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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한밤의 사진편지 제1728호 (12/9/1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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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홍콩! (3)
다음날 아침 8시에 민박집에 묵은 손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습니다.
반찬은 깻잎, 멸치, 콩조림, 두부등 밑반찬 위주로 된장국과 흰쌀밥이 나왔습니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간이 맞아서 먹을만 했습니다.
뉴질랜드와 홍콩을 여행하고 오늘 서울로 간다는 내 옆자리의 청년은 내가 덜어놓은 밥까지 뚝딱 해치웠습니다.
홍콩은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민박집 주인은 홍콩 남자와 국제 결혼을 한 딸의 도움을 받아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래 사진의 푸른색 원통형 빌딩 뒤쪽에 콕 쳐박힌 낡고 좁은 아파트 민박집에서 4박 5일 동안 머물렀습니다.
하늘로 솟아 오른 하얀 원기둥 같은 건물은 요즘 새로 지은 쇼핑몰로 지하층이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어서 숙소에 오가기 편리했습니다.
오늘은 홍콩섬 남쪽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리펄스 베이와 스텐리 마켓을 다녀온 후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숙소 골목을 나와 건널목을 건너면 육교로 오르는 계단이 나옵니다. 에스컬레이터도 있는데 전 뚜벅이 본능인지 내내 계단을 오르내렸습니다.
육교 중간쯤에서 내려다본 차도입니다. 지하 터널로 들어가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보질 못했는데 하버 아래로 뚤린 홍콩섬 가는 터널이 아닐까 하고 혼자 짐작만 해봤습니다.
육교 끝에서 내려다본 연인의 길 풍경입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길이 한산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들이 쉴새없이 오가는 곳이라서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입니다.
한참 공사중인 건물을 지나면 홍콩섬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특급 호텔인인터콘티넨탈 호텔이 나오고 연인의 길은 곧장 스타의 길로 이어집니다.
멋진 액션 폼이 눈을 사로잡는 홍콩의 영원한 스타, 이소룡의 동상이서있는 스타의 거리엔
헐리웃 스타의 거리처럼 홍콩의 유명 스타들의 손도장이 찍혀있고, 관광객들은 좋아하는 스타들의 손도장을 찾아 사진을 찍기에 바쁩니다.
이름만 남아있는 이소룡의 자리
장국영 역시 이름만 남았네요.
스타의 거리임을 나타내는 조형물들입니다.
네이던 로드의 페닌슐라 호텔앞을 통과해서 가는 길도 있지만 이 길이 숙소에서 선착장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입니다.
더구나 탁트인 하버 너머로 솟아있는 홍콩섬의 마천루들을 감상할 수 있고 스타의 거리를 지나가며 홍콩에 왔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어젯밤에 조명으로 치장한 빌딩숲의 화려한 얼굴을 보았다면 밝은 대낮에 뿌연 안개 속에 들어난 홍콩섬의 빌딩 숲은 쌩얼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스타의 거리 우측으로는 홍콩 예술 박물관, 홍콩 문화 센터, 홍콩 우주 박물관등이 있어 이곳은 문화의 거리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침사추이의 랜드마크인 시계탑 을 지나면 바로 스타 페리 선착장이 보입니다.
홍콩섬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지하철과 스타페리가 있는데 저는 스타페리를 탔습니다.
입구에는 옥토퍼스 카드 사용자와 일반 티켓 사용자의 입구가 구별되어 있습니다.
개찰구에서 배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보니 건너편 오션터미널 선착장에 몇천톤이나 될지 짐작도 가지않는 커다란 호화 크루즈가 정박해 있었습니다.
여행의 꽃이라는 크루즈 여행. 나도 언젠가는 저런 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크루즈 여행을 할 날이 있을까..
그날을 꿈꾸어보자.. 꿈은 클수록 좋다지 않던가..
삐~삐~삐~,,, 철커덩~,,,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뿔사! 배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모두 출입문 안으로 사라지고 나만 남아있는체출입문이 닫히는 소리였습니다.
이런 낭패가... 내가 창밖의 크루즈를 바라보며 백일몽에 사로잡혀있는 사이에 스타페리의 탑승이 끝나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 염려할 것은 없습니다. 배가 하버를 건너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7분 정도밖에 안걸리니...
1888년 12월부터 운항을 시작했다는 스타페리는 홍콩을 생각할 때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오르는 교통수단입니다.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오가는 스타페리는 출퇴근 시간이면 붐빈다는데조금 늦은 시간이어선지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홍콩섬 센트럴 쪽의 스타페리 선착장이 보입니다.
