 운동을 먼저 합시다. 저는 어느 정도 과정을 거쳐 정리된 한글맞춤법과 여러 사전을 판단기준으로 삼습니다. 나름대로 공인된 사전을 따라야지, 이를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하면 혼란을 야기하죠.

[바람개비]

표준국어대사전(1999)/한글학회우리말큰사전(1991)/금성판뉴에이스(2003)/금성판훈민정음(2004)/동아새국어((2003)/민중서림엣센스(2003)---동사 처리. 그외 일부 옛날사전에서 보조사로 본게 있음. 대부분의 사전이라면 뭘 말하시는 건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바람개비]

그리고 기왕이면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이거는 그래주시면 더 좋다는 것이고, 앞에 사전은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저도 이것저것 좀 배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