선착장에 내리니 무료해 보이는 두 노인이 심심풀이 낚시를 하고있었습니다.
궁금해서 확인해 본 어획량은 고작 손가락 크기의 물고기 두어마리였습니다.
선착장을 나오면 풋브리지로 이어집니다. 홍콩섬에서 가장 복잡하고 높은 빌딩이 많은 센트럴은
도로와 도로를,빌딩과 빌딩을 이어주는 풋브리지가 많아서 햇빛을 가려주고 비를 피할 수 있어서 통행의 불편을 많이 해소해줍니다.
풋브리지에서 내려다본 센트럴 스타페리 선착장 터미널입니다.
풋브리지를 건너 익스체인지 스퀘어 버스터미널에서 리펄스 베이행 버스를 탔습니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입니다.
홍콩은 땅이 좁아선지 버스 노선도 상당히 좁았습니다. S자로 굽은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곡예운전을 하는 2층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으니 시야가 좋아 사진찍기도 좋고 구경하기 좋았지만 마음은 조금 불안했습니다.
실제로 안전면에서는 그 자리가 가장 안좋은 자리랍니다. 시내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해변도로를 한참 달려가니 홍콩섬의 강남이라고 할 유명한 남쪽 동네 리펄스 베이 해변이 보입니다.
해변의 부족한 모래는 호주에서 사다가 조성했다네요...
리펄스 베이는 복잡한 시내와 떨어져서 조용하고 경관도 좋아 홍콩의 스타와 부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고급 휴양지답게 해안선을 따라 현대적인 고급 빌라들이 늘어서 있고 별장 앞 바다에는 요트들이 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건물 가운데가 뻥 뚫린 독특한 외관의 리펄스 베이 멘션은 유명한 스타와 부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합니다.
건물 가운데를 뻥 뚫은 것은 중국의 풍수지리설에 의해서 바다의 용신이 지나다니는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랍니다.
리펄스 베이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스텐리 마켓 앞 버스 종점이었습니다.
입구부터 좁은 골목을 따라 빼곡히 들어서 있는 150여개의 상점들을 기웃기웃하며 둘러보다가 자수 테이블 보 하나를 산 후 골목을 빠져 나왔습니다.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입니다.
영국령일때의 역사가 서려있는 머레이 하우스라는 유명한 건물입니다.
오른쪽으로는 해변을 따라 나무 데크를 깔아 산책하기 좋은 까페거리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거리에 유명한 레스토랑 '보트 하우스'가 있습니다. 파스텔 톤 보라색으로 단장한 아담한 크기의 이 레스토랑은
음식이랑 분위기가 좋아 연인과 함께 해변을 바라보며 식사하기 좋다고 소문난 레스토랑 입니다.
이곳에 가면 꼭 들려서 피시&칩스를 먹어봐야지하고 생각했었는데..배도 안고프고 연인도 없으니 생략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가하게 메인 스트리트를 거닐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저는 깜작 놀랐습니다.
어제 침사추이 지하철역에서 출구를 못찾아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출구를 가르쳐준 신사분이었습니다.
어머! 여긴 어쩐 일이세요? 대여섯명의 아가씨(?)들을 거느린 신사분을 보며 그렇게 물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그분은 어느 대학의 교수님이었습니다.
홍콩이 좁은건지 인연이 있는건지... 서로의 여행 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 후 다시 어제의 일을 감사드린 후그분과 헤어졌습니다.
오후에는 빅토리아 피크에 오를 예정이라서 스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다시 상점거리를 지나야만 버스 정류장으로 갈 수 있었기에 상점골목을 돌아나오다가 눈에 띄는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가봤습니다.
옥으로 만든 액세서리 가게였는데 디자인이 세련되고 질도 좋아보였습니다.
펜던트를 하나 사고 가게가 예뻐서 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면서 모델까지 되어주는 주인 내외의 몸에 밴듯한 깍듯한 예의가 참 기분 좋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리펄스 베이를 되돌아나오면서 아쉬움이 하나 남았습니다.
홍콩에 가면 이것만은 꼬~옥! 했던 것 중에 애프터 눈 티가 있었습니다.
티파니의 은그릇에 소담스럽게 나오는 페닌슐라 호텔 3단 트레이의 애프터 눈 티는 홍콩의 명물로 전통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호텔 투숙객 위주로 예약을 받을 뿐더러 혼자 가기에는 웬지 부담스러워서 아예 포기를 했고
이곳 리펄스 베이 맨션의 '더 베란다'라는 레스토랑의 애프터눈 티가 평이 좋아서마음이 쏠렸지만...
문제는 애프터 눈 티가 나오는 시간이 오후 3시가 되어야 나오는 메뉴라서 오늘의 일정상 여기 더 머무를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두고두고 아쉬워 할지도 모르는 마음을 접은 체 버스에 올라야 했습니다.
1층에 '더 베란다' 레스토랑이 있는 리펄스 베이 맨션입니다.
아래 사진은 어느 호텔의' 애프터 눈 티' 사진입니다. 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입니다만 혼자 먹기엔 좀 부담스러워 보이죠?
(퍼온 사진)
버스를 타고 돌아나오는 길에 보이는 바깥 풍경 속엔 골프장도 보이고종합 경기장 같은 시설도 보였습니다.
시내로 들어와 시청사 앞을 지나 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이 건물엔 유명한 딤섬집이 있는데 가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요즘엔 우리나라에도 중국의 정통 딤섬집들이 들어와 있더군요.
아침에 버스를 탔던 센트럴의 익스체인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시 15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중간에 트램으로 갈아타고 피크에 오를 생각입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입니다. 급경사의 비탈에 묘비들이 빼곡한 공동 묘지도 보였고
하늘을 향해아슬아슬하게 첨탑처럼 솟아 있는 한 동의 아파트는 마치 묘기를 부리며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는 곡예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바깥 풍경에 취해서 비탈길을 한참이나 올라가다가 문득! 피크 뒤쪽의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버스를 잘 못 탓음을 깨달았습니다.
피크로 오르는 트램 정류장까지 가는 버스는 15C였는데 난 15번을 타고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15번 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버스가 아닌 피크까지 가는 버스였다는 것입니다.
대규모 쇼핑몰 갤러리아 지하에서 내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뿌연 안개에 휩싸인 홍콩 시내 중심부의 마천루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11월의 홍콩은 어딜가나 안개에 젖어 있었습니다.
피크의 타워 전망대입니다. 입장료는 3000원 정도 하는데 안개로 가린 시야가 흐려서 궂이 전망대에 오르고싶지 않았습니다.
타워 아래 광장으로 내려와 까페에서 빵과 커피로 간편식을 하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홍콩에 오기 전, 피크에 올라가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피크 트레일을 걸어보는 것입니다.
피크 트레일은 빅토리아 피크를 둘러싸고 도는 산책로로 빅토리아 하버를 넘어 구룡반도의 모습과 홍콩 섬의 웅장한 빌딩 숲 그리고 홍콩 남부의 평화로운 정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걷기 전용 도로입니다.
그런데...피크에 올라와보니 트레일을 걸으려면 좀 더 일찍 올라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레일을 걷다보면 해가 지고 어두워질 시간이 되는데 만약 그 시간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호젓한 길이라면... 혼자 다니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이 호젓한 곳엔 가지 않는 것입니다.
어딜가도 넘쳐나는 인파가 있기에 마음 놓고 활보하며 다니는데 만약 호젓한 곳에 갔다가 예기치 않은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자유여행의 불편한 점이 바로 이런 것,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늦게 올라 온 것이 후회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트레일 걷는 것은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계획 하나 더. 피크에서 홍콩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해가 지기까지는 두어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젯밤 스타의 거리에서 본 홍콩섬의 화려한 야경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어젯밤에 본 야경도 충분히 아름다웠어. 오늘 밤은 안개때문에야경이 별로일 것 같아. 그러니 더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지금 내려가자. 라고 생각하면서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트램을 타고 내려와 15C 버스로 갈아탄 후 마천루 사이를 지나 버스 터미널에 내린 후 센트럴 선착장에서 스타 페리를 타고
침사추이의 선착장에 내려 어젯밤 심포니 오브 라이츠를 감상하던 그 자리에 앉아서 홍콩 섬을 바라봅니다.
다시 홍콩 섬 빌딩 숲의 백만불 짜리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황홀합니다. 이 순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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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첫댓글 여행 떠나기전 충분한 공부 흔적이 완연합니다.
무엇을 볼까? 어떤 것을 먹어 볼까? 라는 등등....."딤섬"은 흔히 먹어 보았지만 티파니의 은그릇에 3단의 "에프터 눈 티!!
자유 여행아니고는 그런 고가의 음식을 먹어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믈 것 같습니다 .눈요기로도 매우 훌륭합니다.
멋진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저는 혼자 다니는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집에서도 혼자선 아무래도 잘 차려먹게 되지 않는것처럼요. ^^